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위기 이후 40~50대 명예퇴직자 중심으로 형성됐던 창업자그룹은 몇 년 사이 외양과 성질이 크게 변했다. ‘취업 대신 창업!’을 외치는 20대와 ‘내 사업을 하겠다’며 사표를 던지고 나온 30~40대까지, 창업희망자 면면은 그야말로 다종다양해졌다. 심지어 10대 고교생까지 대학진학 대신 창업을 꿈꾸는 시대다.창업자 평균연령이 낮아지고 경쟁이 심화될수록 ‘성공’할 확률도 떨어지는 법. 하루하루가 급변하는 이 시장에서 살아남아 스스로 만족하는 수준에 다다르려면 ‘성공의 법칙’을 꿰뚫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물론 이 ‘성공의 법칙’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다. 유재수 한국창업개발연구원장은 “창업자들의 성공담이 예비창업자들을 격동시키곤 한다. 하지만 하룻밤에 거둔 것처럼 보이는 성공의 표면을 들추어보면 여러 해에 걸친 노력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창업자로서 자질부터 준비 → 실행 → 수확까지 쉬운 단계가 없다는 이야기다.최근 두드러지는 현상 가운데 하나는 20~30대 청년창업의 급속한 증가세다. 원천봉쇄 당하다시피 한 취업환경과 불안한 고용환경이 젊은층을 창업시장으로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가 되지 않기 위해 대학시절부터 창업준비에 나서는 사례가 적지 않다.아예 대학에서 창업 관련 학과를 개설, 체계적인 창업교육을 시키는 예도 늘고 있다. 경남대에는 벤처창업학부가 있고, 문경대(외식창업경영과), 주성대(창업경영과), 가천길대학(창업경영과) 등이 창업을 주요 실용학문으로 다루고 있다. 또 대부분의 대학이 창업 관련 과목을 개설한 것은 물론 창업동아리 지원도 활발하다.반면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 ‘비전’을 찾지 못해 기수를 창업으로 바꾸는 젊은층도 상당수다. 불과 4~5년 전 명예퇴직 후 생계수단으로 창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40~50대와는 전혀 다른 세대인 셈이다.그러나 젊은 창업자의 증가와 성공비율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김영문 뉴비즈니스연구소장(계명대 교수)은 “많은 예비창업자들이 자신의 성향과 자질을 모른 채 창업에 나선다. 창업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손쉽게 창업하면 그만큼 쉽게 망하기 마련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더불어 “창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 자질과 적성에 맞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말 그대로 자질과 적성에 맞는 사람이라면 창업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된다. 하지만 쉴새없이 변하는 창업 트렌드를 정확하게 읽고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이 마저도 소용없다.창업컨설팅업계에서는 올해 주목해야 할 키워드로 ‘검약, 건강, 주5일 근무제, 생활편의, 어린이’ 등을 공통적으로 꼽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하락을 우려한 소비ㆍ투자 감소세가 ‘검약’ 트렌드를 낳았고, 각종 매스컴을 통해 ‘건강’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창업시장에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는 것이다.올해부터 본격 시행이 예상되는 주5일 근무제 역시 레저ㆍ스포츠ㆍ휴양문화와 접목돼 활용범위가 넓다. 생활편의를 높여주는 서비스업과 불황을 모르는 어린이대상사업은 ‘부동의 아이템’으로 꼽힌다.하지만 자질과 적성, 시장을 읽는 눈을 갖췄다 해도 실패가 비켜 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업종선택, 프랜차이즈 선택의 단계에서 실패냐, 성공이냐 나눠지는 예가 허다하다.모든 창업분야가 프랜차이즈화되면서 나타난 부실 체인본부의 양산은 이미 사회문제로 확대된 상태다.실제로 한국소비자보호원과 프랜차이즈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는 부실 체인본부 때문에 도산한 피해자들의 호소가 줄을 잇고 있다. 최근 정부가 프랜차이즈 표준약관을 다듬고 가맹사업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령을 만드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의할 당사자는 예비창업자 자신이다.INTERVIEW / 청년창업 성공사례패기가 재산 “직장탈출 보람있어요”“손님은 언제나 옳습니다.”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같은 말을 했다. 베테랑 사업가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하는 말이 아니다. 봉급쟁이 생활 대신 창업을 택해 승승장구하고 있는 두 사람은 “손님 입장이 되지 않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서울 종로구청 옆에서 ‘이디야에스프레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정곤 사장(33)은 3월이면 ‘새 출발 1주년’을 맞는다. 서강대 신방과 졸업 후 대우인터내셔널에서 4년 동안 선박영업담당으로 일한 그는 2001년 11월 사표를 던지고 창업에 나섰다. 이듬해 3월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을 내기까지 1년 남짓 시장조사, 입지조사에 시간을 투자했다고.덕분에 군소 경쟁점포가 두 배로 늘고 바로 옆에 세계 최대 커피점 스타벅스가 들어와도 흔들림 없는 기반을 만들었다. “마니아층을 만들어낸 커피맛과 저렴한 가격, 손님에게 최선을 다하자는 원칙이 경쟁력”이라는 김사장은 한달 평균 1,200만원 선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프랜차이즈 선택을 앞두고 1주일 넘게 잠을 설치며 고민했다는 이동희 사장(32)은 적극적인 투자로 손님을 끌어 체인본사에서 ‘마케팅 귀재’라 부른다. 고교졸업 후 중앙개발(현 삼성에버랜드)에서 10년간 요리사로 일했던 그는 2001년 12월 경기도 군포에 호프전문점 ‘비어캐빈’을 열었다.그리고 11개월 만에 서울로 입성, 현재는 서울 영등포에서 이벤트 주류전문점 ‘유객주’를 운영 중이다. 군포에서는 30평 점포에서 매달 3,800만원 선의 매출을 올렸고 현재는 84평 점포에서 월 8,500만원의 매출을 목표로 잡고 있다.이사장의 장기는 ‘피라미드식 영업’. 끊임없이 이벤트를 개발해 손님을 끌고, 손님 하나하나를 만족시켜 또 다른 손님을 데려오게 만든다는 데서 붙은 말이다. 2월의 이벤트는 ‘소주 100원, 맥주 200원에 제공’. “내가 손님이라면 어떤 서비스에 만족할까 항상 고민한다”는 이사장은 ‘적극성과 결단력’을 자신의 장점으로 꼽았다.두 사람의 성공비결은 ‘스스로 사업원칙을 세우고 반드시 실천한다’는 데 있다. 주먹구구식 운영을 경계하고 눈앞의 이익을 좇지도 않는다.“의욕만 앞서 급하고 가볍게 사업을 벌이는 젊은 친구들이 많아요. 하지만 철저한 준비와 확신 없이 ‘일단 시작하고 보자’는 식으로 창업한 경우 십중팔구 실패를 맛봅니다. 창업으로 성공하기란 취업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것, 명심하세요.”예비 청년창업자에게 주는 ‘현장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