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354호 (2002년 09월 16일)

주택시장 ‘활황’ 항공·장거리통신 ‘침체’

기사입력 2006.09.04 오전 11:55

지난해 9ㆍ11테러 이후 미국 경제는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해 4분기 1.3%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뒤 올 1분기에는 5.6%, 2분기에는 1.1%의 성장을 이끌어냈다. 최근 들어 다시 휘청거리는 모습은 테러의 후유증이라기보다 잇단 회계부정스캔들 등 미국 기업들에 대한 신뢰의 위기에서 촉발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경기가 회복 초기 국면에 다시 침체로 들어가는 ‘더블 딥’은 없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빠르지는 않아도 안정적인 성장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물론 업종별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활황세가 이어지고 있는 주택 부문에서부터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는 항공, 장거리통신 등 차별화가 심한 편이다. 테러의 영향을 받은 미국 경기를 업종별로 진단해본다.

주택

지난 1년간 가장 활황세를 보이며 미국 경제를 이끌고 있다. 기존 주택 및 신규 주택 거래가 매월 사상 최고치 행진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주택 경기 붐은 올해 7년째 계속되고 있다. 주택 경기 활황은 가구 전자제품 등 가정용품시장의 소비를 이끌어내고 있어 미국 경기의 버팀목 구실을 해주고 있다. 또 집값 상승이 주가 하락을 상쇄시켜 일반인들의 소비심리를 그런 대로 유지시키고 있다.

주택 경기 활황은 모기지금리가 30년 만에 최저인 연 6.22% 선으로 떨어지는 등 연방준비제도위원회(FRB)의 저금리정책을 자극했다. 최근 집값이 상투를 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다른 부문의 경기 위축이 지속될 경우 미국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제조업

지난해부터 침체를 거듭하다가 올해 조금씩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공장가동률이 연율 기준으로 5% 가량 늘어났다. 하지만 이는 통상 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때의 신장률 10%에는 아직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현재로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많은 편이다. 지난 7월 50.5로 급격히 꺾였던 공급관리협회(ISM) 지수가 8월에도 다소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제자리에 머물렀다. 게다가 선행지표격인 신규 주문은 49.7로 경기수축을 의미하는 50 이하로 떨어졌다. 앞으로 제조업 경기가 밝지 못하다는 전망이다. 중동지역 긴장고조에 따른 유가 상승 우려와 장기간의 증시 침체도 제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금융

일반적으로 월가의 금융회사들은 경기회복을 가장 먼저 실감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 말 엔론사 파문 이후 잇따라 터지는 스캔들이 투자자 신뢰를 상실시켰다. 아델피아, 임클론, 월드컴 등 기업들의 회계부정에 금융회사들이 모두 연루됐다는 점이 금융시장은 물론 금융회사들도 어렵게 만들었다.

그동안 투자자 신뢰상실과 해고 등 악재들이 잇따랐지만 아직 끝났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특히 기업고객들은 거래를 지속하겠지만 일반인들이 증권사와 금융회사를 다시 찾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 7월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돈이 530억달러로 월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8월에도 71억달러가 이탈하기도 했다.

항공

자타가 공인하는 9ㆍ11테러의 최대의 피해자다. 수요감소와 요금인하로 사상 최악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회사들의 경우 매출이 테러이전보다 20~30% 줄어들었을 정도다. 지난 2분기에 세계 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에어라인(AA)이 4억9,5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미국 항공업계가 14억달러의 손실을 나타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적자를 내지 않은 유일한 회사. 하반기는 전통적으로 항공산업 비수기인 만큼 어려움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11일 대형항공사 중 처음으로 US에어웨이가 정부에 파산보호신청을 낸 데 이어 세계 2위 항공사인 유나이티드에어라인(UA) 등이 공개적으로 파산을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항공산업이 일러야 2004년에나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동차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매출증대를 위해 무리하게 추진했던 각종 ‘인센티브’와 가격하락이 수익성을 위협하고 있다. 좋은 조건의 인센티브와 가격인하로 올해 자동차는 1,700만대 가량 팔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판매량 1,720만대에 거의 육박하는 수준.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3대 자동차메이커들은 과도한 인센티브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올해 2만1,000명의 사무직 직원을 해고하는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병행하고 있지만 이익을 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이라크전쟁 등으로 유가가 급등할 경우 자동차 판매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자동차 등 아시아 업체들의 선전도 이들에 부담이 되고 있다.

광고ㆍ미디어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부문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광고는 아직 부진한 편이다. 광고 의존도가 높은 방송ㆍ신문 등 미디어 분야는 2001년까지 고성장을 누렸지만 지난해 9ㆍ11테러 충격과 경기 위축으로 광고가 8% 이상 급락세를 보였다. 올 상반기 영화산업과 자동차, 통신 분야의 매출확대로 광고 부문이 2.3% 늘어났지만 이들 3개 부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광고수주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전문가들은 광고가 당분간 활황기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가 부진한 탓도 있지만 경기가 좋았을 때도 광고가 지나치게 과잉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획득이나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는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정보기술(IT)

해고, 적자, 파산 이라는 단어로 얼룩진 한 해였다. 기술주들의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기업들의 IT 부문에 대한 투자가 꽁꽁 얼어붙은 탓이다. 올해 하반기 경기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낙관론자들마저 내년도의 경기회복을 점치고 있을 뿐이다.

최근 들어 ‘2003년 회복론’에 조심스럽지만 힘이 실리고 있다. 기업들이 더욱 성능이 좋아지고 값싸진 IT 부문에 새롭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세계 반도체칩 판매가 117억달러로 전월보다 2.9%, 전년 동기 대비8%가 늘어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술주 동향의 바로미터격인 반도체업종의 대표주자 인텔이 비교적 밝은 수익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반 기업들의 첨단 소프트웨어 도입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장거리통신

지난 1년간 가장 고통을 겪은 업종 중 하나. 앞으로도 험난한 미래가 예고되고 있다. 미국 2위 장거리통신업체였던 월드컴과 수십개의 통신업체들이 파산한 상태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겨우 연명해 가는 기업들도 가격인하경쟁으로 수익성 개선까지는 앞으로 갈 길이 멀다.

통신 분야는 90년대 후반 자금이 밀물같이 몰리면서 과잉투자가 이뤄졌으나 수요부진으로 급격한 몰락의 길을 걸었다. 2000년 4월 증시가 정점에 달한 후 지금까지 통신 분야에서만 사라진 돈이 무려 2조달러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남은 회사들에는 기회가 올 것이란 기대도 크다. 인터넷, 휴대전화 등 앞으로 무선으로 연결되는 기기들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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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