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손님의 입맛을 맞출 수 있어 좋아요. 젊은 손님은 제가 상담하고, 연세가 높으신 분은 엄마 몫이죠.”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나라애견 강남점. 김인순 사장(52)과 장소영 점장(25) 은 역할 분담이 분명하다. 손님을 상담할 때 장점장은 강아지의 특징을 설명해주는 ‘정공법’을 택하는 반면, 김사장은 강아지를 분양받으면 가정이 얼마나 화목해질 수 있는지를 강조하는 ‘감정호소법’을 주로 쓴다. 모녀지간이지만 이렇듯 상담방법은 판이하게 다른 덕에 어떤 손님이 와도 ‘완벽 대응’이 가능하다.“주말이면 가족손님이 많아요. 아이들은 사달라고 보채지만 부모님이 주저하시면 저희 어머니가 나서요. 유머도 섞어 가면서 말씀 나누다 보면 어느새 강아지 분양이 끝나죠.”건국대 인근에서 레스토랑을 꾸리던 김사장이 애견전문점을 내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해. 혼자 레스토랑을 운영하기가 힘들어서였다. 가게를 처분한 돈으로 애견전문점을 낸다고 하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나선 것은 지금 함께 일하는 딸이었다.의견충돌 잦지만 화해도 순식간“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아파트에서 강아지를 키우면 눈총을 많이 받았어요. 짖는 소리가 시끄럽다는 게 이유였지요. 주민들이 하도 항의하는 탓에 경비실에서 수도와 전기를 끊어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경우도 있었죠. 이 때문에 산책 나갈 때는 꼭꼭 숨겨서 나가곤 했지요.”강아지를 몹시 좋아하던 장점장은 5년간 사회생활을 통해 모은 4,000만원을 기꺼이 투자했다. 그것도 모자라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아예 이곳에 ‘취직’을 했다.모녀가 창업한 셈이지만 아버지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 호텔에서 근무한 아버지 덕에 서비스 교육은 확실히 받을 수 있었다. 오전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일을 하기 때문에 남자친구를 만나거나 취미생활을 할 여유는 없지만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생각에 피곤한 줄도 모른다.“주위에 유흥가가 있어서인지 새벽에도 강아지를 사러 오시는 분이 많아요. 문을 늦게 닫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어머니와 함께 일해 든든하지만 가끔은 의견이 맞지 않을 때도 있다. 일례로 갓 젖을 뗀 강아지에게는 따로 간식은 주지 않아야 된다고 말려도 김사장은 귀엽다며 간식을 주곤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간혹 분양된 강아지가 일주일 내에 죽으면 마음 약한 장점장은 무료로 다른 강아지를 준다. 그러나 어머니는 규정대로 50%의 값을 받고 다른 강아지로 교환해주라고 냉정하게 말해 서로 토라질 때도 있다.“제가 말 그대로 직원이라면 당연히 사장님 말을 따라야겠죠. 그런데 사장이기에 앞서 엄마잖아요. 가족이라 쉽게 말다툼하지만 또 풀어지는 것도 순식간이에요.”요즘 나라애견의 한 달 평균매출은 4,500만원 선이다. 순이익은 500만원 선. 장점장은 결혼을 하기 전까지는 계속 어머니와 같이 일할 계획이다.“강아지를 상품처럼 보지 않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분이라면 가족들과 함께하기에 제격인 사업입니다.” 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