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및 디지털카메라 각 세계 1,3위...국내 매출 1,600억원

사람들 사이에서 ‘코닥’이란 브랜드 뒤에 반사적으로 붙는 상품명은 ‘필름’이다. 세계 필름시장의 55%를 장악하고 있으니 충분히 이유가 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사진의 절반 이상이 코닥필름을 통해 인화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코닥은 필름만 잘 만드는 게 아니다.카메라도 잘 만든다. 그런데 최근 코닥은 ‘필름 없는’ 카메라인 디지털카메라로 세계 빅3대열에 합류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강자로의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미국 로체스터에 본사를 둔 코닥은 세계 55개국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 기업. 전세계에 7만6,000명이 넘는 종업원을 거느린 거대 조직이다.‘이지셰어’로 국내시장 공략코닥은 1970년 한국에 진출해 제품만 수출해오다 89년 두산상사와 합작으로 한국코닥을 설립했다. 96년 두상상사로부터 지분을 전량 인수하면서 현재는 이스트먼 코닥에서 직접 경영하고 있다.한국코닥은 현재 디지털영상사업부, 소비자영상사업부, 프로페셔널사업부, 영화영상사업부, 의료사업부 등 5개의 사업부문으로 조직체계를 갖춰 놓았다. 각종 필름, 아날로그 카메라ㆍ디지털카메라, 인화지, 현상약품, 잉크젯 페이퍼 등을 판매하고 있다.지난 95년 일반인용 디지털카메라를 국내 최초로 출시한 이래 현재까지 40여종의 디지털카메라를 선보여 왔다. 디지털카메라 도입 초기 4~5년간은 40~50%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누려 왔으나 삼성과 일본업체들의 약진으로 현재는 15~20% 수준으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코닥은 앞으로 국내 시장에서 디지털카메라로 토털 이미징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이지셰어’ 시스템을 통해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쉽게 다른 곳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초기 전문가용 제품군에서 최근에는 쉽게 쓸 수 있는 보급형 모델 위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국내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코닥이 주목하는 것은 화소나 디자인이 아니다. 이미 기술이나 디자인, 성능 면에서 어느 정도 평준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앞으로는 ‘얼마나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춘 제품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이를 위해 코닥이 장점으로 내세우는 것이 이지셰어 시스템이다. 이지셰어 시스템의 특징은 디지털카메라와 PC간 연결이 편리하고, 배터리 절감과 충전 면에서도 뛰어나다는 점이다. 도크(Dock) 시스템을 채택해 카메라 본체를 도크에 올려놓기만 하면 자동으로 충전이 되고 버튼 하나로 전송 및 출력이 가능하고 e메일도 보낼 수 있다.디지털카메라를 처음 다뤄보거나 좀더 빠른 작업속도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한국코닥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1,600억원. 그중 디지털영상사업부의 매출은 약 10%다. 지난해 판매한 디지털카메라만 4만3,000대(162억원 상당). 올해 예상 판매대수는 7만5,000대(220억원 상당)다.카메라 역사의 산증인코닥은 현재 일상에서 사용되는 롤(Roll) 필름과 필름용 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만든 회사다. 창업주인 조지 이스트먼(George Eastman) 회장은 창업 당시 지금의 전자레인지 크기만한 사이즈의 카메라를 어떻게 휴대가 간편한 개인용 카메라로 만들 수 있을 것인지가 최대 고민이었다.피나는 연구 끝에 1880년 비로소 개인용 카메라 개발에 성공했다. 그러나 유명해진 코닥이라는 회사이름에는 이렇다할 뜻이 있는 게 아니다. 알파벳 ‘K’가 소비자나 사용자 모두에게 강하고 쉽게 기억된다는 이스트만 회장의 믿음에서 ‘K’를 앞뒤 두 번 반복되도록 한 것이다.코닥은 120년의 역사를 지닌 만큼 카메라와 관련된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현재 디지털카메라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자동노출보정기능, 화이트밸런스, 적목현상 감소기능, 도크(Dock) 시스템 등이 모두 코닥이 획득한 특허다. 미국 본사에 특허증를 전시해 놓은 ‘특허 복도’가 있을 정도다.디지털카메라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임에도 단기간에 세계 3위의 위치를 점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바로 120년 동안 필름과 카메라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이었다.회사수익의 대부분을 필름사업에서 올렸던 코닥의 입장에서 필름이 필요 없는 디지털카메라 시대의 도래는 위기일 수 있었다. 하지만 코닥은 그동안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디지털 이미징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제 필름소비가 줄어도 생존에 위협을 느끼지 않게 체질개선이 됐다.필름카메라를 고집하지 않고, 디지털시대로 바뀌는 트렌드와 소비자의 니즈를 간파한 것이 성공변신의 열쇠였다.Interview / 신명호 마케팅 총괄 이사“온라인 인화 서비스 곧 선보일 겁니다”한국코닥에서 마케팅을 총괄하는 신명호 이사는 온라인과 홈쇼핑 등의 판매채널을 개척해 한국코닥을 국내 디지털카메라 업계 1위에 올려놓은 장본인이다. 대우전자 영국 판매법인 재직시절 1억달러 매출을 올린 전력도 갖고 있다.신이사는 한국코닥이 디지털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다고 강조했다.“디지털카메라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는 물론 온라인 인화서비스 사업 등 다양한 곳에 투자를 준비하고 있습니다.”이와 함께 이지셰어 시스템을 바탕으로 올해 ESⅡ도 내놓았다.“이지셰어 기능을 사용하는 코닥 카메라는 불필요한 기능을 과감히 삭제했습니다. 가격도 동급 대비 타사 제품보다 저렴합니다.”그는 더 나아가 보급형 모델을 손쉽게 할인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생각이다. 고객센터를 설치하고 현재 콜센터 직원 20명이 상시 대기 중이며, 용산에 서비스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앞으로 다양한 채널을 이용해 전국망을 구축할 계획이다.신이사는 올해 국내 디지털카메라 시장규모를 약 40만대(1,400억원 상당)로 전망했다. 전년 대비 137%나 성장한 수치다. 이런 고속성장이 지속된다면 2004년쯤에는 100만대 시장을 돌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