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에 사는 주부 윤정임씨는 목돈이 생기면 화랑을 찾는다. 그녀는 단순히 미술품을 보고 즐기는 차원을 넘어 직접 그림을 사고판다. 과거 미술품경매사로 일하면서 그림에 눈을 뜬 후 지금까지 사고판 작품만 50여점. 가격은 작가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대부분 500만원 이하다.하지만 재테크 ‘성적’은 눈부시다. 윤씨는 “얼마전 경매에 내놓았던 작품의 경우 구입가의 세 배가 넘는 가격에 팔았다”며 “재테크라 하기에는 투자기간이 길었지만 구입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 작품은 하나도 없었다”고 밝혔다.벤처기업 사장인 김모씨는 주말이면 강원도로 떠난다. 김씨가 매주 강원도를 찾는 이유는 다름 아닌 나무 때문이다. 김씨는 강원도 평창에 전원주택을 지은 후 남는 텃밭에 관목 500여그루를 심었다. 투자비용은 텃밭을 제외하고 묘목 한 그루에 5,000원으로 총 2,500만원이었다.관리인을 별도로 두지 않고 주말에 직접 내려가 나무를 돌보고 있다. 김씨는 “실제 수익을 보려면 3년 이상은 기다려야 하지만 예상수익률은 연 20%”라며 “은행에 돈을 넣고 떨어지는 금리를 쳐다보는 것보다 나무를 가꾸며 살아가는 것이 훨씬 나은 것 같다”고 밝혔다.과거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그림, 고가구, 도자기 등 미술품에 대한 투자가 일반인들 사이에 파고들고 있다. 미술품뿐만이 아니다. 강원도 임야에 나무를 심어 짭짤한 수익을 노리는 퇴직자나 수석수집을 취미에서 재테크 차원으로까지 끌어올린 직장인도 있다.경매회사 서울옥션의 한 관계자는 “최근 미술품경매를 찾는 계층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일반 회사원들이 자신의 월급을 모아 경매에 참여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미술품가격이 전성기였던 9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내리막을 걸었다”며 “10년 주기로 활황을 거듭하던 미술시장의 흐름상 올해는 되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최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designtimesp=23391>는 크리스티 경매에서 피카소와 모네 등 현대작가들의 작품들이 높은 가격에 팔리는 것을 두고 90년대 초반 이후 식었던 미술품 투자 열기가 다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미술품 투자펀드(Art Fund)가 유행하고 있고, 미술품의 매매에서 투자조언까지 해주는 아트 컨설팅도 널리 퍼져 있다.화테크, 취미와 연결해야 바람직미술품에 투자해 차익을 노린다는 ‘화테크’ 개념은 아직 국내 일반인들에게 낯선 게 사실이다. 미술품의 경우 부동산이나 주식과 달리 작가의 장래성, 작품 구입의 목적성, 현금 호환성 등을 다양하게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투자에서 간간이 등장하는 ‘묻지마 투자’는 절대 통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부동산과 주식에 대한 투자 동기가 시세차익을 노리는 단기투자라면 미술품에 대한 투자는 10년이 넘는 장기투자이면서도 정신적인 체험을 더 중시하는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가나화랑의 김종화 이사는 “미술품을 사려면 무엇보다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미술품은 향후 작품의 자산가치가 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술품을 소장하면서 얻게 되는 인테리어 효과와 자신의 미적 심미안 향상 등 소장가치도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국내 미술품의 유통은 크게 화랑과 경매를 통해서 이뤄진다. 경매의 경우 최근 온ㆍ오프라인을 넘나들면서 급속히 확대돼 낙찰률 역시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화랑과 작가를 통해 가격이 결정되던 관행과 달리 합리적인 가격산정으로 거품을 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격도 100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거래되고 있다.경매시 주의할 점은 수수료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 구입자와 위탁자 모두 10% 이상의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고가 미술품 경매시 수수료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경우 실제 미술품 구입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서울 인사동, 평창동, 청담동 등지의 화랑을 직접 방문하거나 구입하지 않더라도 경매에 참여하면서 작품의 질에 대한 판단능력을 키워야 한다. 처음 구입은 가격이 싼 판화나 드로잉부터 시작해 차츰 넓혀 가는 것이 좋다. 한국화랑협회에서 발표한 작가별 호당 가격이나 경매낙찰가 등으로 작품가격을 미리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미술품 외에도 골동품, 고가구 등 일명 ‘앤티크’들도 선택만 잘하면 훌륭한 투자자산이 될 수 있다. 앤티크는 손때 묻은 장롱, 옷장, 등잔에 이르기까지 100년 이상 된 골동품을 말한다. 세계에서 유일하다는 희소성과 제품에 묻은 세월의 흔적이 앤티크의 가치를 말해준다. 최근에는 서울 이태원에 앤티크가게들이 속속 들어서는 추세. 이태원에서 앤티크가게를 운영하는 김보경씨는 “과거 장년층에서 지금은 신혼부부나 젊은 커플들도 많이 찾는다”며 “화장대와 책상들이 잘나가는 품목”이라고 설명했다.앤티크의 경우 원산지와 보관상태에 따라서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그만큼 수요도 다양하다. 중국 고가구를 수입하는 업체의 관계자는 “중국의 명조ㆍ청조시대에 제작된 고가구에 대한 수요가 부쩍 늘었다”며 “의자 하나에 700만원이 넘지만 수요는 꾸준하다”고 밝혔다.