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그룹 비서실에서 전자계열사 총괄...디지털 . 모바일 기업으로 변신시도

김순택삼성SDI 사장‘가장 입사하고 싶은 직장’ 1위,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 2위, ‘기업 브랜드 가치’ 국내 8위. 올 한해 삼성SDI가 받은 성적표다. 구직자, 직원, 소비자 모두에게 호평을 들은 셈이다. 이 삼박자를 멋들어지게 연주한 지휘자는 바로 김순택 사장(53).삼성SDI의 사령탑을 맡은 지 3년 만에 김사장에게 이처럼 상복이 터진 것은 결코 행운이 아니다. 그가 평소 직원들에게 던지는 말대로 ‘물이 나올 때까지 마른수건을 짜낸’ 수험전략이 낳은 결실이다.그는 20년 가까이 그룹비서실에서 최고경영자들과 호흡을 맞추며 전략가 기질을 쌓았다. 이건희 회장이 취임한 87년 전자계열사 경영관리를 총괄하면서 그의 선견지명과 추진력은 빛을 발했다. 당시 브라운관, 반도체, LCD 등 첨단 디지털사업 프로젝트의 씨를 뿌린 브레인으로 눈부신 활약을 했다.그리고 15년이 지난 현재 삼성전자 관계사들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됐다.상대출신이면서도 전자업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게 된 것도 이들 디지털 사업을 오랫동안 밀어붙이면서 쌓은 경험에서 비롯됐다. 97년부터 3년 동안 그룹 미주본사를 진두지휘하며 글로벌 경영감각도 익혔다. 그는 이미 세계시장과 그룹 전반의 경영현황을 꿰뚫는 전략가로, 전문기술과 현장경영에도 두루 밝은 전자분야 전문경영인으로 회사 안팎에서 정평이 나 있다. 재계에서도 억척스러울 만큼 자기관리에 철저한 인물로 평가받는다.이 때문에 전문가들이 던지는 제품이나 기술관련 질문에 답변을 회피하는 법이 없다. 오히려 엔지니어들을 당황하게 만들 정도로 날카로운 질문과 기술적인 지시를 한다. 이런 전문성은 삼성SDI가 90년대 말부터 집중적으로 투자해 온 3대 뉴프로젝트인 2차전지, PDP, 유기EL 사업을 진출 1~2년 만에 뿌리내리게 한 원동력이 됐다. 올해 벌써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낸 상태다.32년간 브라운관에 집중됐던 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시 짠 것도 그였다. 2000년 이후 디지털ㆍ모바일 제품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 해왔다. 미래성장성과 시장규모를 정확히 간파한 혜안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내년이 삼성SDI가 브라운관 기업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나 디지털ㆍ모바일 기업으로 환골탈태하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모든 의사결정에서 집행과정, 경영성과까지 투명하게 공개해 주주중심 경영에도 앞장섰다. 올해 한국회계학회가 선정하는 투명회계대상을 받은 것이나 대신경제연구소로부터 최우수기업으로 뽑힌 것도 그런 투명성을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다.“이미 삼성SDI는 국내에서 가장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기업입니다. ‘시장이 있는 곳에서 생산한다’는 원칙에 따라 현재 남미, 유럽, 중국, 동남아 등지에 광범위한 현지공장을 세워놓은 상태입니다. 따라서 세계적인 기업에 걸맞은 투명한 글로벌 경영이 필요한 거죠.”무결점 혁신운동인 6시그마에 그가 그토록 집착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혁신에 혁신을 거듭한 결과 삼성SDI는 한국의 6시그마 대표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최근에는 더욱 욕심을 부려 생산현장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을 비롯해 기획, 관리, 인사, 홍보 등 사무간접 부문에까지 6시그마 운동을 확산시키고 있다.사람을 키울 줄 아는 리더김사장은 부사장 시절부터 사내에서 둘째 가라면 서운해할 ‘의리파’로 통한다.“일단 인연을 맺고 함께 일한 사람은 끝까지 믿어야죠. 간섭보다 무엇을 챙겨줄까를 먼저 고민합니다.”형식적인 지휘계통은 그에게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필요한 것이 있고 급하게 지시할 일이 있으면 실무자가 말단직원이라도 직접 전화를 걸거나 달려간다.이른바 ‘다이렉트 커뮤니케이션’이다. 중요한 전달사항일수록 왜곡돼서는 안된다는 판단에서다. 수시로 현장을 방문해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며 개개인에 대한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생산현장에서 즉석회의가 열리는 것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이런 진솔한 지휘스타일 덕에 따르는 직원들도 많다.“지위보다는 먼저 경험한 선배로, 이해심 많은 연장자의 마음으로 직원들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이른바 ‘감성 리더십’을 보여주겠다는 얘기다. 그는 ‘사람을 키우고 남길 줄 아는 덕장’으로도 알려져 있다. 직원들에게 무조건 회사를 믿고 따라와 달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옳다는 확신이 있다면 ‘저지를 수 있는’ 용기를 내라고 독려하는 스타일이다.그는 특히 신입사원들에게 애착이 많다. 틈만 나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인재를 확보하라고 임원들을 채근한다. 이 때문에 신입사원 입사식에는 빠짐없이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그가 빠뜨리지 않고 전달하는 메시지가 있다.“웰컴! 프레시맨(Freshman), 언젠간 당신도 최고경영자가 될 수 있다.”자신이 직접 출연한 홍보비디오를 신입사원의 가족에게 보내고 부서배치 후에는 개개인에게 직접 e메일을 보내 안부를 묻는 등 ‘인적자원관리’에 만전을 기한다. 이쯤 되면 신입사원을 받은 부서장도 특별관리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약력 : 1949년 대구생. 69년 경북고 졸업. 73년 경북대 경제학과 졸업. 72년 삼성그룹 입사(제일합섬). 88년 그룹 회장비서실 상무. 92년 그룹 회장비서실 전무. 93년 삼성전관 기획관리본부장.94년 그룹 회장비서실 실장 보좌역(부사장). 97년 그룹 미주본사 대표이사. 2000년 삼성SDI 대표이사 부사장. 2001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