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규모 연 700억~900억원으로 제2의 전성기 열어

숙취. 이튿날까지 깨지 않은 취기는 연말연시 술자리의 최대 후유증이다. 숙취해소법을 찾는 사람들도 연말연시에 늘기 마련이다. 과음을 삼가는 것이 최대 방편이겠지만 그럴 수도 없는 게 직장인들의 숙명.우리나라 성인 1인은 연간 평균 약 200병의 술을 마시며 국내 음주 인구는 약 2,0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중 주 2회 이상 술 마시는 애주가는 약 700만명으로 집계된다. 술을 적지 않게 마시는 편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숙취증상이라는 난관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숙취증상은 마신 술의 양과 시간, 방법에 따라 심하거나 약하게 발생한다. 숙취는 간장에서 미처 처리하지 못하고 몸속에 남아있는 술찌꺼기인 아세트알데히드와 퓨젤이라는 불순물에 의해 일어나는 부작용이다. 지속되면 피로감과 복부팽만감, 구토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숙취해소제는 1병당 1,000원 안팎의 일반 자양강장제와는 달리 2,000원에서 5,000원으로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그러나 직장인을 비롯한 일반인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고조와 숙취해소 효과 향상 등으로 숙취해소제 시장은 고성장하고 있다.현재 연 700억~9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숙취해소제 시장은 92년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 CJ의 컨디션이 지난 92년 ‘비즈니스맨을 위한 알코올대응 기능성음료’을 표방하며 출시된 후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 그후 93~94년 270억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96년에 600억원 규모로 커졌다. 컨디션의 눈부신 성공에 자극받은 경쟁사들이 속속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97년 IMF 사태 이후 급속히 쇄락해 여러 업체들이 시장에서 철수했다. 10여개의 제품 중 철수 시점에 남은 제품들은 CJ의 컨디션과 조선무약의 솔표비즈니스, 미원의 아스파 정도였다.98년 300억원, 99년 150억원으로 죽어있던 시장은 2000년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경기회복과 더불어 사회 전반에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신규 후발업체의 참여가 대폭 늘었다. 술을 마시되 건강만은 해치지 않으려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시장이 읽은 것이다. 2000년 350억원으로 성장한 후 2001년 700억원 가까이 성장했다.올해 한ㆍ일월드컵으로 업체들은 때아닌 특수를 맞이했다. 또 12월 대선까지 겹쳐 올해 숙취해소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약 30% 이상 성장한 최대 900억원대까지 예상되고 있다.숙취해소음료 시장이 부활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의약분업도 한몫 했다. 의약분업 이후 숙취해소제의 약국 조제가 불가능해지면서 대체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또 약국을 위주로 마케팅을 전개해 온 업체들이 대리점과 편의점, 고속도로휴게소 등으로 시장영역을 넓히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했기 때문이다.평소보다 1.5배 팔려성장가도를 달리는 시장에서 숙취해소 관련 업체들의 판촉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음료수 시장에서는 보통 2년을 넘기면 장수하는 음료로 본다. 특히 숙취해소음료 등 기능성 음료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제품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1년 안에 사라지는 것이 시장의 특성이다.이런 상황에서 송년회 등 각종 모임이 집중돼 있는 연말연시는 대박을 터뜨리려는 업체들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연간 매출액 중 이 시기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11월, 12월, 1월 석 달간 판매량이 평소보다 1.5배 정도 늘어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현재 시장점유율을 보면 CJ의 ‘컨디션F’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선발업체답게 70~80%대의 점유율을 보이며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 중소기업인 그래미의 ‘여명808’이 10~20%의 파이를 차지하며 2위를 지키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종근당의 ‘땡큐’와 조선내츄럴 ‘굿모닝365’, 대원제약 ‘단’, 메디오코리아 ‘제로’, 일화 ‘해주로’, 동성제약의 ‘굿샷’ 등 30여개 제품들이 5~1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숙취해소제’라는 이름 때문에 보통 술 마신 후 먹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음주 전이나 음주 중에 마셔도 무관하다. CJ 관계자는 “숙취해소제는 술자리 전이나 술 마시면서 또는 그 다음날 마셔도 상관없다”고 전했다.CJ-컨디션F시장점유율 부동의 1위 지켜CJ 제약사업본부의 컨디션F는 지난 11월 발매 10주년을 맞았다. 92년 판매를 시작한 후 10년 동안 1억9,700만병을 팔았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5병씩 마신 셈이다.