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 오픈 두달 만에 6만명 가입

“남편이랑 오늘도 아들 승제 때문에 언쟁을 벌였다. 요즘 들어 부쩍 승제한테 짜증을 많이 내는 애 아빠가 좀 보기 안 좋아서 … 어쩌다 아빠가 같이 놀아주면 승제는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우리 할머니와 어머니의 관계는 남다르다. 두 분 다 성격이 불같아서 늘 싸우다가도 또 친구처럼 친하기도 하다. 그런데 고부관계의 특징상 한 번 싸우면 그 앙금이 쉽게 가시진 않는다.”(이상 국내 한 블로그 웹페이지에 올라온 글)관음증환자와 노출증환자가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을 노출시키며 만족을 느끼는 사람과 상대방을 엿보며 쾌감을 즐기는 사람들이 전혀 거리낌 없이 만나는 곳이 있다. 새로운 형태의 인터넷 웹페이지 블로그다. 이곳에서는 이런 만남이 하루에도 수천번 넘게 이뤄진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을 일기 적듯이 매일매일 적어 공개하고 어떤 사람들은 이 일기장에 올라온 글을 읽기 위해 모여든다. 운영자의 좋지 않은 소식에는 리플을 달아 위로하고 솔직담백한 이야기에 감동의 ‘답글’을 올려준다.블로그는 이렇게 개인의 일상생활 흔적을 ‘일기’처럼 올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검증받는다. 또 링크기능을 만들면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서로의 블로그를 방문해 손쉽게 온라인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도 있다. 기술이나 상업적 제약 없이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온 세상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블로그와 일반 커뮤니티의 차이점은 공개된 게시판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사적인 온라인 공간에서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콘텐츠 주제도 다양해 개인의 신변잡기에서 문학, 자동차, IT기술 등 특정 분야에 대한 짧막한 주제까지 다루지 못할 주제가 없다.미국에선 한달에 4만명 이상 개설블로그(Blog)란 ‘웹 로그’(Web Log)의 줄임말로 ‘웹상의 일기장’을 의미한다. 미국과 중남미지역에서 시작돼 지금은 전세계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미국에서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로거(www.blogger.com)에서는 블로그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리고 있다.‘일기처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짧은 게시글들로 이뤄진 웹페이지’.블로그를 이용하면 복잡한 HTML 언어와 홈페이지 제작방법을 몰라도 글과 그림, 사진 등이 담긴 자신만의 멀티미디어 홈페이지를 간단히 만들 수 있다.블로그는 이미 미국과 중남미지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블로거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한 달 동안 자신의 웹사이트에 블로그를 설치한 사람수만 무려 4만명 이상이었다.현재 전세계적으로 블로그 사이트는 50만개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에서 블로그 서비스(www.blog.co.kr)를 제공하는 황재혁 에이블클릭 사장은 “미국의 경우 과거 30~40대에서 지금은 10~20대에게 퍼지기 시작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며 “미국 고등학생의 경우 하루라도 블로그를 이용하지 않으면 손이 떨린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라고 말했다.현재 미국에서 유행하는 블로그의 경우 단순한 일기가 아니라 매일 신문이나 TV뉴스를 소개해 그 기사에 대한 자신의 성향을 덧붙인 웹페이지를 블로그라고 칭하고 있는 케이스가 많다. 이는 블로그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뉴스 게릴라’가 되고 이들은 또 어느 정도의 여론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이런 경향은 2001년 9월 테러 이후 미국인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과 때를 같이 한다. 이 시기 정치나 전쟁, 테러 등을 소재로 한 블로그가 급증해 ‘워 블로그’(War Blog)로 불리기도 했다. 미국의 유명한 평론가나 저널리스트가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는 인터넷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됐다.실제로 블로그 형식을 도입한 미국의 포털사이트 MSNBC에서 인기 있는 토론 게시판의 경우 최대 뉴스 청취시간대에 올라오는 게시물의 숫자가 매달 1,700만개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지난해 미국 <뉴욕타임스 designtimesp=23424>는 “테크놀로지에 서먹서먹한 저널리스트조차 간단하게 웹을 만들 수 있다. 그것이 블로그 보급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designtimesp=23425> 역시 “블로그가 기존 미디어를 죽일까?”라는 기사를 게재할 정도가 됐다.1인 미디어시대 주역으로 등장미국에서 불어닥친 블로그 열풍이 이제는 한국으로 번지고 있다. 블로그 형태의 홈페이지는 사실 국내에도 어느 정도 널리 퍼져 있었다. 지난해 국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모은 스노우캣(www.snowcat.co.kr)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다. 스노우캣의 경우 일반 블로그와 차이점이 있다면 작가가 매일 자신의 일기가 아닌 고양이의 일기를 올린다는 것.또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designtimesp=23433>와 같이 국내 언론사 홈페이지에서도 블로그 기능이 적절히 활용되고 있다. 홈페이지에 올려진 기사를 본 독자들은 기사 밑에 달린 블로그 기능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올린다. 즉 기사를 쓴 취재기자의 경우 자신의 기사가 ‘일기’인 셈이다. 최근 다음에 개설된 칼럼 사이트(column.daum.net) 역시 마찬가지다.국내 최초의 블로그 사이트라 할 수 있는 위크(www.wik.ne.kr)의 경우 지난 2001년 시작당시에만 해도 7명 수준을 유지하다 최근 갑자기 인기를 모으면서 회원수가 100명이 넘어선 상태. 위크를 처음으로 만든 이남우씨는 “갑자기 블로그가 인기를 얻으면서 일반 게시판과 뭐가 다르냐는 질문을 받는다”며 “차이점은 다름 아닌 자신이 주역이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블로그를 만들어주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국내 블로그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황재혁 사장은 “이제 오픈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6만명의 가입자를 돌파했다”며 “대부분 20~40대를 중심으로 활발한 참여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황사장이 지향하는 것은 블로그 포털. 