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제 379호 (2003년 03월 10일)

햇병아리 검사의 좌충우돌

기사입력 2006.09.04 오전 11:54

검찰의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고들 한다. 검찰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 건국과 동시에 일찌감치 권력의 시녀 노릇이나 하며 추상같은 권위에 먹칠을 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요즘에는 검찰 수사결과를 믿는 사람보다 안 믿는 사람이 더 많은 지경에 이르렀으니까.

큰 사건만 터졌다 하면 온통 특별검사제를 들먹여대니 검찰에 이제는 더 이상 떨어질 권위가 남았는지조차 의문이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 검사들은 18층 지옥 중에서도 끄트머리라는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져 있는 심정일 것이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지만 까짓 날개야 있든 없든 맹렬하게 추락하는 뭔가가 다시 고개를 쳐들기는 쉽지 않다. 검찰의 권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난 2월24일에 검찰은 공식적으로는 처음으로 특별검사제를 수용하겠다고 밝히며 ‘위상 바로잡기’에 안간힘을 다하는 듯 보였는데, 얼마만큼 빠르고 높이 솟구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그 속도와 고도를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되는 만화가 하나 있다.

<본격 검사 스토리 / 검사 마루초 designtimesp=23558>(서울문화사 발행)는 한 햇병아리 검사의 좌충우돌 활약상을 그린 만화다. 작가 다카타 야스히코는 오랫동안 검사생활을 한 뒤 사무실을 개업한 변호사의 감수를 받아 스토리를 전개시키고 있다. 스토리 자체가 흥미진진할 뿐만 아니라 묘사가 꽤 치밀하다.

하기야 현직 검사들이 보기에는 코웃음 쳐지는 내용일 수도 있다. 전문가를 그리는 만화가 으레 그렇듯 이 만화 역시 검사들에게서 “한 번 직접 해보시지. 그렇게 되나, 안되나” 하는 비웃음을 살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자세가 지금의 검찰을 이 지경까지 끌어내렸음을 자각한다면 말도 안되는 듯한 만화 한 페이지가 인생을 뒤바꿔 놓을 수도 있다.

예술이란 그런 것이다. 나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듣고 인생이 바뀌었다는 친구를 안다. 그 친구가 그 음악을 듣기 전까지 얼마나 클래식에 문외한이었는지도 안다. 고전음악계의 거장과 한낱 만화가 ‘나부랭이’를 직접 비교하는 것이 무리라고 말한다면, 아무리 쓰레기 같은 작품이라도 어떤 인간들에게는 인생을 뒤바꿀 만큼 느껴질 수 있다고 대답하겠다.

<본격 검사 스토리 / 검사 마루초 designtimesp=23565>는 용기를 준다. 패배감에 사로잡혀 있다면, 인생이 ‘희망 한줌, 절망 한됫박’처럼 느껴진다면, 모르긴 몰라도 이 만화는 효험 괜찮은 치료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주의 문화행사

라 트라비아타

3월15(토)~17일(월), 19일(수), 21일(금)/평일 오후 7시30분, 일요일 오후 4시/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R석 8만원, S석 6만원, A석 4만원, B석 3만원, C석 2만원

예술의전당이 개관 10주년 기념으로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designtimesp=23582>를 선보인다. 드라마틱한 심리묘사로 유명한 오페라연출가 이소영과 베르디 음악의 해석으로 극찬을 받은 바 있는 지휘자 로베르토 톨로멜리가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어우러진다.

‘비올레타’ 역을 맡은 다리나 타코바는 라 스칼라와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도이치 오퍼 베를린 등 세계 유수 오페라극장에서 비올레타를 열연한 경력이 있다. 여기에 <토스카 2000 designtimesp=23585> <가면무도회 2001 designtimesp=23586>을 통해 국내 무대에서 활동했었던 중국계 테너 워렌 목이 합세한다. 테너 김재형과 소프라노 김성은, 바리톤 김승철 등이 이들과 함께 열연한다.

널리 알려진 ‘축배의 노래’를 비롯해 ‘아 그이인가’ ‘프로벤자 내 고향으로’ ‘파리를 떠나서’ 등 관객에게 친숙한 아리아와 2중창들이 오페라극장에서 울려퍼질 예정. (02-780-6400)

로베르 르파주의 ‘달의 저편’ = 3월13~15일, LG아트센터. 캐나다가 배출한 아방가르드 연극의 거장 로베르 르파주. 돌아가신 어머니의 아파트를 정리하며 빚어지는 이들 형제의 충돌과 갈등, 그리고 화해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구성해냈다. 과거 달을 둘러싸고 미국과 소련이 벌인 치열한 우주개발 경쟁의 역사와 맞물려 만들어낸 것.

첨단 특수효과로 단순한 무대와 평범한 생활용품들은 순식간에 전혀 색다른 공간과 사물로 탈바꿈하고, 기발한 소품과 재치 있는 대사들은 유년기의 추억과 우주를 향한 인간의 꿈을 절묘하게 표현해냈다.

(02-2005-1114)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 5월8~10일, 오후 8시, 11일 오후 7시30분, 서울 월드컵경기장. 중국 영화감독 장이머우 연출. 투란도트 역에 소프라노 조반나 카솔라, 바르바라 데 마이오 카프릴리, 칼라프 역에 테너 니콜라 마르티누치, 다리오 볼론테, 류 역에 소프라노 알레산드라 파체티, 티무르 역에 베이스 양희준 외. 카를로 팔레스키 지휘, 키예프내셔널오케스트라. (02-3473-7635)

토요일밤의 열기 = 4월5일~5월10일 리틀엔젤스예술회관. 젊음의 아름다움과 아픔을 그린 영국 원작 뮤지컬을 한국배우들이 공연한다. 비지스의 음악으로 엮었다. 관객은 디스코가 유행하던 70년대로 돌아가게 된다. 윤석화 제작ㆍ연출, 최정원 주원성 박건영 출연. (02-501-7888)

뮤지컬 장보고 = 3월1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통일신라시대 청해진을 거점으로 해상무역로를 개척했던 장보고의 진취적 기상을 그렸다. 극단 현대극장, 김지일 작, 김진영 연출, 박철호 강효성 출연. (02-762-6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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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