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트오디오로 명성 쌓아 … SKT의 ‘준’서비스로 매출 급신장 기대

거원시스템은 음악파일 재생 소프트웨어 ‘제트오디오’와 MP3플레이어 ‘아이오디오’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회사다. 지난연말에 코스닥위원회의 심사를 통과, 등록을 앞두고 있다.IT기업이지만 눈에 보이는 상품, MP3플레이어를 팔아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어서 일단 안정적 수익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 각광받는 무선인터넷 분야에도 진출하고 있기 때문에 성장성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이 회사 박남규 사장은 연구개발자 출신이다.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 석사를 마치고, 90~95년 LG전자에서 연구원생활을 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친구들과 함께 창업했다. 84학번인 박사장이 대학을 다닐 때는 ‘벤처’라는 말도 없었다. 하지만 학창시절 그는 전형적인 벤처 1세대들처럼 미국의 애플사와 같이 기술력 하나로 성장한 회사들을 동경했고 창업을 계획했다.현재 거원시스템 미국법인 대표로 있는 정재욱 사장이 창업멤버이자 서울대 공대 제어계측공학과 동기다. 또 연구소장인 이명용 상무, 인터넷미디어 분야의 김정균 이사, 하드웨어 사업 전흥주 실장, 인터넷솔루션 이재용 실장 등이 같은 학교 출신이다. 이밖에 최지훈 연구기획실장, 소프트웨어 사업 송영수 실장 등은 LG전자에서 박사장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다.회사창립 후 음성인식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작했고, 97년에 ‘제트오디오’를 내놓으면서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음성인식솔루션, 디지털음악 콘텐츠, 무선인터넷 콘텐츠 프로바이더 등에 하나씩 손을 대면서 영역을 확장하다가 2000년에는 MP3플레이어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MP3플레이어현재 거원시스템의 사업부문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MP3플레이어), 무선인터넷 콘텐츠공급이다.이중에서 매출비중이 가장 큰 부문은 MP3플레이어다. 2000년 ‘아이오디오’(iAudio)라는 브랜드로 MP3플레이어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는데 2년 만에 자리를 잡았다.2002년 말 국내에서 6만대를 팔아 내수시장의 15%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여러 매체에서 히트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미국 아마존 사이트의 사용자들이 가장 만족하는 MP3플레이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국내 MP3플레이어 시장은 삼성전자의 ‘옙(YEPP)’ 시리즈가 40% 가량을 점유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으로는 디지털웨이와 거원시스템이 나머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한편 <비즈니스위크 designtimesp=23410> 최근호에 따르면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은 현재 3억달러 규모로 한국산이 시장의 56%를 점유하고 있으며, 2005년에는 30억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거원은 지난해 4만대, 금액으로는 약 4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후발주자로 MP3플레이어 시장에 진출,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었던 데 대해 거원측은 “제트오디오나 음성인식 분야의 꾸준한 연구에서 비롯한 기술력이 바탕이 돼 있었으며 디자인이 인정을 받고, 시의적절한 마케팅전략을 펼친 것”을 성공요인으로 꼽는다. 거원이 첫 제품을 내놓았던 2000년은 한때 150개사에 이를 정도로 난립하던 MP3플레이어 제작사들이 한 차례 정리되고 난 뒤였다. 거원은 제품을 내놓으면서 고객의 반응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해 즉각 반영했다. 시장진입에 성공한 후에는 출혈 가격경쟁은 지양하고 정가 정책을 고수했다.하지만 앞으로도 MP3플레이어 부문에서 안정성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우선 삼성전자를 비롯해 디지털웨이 등 쟁쟁한 경쟁사가 많은데다 MP3플레이어 시장 자체의 성장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거원측은 “3년 이후를 예측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MP3 보급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무선인터넷하드웨어 다음으로는 무선인터넷 부문의 매출비중이 크다. 2001년 18억원으로 전체매출의 21.3%를 차지했고, 2002년은 37억원으로 22%의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무선인터넷 콘텐츠공급 분야에서는 SK텔레콤과 공고한 관계를 쌓아온 것이 강점으로 보인다. 이 회사 함연호 팀장은 “SKT와 국내 무선인터넷 시장 초창기부터 UMS소프트웨어, 콘텐츠 제공 개발자 툴, 부가단말기 게이트웨이 서버 등 다양한 무선인터넷 솔루션을 개발해 왔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SKT의 ‘준’ 서비스에 참여해 음악 등의 콘텐츠 제공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한편 이 회사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고, 적잖은 매출을 올려주었던 소프트웨어 부문은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2001년에는 멀티미디어 파일 재생 소프트웨어인 ‘제트오디오’를 일본과 미국, 국내 PC메이커들에 번들 형태로 공급하면서 21원의 매출을 올렸고, 2002년에는 대폭 줄어 4억원에 그쳤지만 올해는 20억원대를 예상하고 있다.이 회사는 특이하게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콘텐츠 3가지를 모두 갖춘 사업형태를 취한다. 요즘 쏠쏠한 매출을 올리는 통화연결음 전문업체, 모바일 게임제작 전문업체 등과 비교하면 거원시스템의 사업분야는 엄청나게 방대한 편이다. 이는 회사가치를 높이는데 이점으로도 단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박사장은 이에 대해 “어떤 측면에서는 ‘방만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결국 이 모든 분야는 ‘디지털오디오 토털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우리의 목표로 모아진다”면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콘텐츠 세 부문이 이렇듯 일관성이 있다면 유기적으로 관계가 있으므로 상승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거원시스템은 코스닥 등록심사를 통과한 상태로, 주식공모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오는 3월께로 예상된다. 박남규 사장이 29.76%로 최대주주이며 보광창투와 SKT가 각각 5.91%와 8%의 지분을 갖고 있다.(공모 전 수치)CEO 탐구 / 박남규 사장“5년마다 매출 100배가 목표”95년에 만들어졌으니, 거원시스템은 IT벤처 중에서 어엿한 ‘중고참’ 격에 든다. 하지만 그 흔한 벤처열풍이 불 때도 이렇다할 바람몰이한 적 없고, 또 거품이 꺼지면서 벤처들이 줄줄이 쓰러져 갈 때도 별다른 어려움을 알지 못했던 그야말로 ‘무던한’ 벤처기업이다.박사장은 회사를 만들 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5년마다 매출이 100배가 되도록 하자”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한순간의 폭발보다 꾸준한 성장을 목표로 했다는 얘기다. “따라서 벤처 붐이 어떻든지 우리는 우리가 계획한 일정대로 가는 것뿐”이라고 그는 덧붙였다.주식시장에서 주가를 맞히는 게 ‘신의 영역’에 속한다고 여겨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IT업계에서는 2년 앞을 내다보는 게 불가능하다고들 한다. 그만큼 변화가 지독하게 심하기 때문이다. 박사장은 “되돌아보면 이토록 심하게 변하는 IT환경 속에서도 그릇된 예측을 토대로 잘못된 전략을 수립해 실패한 적은 설립 이래 지금까지 없는 것 같다”면서 “우리 회사는 이제 외부환경의 변화에 재빨리 적응할 수 있는 조직력이나 시스템을 갖춘 단계”라고 했다. 그는 “결국 기업의 가치를 좌우하게 될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는 것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약력 :1984~90년 서울대학교 제어계측공학과 석사. 90~95년 LG전자 선임연구원. 95년 거원시스템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