서울 인사동에서 2대에 걸쳐 골동 시계전문점 ‘용정컬렉션’을 운영하고 있는 김문정 사장은 “롤렉스나 까르띠에 등과 같이 널리 알려진 오래된 명품시계의 경우 수요자들이 많아 구입 후에 배 이상의 가격으로 되파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명품에도 모조품이 있는 것처럼 앤티크 역시 ‘짝퉁’들이 즐비하다. 일부러 닳은 흔적이나 흠집을 내 소비자를 현혹시킨다.따라서 실제 제품을 구입할 때는 철저한 시대적인 고증과 조각이나 장식문양의 세세한 요소를 잘 살펴야 한다.목테크, 연 20% 이상 안정수익 보장지난해 주말 농장과 전원주택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나무에 대한 ‘관심’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한택식물원의 강정화 팀장은 “전원주택을 짓고 남는 텃밭이나 직접 임야를 사서 나무를 재배하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며 “투자 후 수익은 일반 금융상품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나무에 대한 투자 역시 미술품과 마찬가지로 3년 이상이 걸리는 장기 재테크다.가장 빨리 자라는 관목의 경우도 재배기간이 최소 3년이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농장보다 덜하지만 지속적인 관리도 요구된다. 수목전문 유통벤처 수프로의 박철홍 사장은 “1만5,000평 규모 이하의 임야의 경우 관리인 없이 직접 재배해야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수목에 대한 관심만 있으면 재배는 그리 어렵지 않다”고 밝혔다.전원생활을 좋아하는 사람의 경우 주말을 이용해 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것. 박사장은 “비록 장기투자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투자 대비 100%가 넘는 고수익도 가능하다”며 “초보자들은 부지확보와 묘목구입 등에 대해 전문업체를 찾아가 컨설팅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자신이 직접 임야와 묘목을 사서 재배를 하지 않고 잘 자란 나무를 발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관상 가치가 높은 소나무 등을 직접 사는 것으로 어느 정도 수목에 대해서 안목이 있는 전문가이어야만 가능하다. 관상용 소나무의 경우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이 넘는 나무들도 즐비하기 때문이다. 기존 소유자에게 소나무를 샀더라도 실제 시장에 유통시키기 위해서는 적어도 2~3년 정도의 나무를 다듬는 기간이 필요하다.미술품, 골동품, 수목 등 동산 재테크의 공통점은 동산 자체가 자신의 취미생활이나 열정의 대상이 될 때 높은 시너지 효과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단기적인 투기가 아니라 적게는 1~2년에서 많게는 10년 이상을 느긋이 기다릴 수 여유를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 박사장은 “수목을 재배해 그만큼 높은 수익을 거둘 수 것은 그만큼 주인의 정성이 들어갔기 때문”이라며 “재배의 즐거움을 알게 된다면 투자와 재미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돋보기 / 고가 미술품 이야기젊은 화가일수록 ‘대박’ ‘리스크’ 공존한국 현대미술작가 박수근(1914~1905)의 작품들이 연이어 국내 경매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경매에서 유화 ‘겨울’이 57만달러에 팔려 한국현대미술 해외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또 3월 말에는 국내 서울옥션 경매에서 유화 ‘초가집’이 4억7,500만원에 낙찰돼 한국현대미술 국내 경매 최고가 신기록을 세웠다. 5월에는 박수근의 유화 ‘아이 업은 소녀’가 5억500만원에 낙찰돼 또다시 기록을 경신했다. 그리고 지난 11월 경매에서는 3호가 조금 넘는 작품 유화 ‘노상’이 5억원에 팔렸다.이렇게 그의 작품들이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지만 실제 박수근은 초등학교 학력으로 평생 가난과 씨름하다 51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생전에 그의 작품은 한국적 정서를 잘 담고 있어 주한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당시 그림가격은 50~100달러로 평범한 회사원의 한 달 월급에 불과했다. 현재 경매시장에 나오는 박수근의 작품 대부분이 이때 외국인들에게 넘어간 것들로 그 차익을 살펴보면 실로 엄청나다. ‘초가집’이나 ‘아이 업은 소녀’ 역시 미국인 소장가가 국내 경매에 출품한 것이다.제2의 박수근을 찾는 방법은 없을까. 젊은 화가일수록 시장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경우가 있어 ‘대박 기회’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젊은 작가들의 경우 시장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그만큼 낮아 리스크가 높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가나화랑의 김종화 이사는 “작품의 가격보다 작가의 가능성을 봐야 한다”며 “주가가 애널리스트의 분석에 의해 움직이는 것처럼 작가의 작품가격 역시 평론가들이나 미디어의 평가를 통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관심 있는 작품들에 대한 평판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필수적”이라고 밝혔다.한편 근현대미술품 중에서는 박수근의 ‘아이 업은 소녀’가 최고가에 경매가 성사됐지만 고미술까지 포함하면 국내 경매 1위는 2000년 4월 7억원에 낙찰된 조선후기 화가 겸재 정선의 ‘노송영지’다.세계에서 가장 비싼 액수에 경매가 성사된 작품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닥터 가셰의 초상’. 8,259만달러에 낙찰됐으며 한화로 1,000억원이 넘는 액수. ‘해바라기’ 역시 3,629만달러, ‘자화상’ 7,150만달러 등으로 고흐는 세계 미술시장의 최고 인기작가로 군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