그는 “모든 블로거들이 기자 역할을 하는 1인 미디어시대를 여는 게 1차목표”라며 “향후에는 인터넷시대의 진정한 의미가 될 수 있는 풀뿌리 매체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말했다.이런 블로그 사이트는 사람들의 관심이나 욕구, 문제점, 취향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매우 좋은 장소다. 이를 광고나 마케팅에 활용한다면 광고효과는 물론 해당 광고에 대한, 그리고 광고주의 브랜드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쉽게 살필 수 있다.국내 한 블로거는 “블로그는 지극히 개인적이면서 공동체적인 성격을 지닌다”며 “어떤 이의 블로그를 오랫동안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과 심리적인 유대관계가 생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라고 밝혔다. 블로그는 어떤 매체와도 비교할 수 없는 애틋한 감정적 연결고리가 되는 셈이다. 이씨는 “아직 국내에 널리 퍼지지 않은 상황에서 상업적인 용도를 생각하는 것은 힘들 수가 있다”며 “기존 블로거들의 반감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블로그 활용 마케팅 사례 등장지난해 여름 미국에서는 드림위버, 플래시를 비롯한 웹 저작도구 제작사로 유명한 매크로미디어가 블로그를 이용한 파격적인 마케팅 수단을 도입해 화제가 됐다. 매크로미디어는 개인적으로 블로깅(블로그를 하는 행위)을 하고 있던 5명의 회사 직원들에게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직함을 부여하고 자사 제품에 대한 블로깅을 시작하도록 한 것.매크로미디어 제품을 소개하고 사용후기 등을 적어 다른 블로거들에게 마케팅 수단으로 적절히 활용한 것이다. 놀랍게도 이런 전략은 효과가 있었고 매크로미디어에 대한 관련 소식들이 블로그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이 같은 블로그를 이용한 마케팅 시도는 최근 인터넷을 이용해 마케팅을 펼치려는 국내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TV와 인터넷에 광고를 하고, 광고 e메일을 쏘아대고, 갖은 정성을 들인 홍보자료를 내보내더라도, 기업 브랜드 이미지는 온라인 소비자들의 ‘입방아’에 의해 순식간에 좌지우지되고 만다. 아무리 회사가 공들여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놓더라도, 그 회사에 불만을 가진 직원이나 소비자가 인스턴트 메신저로 전세계 온라인 ‘친구’들에게 나쁜 말을 퍼트리기 시작하면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위크의 운영자인 윤성환씨는 “위크에 참여하고 있는 블로거들의 경우 대부분 매켄토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매켄토시를 홍보하는 영업사원이 돼버린다”고 밝혔다.지금의 네티즌들은 인터넷을 통해 더 쉽게 의견을 교환하고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그 어떤 미디어보다 강력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지금은 인스턴트 메시징, e메일, 채팅, 뉴스그룹, 인터넷 게시판, SMS 문자메시지 등이 이런 세력 구축을 위한 중요한 도구였다. 최근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들이 자사제품의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온라인상에 ‘브랜드 커뮤니티’를 개설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그리고 이제 블로그가 이런 트렌드의 선봉에 서 있게 될 지 모른다.한 인터넷 전문가는 “스팸메일, 팝업광고, 경품행사처럼 네티즌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홍보수단들은 더 이상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런 ‘전통적인’ 수단들은 분명 단기적 성과를 올리는 데 유용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위력 앞에 무너져 버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이제 네트워크로 연결된 소비자들의 힘은 전례 없이 강해지고 있다. 기업의 마케팅담당자들은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날이 갈수록 내실 없는, 부정직한 마케팅은 소비자 커뮤니티에 의해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이제 브랜드 인지도만으로는 인터넷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들의 환심을 살 수 없다. 비록 TV나 신문, 화려한 온라인 광고를 통해 접할 수 없더라도, 온라인 소비자의 공동체 안에서 신뢰를 쌓은 기업이라면 그 수명과 영향력은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이다.돋보기국내 블로그 시초는 ‘위크’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국의 ‘블로거’들은 그야말로 평범한 젊은이들이었다. 현재 위크(www.wik.ne.kr)를 이끌고 있는 윤성환씨는 “일기를 쓰듯이 자신의 생활을 보여주며 공감대를 형성할 뿐”이라며 “블로그 자체가 다양한 인간관계의 한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국내에 블로그란 개념을 처음 선보인 위크는 이남우씨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씨는 과거 중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미국 블로거(www.blogger.com) 사이트에 자신의 중국생활에 대한 기록들을 올리면서 블로그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귀국하면서 2명의 친구와 함께 블로그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지금은 100명이 넘게 불어난 블로그 포털이 된 것.이씨는 “현재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사이트인 블로그인(www.blogin.co.kr)을 준비 중이다”며 “기존 국내의 블로그 사이트들과 차별화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온라인상에서 서로의 ‘일기’를 훔쳐보며 시작된 이들의 인연은 오프라인으로 연결됐다.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씩은 만날 정도로 돈독한 친목을 자랑한다. 윤씨는 “등록된 회원수는 100명 정도이지만 회원 외에도 가끔씩 찾는 네티즌을 포함하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고 전했다. 현재 위크의 오프라인 모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초기 멤버. 대학교 이사장부터 대학생까지 연령별, 직업별로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윤씨는 외국에서 직접 블로그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위크의 운영진 중 한 사람인 송나영씨는 “내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때로는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며 “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도 때로는 국내 언론보다 더욱 현실감 있고 빠르게 접하게 될 때가 많다‘고 밝혔다. 인신공격과 일방적인 헐뜯기 식의 게시판 문화와는 사뭇 다르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