최영수 CJ 제약사업본부 OTC사업부 차장은 “컨디션F는 11~12월에 평소보다 1.5배 정도 매출이 늘어난다”며 “올해 숙취음료 시장은 월드컵과 대선 등의 특수를 발판으로 지난해보다 30% 정도 늘어난 9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지난 99년 6월 ‘컨디션’에서 ‘컨디션F(Forte)’로 제품명이 변경됐으며, ‘구루메’와 ‘타우린’ ‘샴피니언 엑기스’를 함유하고 있다. 구루메는 쌀눈을 발효시켜 얻은 천연물로 알코올의 흡수를 지연시키고 알코올의 양을 감소시켜 준다는 성분이다. 서울대 약대 이명걸 교수가 94~95년에 시험결과로 이를 증명했다는 것.타우린은 알코올의 독성억제와 간세포의 과산화를 방지해주는 기능이 있다는 게 CJ측의 설명이다. 샴피니언 엑기스는 장내 유해물질을 제거해 음주시 구취를 줄여주며 복부팽만과 더부룩함, 설사 등의 불쾌한 증상을 완화시키는 특징이 있다고 CJ측은 덧붙였다.CJ는 컨디션F 출시 초기 약국을 통한 판매를 중요시했다. 소비자들이 ‘약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효능과 품질을 신뢰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CJ는 이런 이유로 지난 10년간 전체 마케팅 활동의 50% 이상을 약국에 집중해 왔다. 판매 마일리지 판촉행사와 즉석복권 경품행사, 약계 전문지 광고 등 적극적인 약국 판촉전략을 전개했다.광고를 통한 마케팅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비즈니스맨의 드링크라는 이미지를 TV 광고에서 분출해내고 있다. 친구들간의 우정을 테마로 해 ‘나눌수록 커지는 상쾌함’이라는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는 중. CJ측은 광고효과조사에서 컨디션F의 이미지 상승에 큰 역할을 담당했으며, 이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성장률은 35%라는 분석이다.연말연시 숙취해소제 성수기를 맞아 CJ는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CJ제약사업본부는 숙취해소음료 컨디션F의 발매 10주년 기념행사를 펼치고 있다. 11월11일부터 12월30일까지 ‘뚜껑 따자! 행운 따자! 대축제’ 행사를 마련한 것. ‘뚜껑 따자! 행운 따자! 대축제’는 컨디션F 뚜껑 안쪽에 인쇄돼 있는 경품내역에 따라 해당제품을 증정하는 행사다. 디지털 캠코더, DVD콤보, 디지털카메라 등 총 2만600여개의 경품을 마련했다.동시에 11~12월 중 총 15일간 컨디션F 도우미들이 서울시내 번화가를 돌며 술자리 손님들을 대상으로 게임과 경품을 제공하는 게릴라 마케팅도 전개했다.그래미-여명808구전 마케팅·PPL 등으로 인기몰이지난 98년 출시된 그래미의 여명808은 오리나무의 잎, 줄기, 뿌리추출물을 함유한 제품이다. 오리나무의 잎 등은 열을 내리고 술독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른 숙취해소제와는 달리 병이 아닌 캔에 담겨 있는 여명808은 ‘숙취해소용 천연차’를 표방한다.이양균 그래미 부사장은 “98년 발매된 이후 지난 3~4년간 평균 3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부사장은 “여명808이 시장에 출시됐을 당시 고가인 까닭에 30~40대가 주고객이었으나 2001년 말부터 대학생 등 20대의 선호도가 상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축제 협찬과 대학가 무료시음 등 적극적인 마케팅의 결과라는 게 그래미측의 분석이다.숙취해소제 시장은 화학 드링크와 천연차로 나뉜다. 전체시장 중 여명808은 시장점유율 30%를 보이며 1위 컨디션F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천연차 시장에서는 80%의 시장점유율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그래미측은 분석했다.여명808은 출시 때부터 ‘구전 마케팅’을 중시했다. 중소기업 규모로는 하기 힘든 무료시음회 등도 적극 시행했다. 또 애주가 등이 모여 있는 술 관련 동호회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홍보했다. 술동호인들의 입소문을 믿었기 때문이다. 또한 서울 번화가의 주점들을 돌며 ‘여명808’을 홍보하고, 지하철 주변 등지에서 시음회와 음주운전 자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MBC 드라마 <맹가네 전성시대 designtimesp=23408>에 제품을 협찬하는 PPL(Product Placement)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또 여성기업박람회와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 주류박람회, 한의학박람회, 국제식품전 등 다양한 전시회를 통해 전시홍보를 하고 있다.