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 현대차 2세 전면 등장 여부 최대 관심사로 떠올라

16대 대통령선거를 전후해 LG, 한화,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대기업들의 정기인사가 잇따르면서 재계의 ‘2003년 인사’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아직은 삼성, SK, 현대자동차 등 주요 그룹들의 인사가 남아 있는 상황. 그러나 현재까지 이뤄진 인사와 이를 앞두고 있는 주요그룹들의 움직임을 볼 때 ‘2003년 인사’ 트렌드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재계전문가들은 올 인사 키워드로 3가지를 꼽는다. 우선 지난 대선에서 몰아쳤던 ‘세대교체’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기에다 ‘경영수업’을 명분으로 뒤에만 머물러 있던 오너의 2ㆍ3세들이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2002년 인사’의 핵심 키워드였던 ‘성과주의’는 올해도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여겨질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이 3가지 키워드에 초점을 맞춰 주요그룹의 2003년 인사를 감상하면 좋을 듯하다.세대교체 바람 어디까지 불까2002년 대선을 읽는 키워드는 ‘세대교체’였다. 이 ‘세대교체’의 바람은 2003년 주요그룹 인사에서도 강력한 태풍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 4대 그룹 중에서 처음으로 인사를 단행(12월19일)한 LG의 인사를 보면 세대교체 바람이 어느 정도 거센지를 짐작할 수 있다. LG전자는 신규임원의 평균나이가 44세에 불과했다. 40명 가운데 30명(77%)이 45세 이하다.이는 LG뿐만이 아니다. 한화는 지난해 11월26일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박종석 그룹 부회장(66), 성하현 전 한화국토개발 사장(62) 등 원로급들이 모두 일선에서 물러났다. 대신 허원준 한화석유화학 사장(56), 김관수 한화국토개발 사장(51) 등 신진세력이 대거 핵심에 포진됐다. 신세계는 신세계건설, 조선호텔 등 4개 계열사의 CEO를 퇴진시키고 부사장을 승진시켜 발령했다.이 같은 분위기는 삼성, SK 등 주요그룹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1월 초로 예정된 인사에서 젊은 인재의 중용을 시사했다. 지난해 12월20일 전경련 회장단 송년모임에서 일본의 예를 들며 젊은 인재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이 자리에서 이회장은 “일본기업들이 과거에 축적한 기술과 자본으로 버티고 있지만 경영진의 노령화 문제를 안고 있어 계속 앞서나갈 수 있겠느냐는 회의가 들었다”며 젊은 경영진을 대거 기용할 뜻을 내비쳤다. SK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인 70~80명 수준에서 임원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SK도 2003년 인사에서 임원의 평균연령이 낮아지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SK 관계자는 “다른 그룹과 비교해 새로운 트렌드에 적응해야 하는 사업 분야가 많기 때문 젊은 생각을 가진 임원들의 중용은 대세”라고 귀띔했다.이밖에 효성, 코오롱 등 중견그룹들도 세대교체의 바람을 피해가지는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효성은 지난해 50대 초반의 이상훈 사장을 그룹 총괄 사장에 앉히는 등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한 터라 올해도 젊은 인재의 등용이 점쳐진다는 것이 내부 분위기다. 코오롱은 이웅렬 회장이 ‘유능한 인재를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내부방침을 정하고 젊은 인재 등용에 나설 것으로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2ㆍ3세 권력이동 본격화할까새해 인사에서 재계 황태자들의 움직임도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첫 테이프는 지난해 12월 현대백화점 인사에서 부사장에서 그룹 총괄 부회장으로 승진한 정지선 부회장(32)이 끊었다. 정부회장은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의 장남. 정회장이 경영에 깊숙이 개입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3세에 의한 오너경영이 시작됐다고 풀이할 수 있다.정부회장의 승진은 롯데 등 유통그룹과 삼성, 현대자동차 등의 인사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재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롯데는 올 정기인사에서 신동빈 부회장(48)으로의 권력이동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지난해 11월 조중훈 한진 회장이 타계한 이후 마지막 남은 창업 1세대인 신격호 회장이 고령(81)인데다 신부회장이 2001년 전경련 유통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재계에 공식 데뷔한 터라 머지않아 롯데 총수로 등극할 것으로 재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35)의 승진 여부도 재계의 주요 관심사다. 상무보로 2년을 보낸 재용씨가 새해에는 상무로 승진, 역할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소리가 삼성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얼마전 제네럴일렉트릭(GE)의 크로톤빌 연수원에서 최고경영자 양성과정(EDC)을 이수하는 등 경영수업을 충실히 받아온 이상무보의 승진 여부는 삼성 인사의 하이라이트다.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현대차 전무(33)도 2003년 인사에서 조심스레 승진이 점쳐지고 있다. 1월 말이나 2월초 이뤄질 현대자동차 인사는 정전무의 승진 여부가 최대의 관심사가 될 것이라는 게 회사 안팎의 분위기다.이밖에 조석래 효성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전무(35)와 2남 조현문 상무(33), 3남 조현상 이사(31)의 승진 여부도 관심거리다. 그룹 전략본부에 소속돼 있는 이들 삼형제는 2001년 인사 때 승진한 이후 2002년 인사에서 건너뛰었기에 올해 승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룹 관계자의 귀띔이다. 이들 젊은 황태자들의 귀추는 2003년 인사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실적 좋은 기업 대규모 승진 잔치 벌릴까‘실적으로 말한다.’ 대기업 전문경영인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말이다. 1년에 한 번 있는 인사에서 ‘실적’은 ‘비상’과 ‘추락’을 결정짓는 저울추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재계인사에서도 ‘실적’은 인사의 향방을 가늠하는 핵심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이미 LG, 신세계, 한솔 등 일부 대기업들의 인사에서도 ‘실적’을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삼았다.삼성과 SK, 현대자동차 등 4대 그룹과 중견그룹들도 ‘실적’을 최우선 평가기준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37조원의 매출액과 15조원의 세전이익이라는 사상 최대의 경영실적을 기록한 삼성은 올해 승진폭이 클 것으로 삼성 주변에서는 보고 있다.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승진은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실적이 좋다고 승진인원을 무작정 늘릴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룹 차원에서 확보한 500여명의 핵심인력 가운데 상당수가 임원급이라는 점에서 기존 임원들의 승진폭은 2002년 수준을 뛰어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SK는 지난해 인사에서 파트너십 경영이 정착됐다고 판단, 현 구도를 크게 깨지 않는 범위에서 인사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SK 고위관계자는 “사장단 인사는 소폭에 그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이미 3분기에 1조3,486억원으로 2001년 순이익을 달성한 SK텔레콤 등 경영실적이 우수한 기업들은 대규모 승진인사를 은근히 기대하는 분위기다.현대자동차도 2002년 경영실적이 전년도에 비해 2조원 정도 많은 25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에 정통한 관계자는 “정의선 전무의 역할 부여에 따라 인사폭이 달라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따라서 ‘성과주의’ 인사관행의 변화 여부도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