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03Q1’최근 샌프란시스코 도심에 자리잡은 W호텔에서 열린 미국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신제품 발표회 행사장 벽면에 붙어있는 글자이다. 암호처럼 보이는 이 글자는 도대체 무슨 뜻인가. 그리고 선은 왜 이런 표현을 들고 나왔을까.원문을 알면 그 해답을 알 수 있다. ‘NC03Q1’은 ‘Network Computing 2003, the first quarter’를 줄인 말. 네트워크 컴퓨팅은 선이 내세우는 컴퓨팅 패러다임의 새로운 비전. 2003년 1분기에 컴퓨터 사용 형태를 바꾸는 ‘네트워크 컴퓨팅’ 신제품을 선보인다는 자부심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매출 감소와 엄청난 적자에 시달리는 회사를 되살릴 희망도 담겨 있다.선이 이날 선보인 제품은 크게 세 가지. 서버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스토리지 시스템이다. “매분기 5억달러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나온 제품들”이라고 스콧 맥닐리 선 회장은 자랑스럽게 소개했다.제품특성을 보면 선이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한마디로 컴퓨터 시스템을 단순하게 만들고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췄으면서도 업무의 확장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효율을 높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맥닐리 회장은 발표회장에서 “지금까지 컴퓨터는 전체 시스템이 아니라 부품처럼 공급돼 이용자가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이번에 선보인 제품은 통일된 기반에서 개발돼 효율적이고 업무에 손쉽게 적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맥닐리 회장이 강조한 통일된 기반이란 ‘선 파이어 블레이드 플랫폼’이란 이름의 새로운 솔루션. 이 솔루션은 멀티 아키텍처가 특징이다. 여러 종류의 제품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쓸 수 있게 한 것이다.운영체계(OS)로 선의 솔라리스는 물론 리눅스를 지원하고 중앙처리장치(CPU)는 선의 SPARC와 인텔의 X86시리즈를 사용한다. 이 같은 멀티 아키텍처 블레이드 서버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는 게 선의 자랑이다.블레이드 서버는 서버를 하나의 기판에 넣어 대형 캐비닛에 여러 대의 서버를 설치한 것으로 값이 싸고 설치면적이 작아 데이터센터 등에서 널리 사용된다. 크기도 아주 작아졌다. 보통 데스크톱 컴퓨터만한 박스에 최대 12개의 서버 블레이드를 탑재할 수 있다. 발표회에서 닐 녹스 선 부사장은 노트북 2~3개를 붙인 정도의 크기인 경쟁사(델 컴퓨터로 추정) 제품을 보여주면서 얼마나 작은지를 강조했다.서버 이용 효율화를 위해서는 ‘N1 프로비전닝 서버 3.0 블레이드 에디션’을 선보였다. 컴퓨터가 처리할 기능을 여러 대의 서버에 분배해 서버 이용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해준다. 가령 데이터센터에서 인터넷 접속이 늘어날 경우 e메일 서버를 웹서버로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이것은 선이 제시한 차세대 컴퓨터 비전인 ‘N1’을 처음으로 적용한 제품.맥닐리 회장은 이들 제품이 선을 되살릴 ‘비장의 무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이 기존 유저가 가장 많은데다 이번에 선보인 신제품들이 경쟁사 제품에 비해 가격 대비 성능이 25~35% 이상 뛰어나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 때문에 조만간 시장점유율도 올라가고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란 설명이다.선은 ‘개방형 컴퓨팅’을 내세워 급성장했으며, 특히 인터넷 붐과 함께 서버 시장에서 강세를 누려 지난 2000년 주가가 60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버블붕괴와 함께 실적이 나빠졌다. 지난해는 매출 29억달러에 적자가 무려 22억달러에 이르렀다. 주가도 3달러 선까지 미끌어졌다. 태양(Sun)은 ‘NC03Q1’을 앞세워 다시 떠오를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