인물 제 354호 (2002년 09월 16일)

주택 不안정 대책

웃기는 부동산 대책이다. 신발을 신은 채 발등을 긁는 격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산의 가격’이 이 같은 행정조치로 떨어진 적은 거의 없다. 돈의 힘으로 밀려가는 동안 다른 모든 요소들은 다만 핑계요, 명분거리다.

양도세가 올라가면 매매가격에 전가하면 그만이고, 재산세를 올리면 세입자들에게 떠넘기면 그만일 테다. ‘돈의 힘’이 살아 있는 동안은 백약이 무효다. “공급을 늘리자”는 그럴 듯한 대책들이 나오지만 과연 공급이 적어 집값이 올랐는지도 의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분당을 넘어 용인 수지로 우후죽순처럼 솟아난 것이 아파트요, 일산을 넘어 탄현으로 파주 인근으로까지 넘쳐난 것이 아파트다.

최근 수년 동안 주택공급률 역시 빠른 속도로 높아졌다. 지난 95년과 2001년 사이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68%에서 77.4%가 됐다. 불과 5년여 만의 일이다. 이 짧은 기간에 주택보급률이 10%포인트나 높아졌는데도 공급이 부족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더욱이 수도권 주택보급률은 76.7%에서 88.6%로 12%포인트나 증가했다. 집값이 많이 오른 부산은 주택보급률이 71.1%에서 89%로까지 껑충 뛰었다. 이러고도 주택공급이 적었기 때문에 집값이 올랐다고 말할 수는 없다.

주택보급률이 100%가 되면 투기가 없어질 것이라는 것도 순진한 생각이다. 환경이 열악한 주택의 가격은 떨어지겠지만 상대적 우위인 주택의 가격이 떨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서울 강남의 집값이 대폭등을 기록하는 지금도 지방의 아파트는 미분양이 허다하다. 수도권 인근의 주택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 오히려 신도시로 빠져나갔던 주민들의 강남 환류열풍을 불러왔던 측면도 크다. “왜?”라고 물어보자. 그러면 화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은 답이 돌아올 것이다. “출퇴근길이 막히니까!”

수도권에 그렇게도 아파트를 지어대니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서울로 서울로 되밀려 들어오지 않을 수가 없다. 쾌적하고 조용한 맛에 일산·분당을 견디던 사람들이 주변에 아파트공급이 급증하고 혼잡해지면서 더 이상 그곳에서 살아갈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바로 그 때문에 ‘다시 강남으로’ 열풍이 분 것이다. 재건축을 규제하는 것도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 우려된다. 재건축 규제는 주택공급을 줄이는 것이지 늘리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다음과 같은 ‘독설’이라면 어떨지 모르겠다.

“강남에는 재건축이고 뭐고 간에 집을 마음대로 짓도록 내버려두고, 그래서 지독한 난개발이 되도록 하고, 급기야는 슬럼이 되어 나중에는 집을 공짜로 준다고 해도 아무도 가지 않는 지역이 되도록 방치해두자”고…. 물론 농담으로 해보는 말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강남은 벌써 난개발 비슷한 모양새로 돌아가는 중이다. 그러니 강남 집값에 대해서는 부디 안심하자. 제2의 강남을 만드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들 하지만 이 역시 천만의 말씀이다. 전 국토를 강남 같은 도회지 혼잡지역으로 만들 수는 없다.

좀더 싼 가격으로 쾌적하고 조용한 주거환경을 즐길 수 있는 자유가 국민들에게는 있다. 이런 이유들을 생각하면 지난 9월4일 정부가 발표한 이른바 주택시장 안정대책에 찬성표를 던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전세계가 부동산 거품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경제의 질병(거품) 역시 세계화되고 있는 것도 분명한 것 같다. 경기는 좋지 않은데 돈은 풀리다 보니 이 돈들이 부동산으로 부동산으로 밀려들고 있는 것이다.

공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초과수요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역시 돈줄을 적절하게 조여 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투기꾼들의 온갖 ‘논리와 기술’을 무력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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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