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입에 오르내리고, 비슷한 말로 ‘치료보다 예방이 낫다’는 믿음도 강력하다. 그래서 이른바 ‘종합검사’라고 하는 건강진단이 인기가 높다.그런데 이런 종합검사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또 그 효과에 대해 어떤 과학적 증거가 있는지 의심해 보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병이 발견되면 고치면 되고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으면 안심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종합검사는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순기능을 하는 것같이 보인다.종합검사는 수십 가지의 혈액검사 대소변검사 내시경검사 심장검사 초음파 등의 각종 영상진단, 내시경검사 등으로 이뤄지고, 검진 종류에 따라 CT, MRI 같은 검사까지 동원해 적지않은 비용이 든다. 이런 비용의 투자효과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나은 효과를 바라는 경제원칙을 우선 따져야 할 것이다.검사의 효능에도 여러 가지 제약요인이 있다. 아무리 뛰어난 검사라도 있는 병을 놓칠 수 있는 법이고 반대로 없는 병이 있는 것처럼 나타날 수도 있다. 잘못된 안심감만 심어주게 돼 적절한 치료기회를 잃게 만들 수도 있고, 반대로 병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더 힘든 정밀한 재검사와 이에 따른 신체적, 경제적 부담도 커질 수 있다.이런 검사의 정확도에 따른 문제뿐만 아니라 어떤 병을 대상으로 검사하느냐 하는 문제도 있다. 건강진단의 목적이 질병의 조기발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일찍 발견하면 치료가 한결 쉽고, 그 결과 또한 증세가 나타난 후 늦게 진단돼 치료했을 때보다 더 나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른다. 그런 조건이 없다면 미리 건강진단을 받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검사를 받은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특정 질병의 사망률이 의미 있게 낮아졌다는 확실한 연구결과가 나왔을 때 비로소 그 검사를 권고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다.그런데 현재 이뤄지는 많은 검사 중에는 이런 효과가 아직 입증되지 않은 것이 많고 입증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그래서 건강진단은 가능하면 선택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각 개인의 나이, 성별, 과거병력, 생활습관, 위험요인, 가족병력 등을 고려해서 효과가 입증된 검사만 골라서 하는 것이 바람직한 건강진단 방법이다. 실제 종합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들은 전부 해주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서 경우에 따라서는 패키지로 검사하기도 한다.그렇지만 앞서 말한 대로 경제적, 신체적, 심리적 부작용이 큰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 이런 종합검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몸에 생긴 병을 조기에, 그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일찍 발견하는 2차예방이지, 그 병의 발생을 막는 1차예방이 아니다.1차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금연, 절주, 충분한 휴식, 운동, 적절한 영양섭취 같은 생활습관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아직도 사람들은 종합검사란 이름 뒤에 숨어 있는 기술, 기계, 수치 같은 것에 더 믿음을 두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이런 1차 예방법에는 소홀한 게 현실이다.이정권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서울대 의대, 한양대 가정의학과 과장,한국역학회 회원,현 성균관대 의과대 의학과 가정의학과 교수,현 대한 가정의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