또한 기존의 유통망을 이용하지 않고 자체 유통체계를 전국에 구축한 것도 숙취해소 시장 점유율 2위의 비결이다. 여명808은 각종 발명특허를 취득했다. 97년 스위스 제네바 국제발명전에서 식음료 분야 금은상, 99년 발명의 날 철탑산업훈장 등 국내외 기관으로부터 수차례 수상한 이력이 있다.종근당-땡큐음료에 캡슐 2개 내장한 복합형종근당 ‘땡큐’는 지난해 11월 발매됐다. 다른 제품과 다른 외양을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뚜껑에 키토산 캡슐 2개를 내장해 숙취해소캡슐과 음료를 함께 섭취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숙취해소음료와 캡슐을 따로 구입했던 소비자의 불편을 감소시키기 내장공법(All-In-One) 을 채택한 것.땡큐는 원광대 약학대학 한약학과 김형민 교수팀과 키토산 전문업체인 키토153의 임상시험을 거쳐 숙취해소용으로 개발한 키토산을 주원료로 하고 있다.이 음료에는 쌀눈 발효 추출물(구루메)를 비롯해 벌꿀, 로열젤리 등 16종의 숙취해소 성분이 배합돼 있다. 이 성분들은 알코올의 분해과정에서 발생하는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해 알코올 흡수를 억제시키고 혈중 알코올농도를 감소시킨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배대길 종근당 홍보부장은 “땡큐를 마신 사람들은 술 마신 뒤에 오는 권태감과 갈증, 복통, 입냄새 등의 증상이 훨씬 덜하다고 한다”며 “벌꿀과 로열젤리가 들어 있어 맛이 부드럽고 산뜻해 혈당저하로 인한 무기력 현상을 해소해준다”고 말했다.종근당은 연말성수기를 겨냥, 회식장소인 음식점과 술집이 밀집한 도심 번화가에서 길거리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술자리를 갖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나눠줘 효능을 직접 확인하도록 하는 것. 또 두산 산소주와 공동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신문, TV, 라디오 등에 ‘컨디션이 안 좋으십니까?’라는 카피의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시장점유율 1위 CJ의 ‘컨디션F’를 겨냥한 것이다.이상호 종근당 유통팀장은 “’주당들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는 기획 아래 소비자들과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1단계 전략으로 약국판매 외에 각종 편의점 입점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12월21일부터 LG25와 바이더웨이 등 편의점에서 판촉이벤트 실시했으며, 할인점 등 일반 유통시장으로 판매망을 넓히고 있다.2001년 11월 출시 이후 지난 연말 3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으며, 올해 10월까지 약 7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연말성수기에 2002년 예상매출액인 1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 또 땡큐에 각종 기능을 추가한 후속제품을 개발, 3년 후에는 톱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는 각오다.기타 숙취해소제굿모닝365·단·제로·해 주로 등 선전조선내츄럴의 ‘굿모닝365’, 대원제약의 ‘단’, 메디오코리아의 ‘제로’, 일화 ‘해주로’ 등 중소업체 제품들도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다.조선내츄럴의 ‘굿모닝365’는 한약재를 액상추출해 만들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한국한의학연구원과 공동개발, 지난해 7월 출시했다. 키토올리고당과 울금, 활성기억수 등 11가지 한약재로 만든 제품이다. 조선내츄럴은 연말을 겨냥해 9만원 상당의 30캔들이 한 박스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한국한의학연구원 한방건강검진권을 준다.대원제약의 ‘단’은 지난해 11월 출시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승호 박사팀이 개발한 숙취해소용 신물질 ‘KSN-2’가 주성분이다. ‘KSN-2’는 어성초와 녹차, 두충, 감초, 홍삼, 결명자, 갈근 등 천연자생식물에서 추출한 물질을 원료로 개발된 물질.최근 탤런트 임현식을 광고모델로 기용해 경쟁제품을 은근히 빗댄 광고를 보이고 있다. ‘여명이 밝아도 아침 컨디션이 좋지 않으십니까. 그럴 때는 단 한 방으로 끝내세요’라는 카피가 눈길을 끈다. 이는 CJ의 컨디션F와 그래미의 여명808을 겨냥한 광고다.메디오코리아의 ‘제로’에는 누에고치에서 추출한 천연실크아미노산이 함유돼 있다. 휴대와 복용이 간편하도록 캔디형 정제 타입으로 제조됐다. 실크아미노산은 알코올 분해 가속화 이외에도 간기능 강화, 혈중 콜레스테롤 감소, 당뇨의 예방 치료 등의 효능이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박진헌 메디오코리아 마케팅과장은 “음주 전후에 복용하면 알코올 분해 작용을 활성화시켜 혈중알코올농도 저하와 숙취제거, 술ㆍ담배 냄새 제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일화의 해주로는 2000년 5월 출시됐다. 성분은 은행과 진피, 갈화, 박하, 타우린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