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379호 (2003년 03월 10일)

기업지배구조 ‘샅샅이’ 파헤친다

기사입력 2006.09.04 오전 11:54

사례1. 지난 2월24일. 두산의 주가는 상한가였다. ‘변칙증여’ 의혹을 받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전량 소각한다는 호재 덕분이었다.

사례2. 지난해 8월13일.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제과는 하루 사이 각각 14%와 11% 폭락했다. 러시아에 각각 900만달러를 투자한다는 것이 ‘기업지배구조의 불투명성’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례에서 보듯 기업지배구조는 기업의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안드레이 슐라이퍼(Andrei Schleifer) 하버드대학 경제학 교수는 기업지배구조에 대해 ‘투자자들이 투자에 대한 대가를 적정하게 받을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예컨대 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갖춰야지 투자자들이 정당한 이익을 돌려받을 수 있고, 이에 따라 기업의 가치도 높아진다는 뜻이다.

배기홍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않은 기업은 주가도 낮다”며 “상장, 등록된 기업 중에서 실제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그 사실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아 주가 하락의 빌미가 된 경우도 있을 정도”라고 설명한다.

기업지배구조라는 개념이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97년 IMF 위기 이후다. IMF의 원인이 지배구조의 불투명성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정부를 중심으로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각종 제도를 만들어냈다. 이런 배경 속에서 기업지배구조를 연구하는 연구소도 2001년 말부터 속속 등장했다.

2001년 11월 설립된 고려대의 ‘아시아기업지배구조연구소’(Asian Institute of Corporate GovernanceㆍAICG)를 선두로 비슷한 시기에 참여연대 멤버가 설립을 주도한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enter For Good Corporate GovernanceㆍCGCG)가 등장했다. 이후 2002년 5월에는 증권거래소 등이 참여한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Corporate Governance ServiceㆍCGS)가 설립됐다.

CGCG- '독립성' 강점

최근 세간을 떠들석하게 한 ‘두산 지배주주일가의 특혜성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 논란은 바로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가 발간한 이슈리포트로부터 비롯됐다. 김선웅 변호사(법제도연구실장)가 지난 10월21일 발간한 이 보고서를 토대로 참여연대가 의혹을 제기했고, 결국 두산은 문제가 된 BW 159만주를 소각한다는 결정을 지난 2월24일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김변호사는 ‘독립성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즉 기업으로부터 독립되다 보니 다룰 수 있는 주제에 제한이 없었고 이에 따라 이런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CGCG는 김주영 변호사를 비롯한 참여연대 ‘스타’들이 모여 만든 회사. 주목할 점은 비록 참여연대 멤버들이 만들었음에도 참여연대와는 다른 색채를 띠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CGCG가 가장 주력하는 것은 바로 ‘기업지배구조를 이용한 비즈니스’. 한마디로 자신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돈을 받고 판다는 의미다. 이 정보서비스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모건스탠리지수 등에 편입된 50여개 분석대상 회사를 선정한 후 이 기업의 기업지배구조를 ‘샅샅이’ 파헤치는 것이다. 가입금액만도 1,000만원이 넘는다고 알려진 이 서비스는 이후 계간지로도 발간돼 기관투자가, 정부부처 등에 전달된다.

앞으로 CGCG는 ‘컨설팅’에 주력할 계획이다. 김선웅 변호사는 “최근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된 연구용역을 끝냈다”며 “지금은 월드뱅크 산하의 국제금융공사(IFC)와 계약을 맺기로 협상 중이다”고 소개했다. 이 계약이 성사된다면 투자공사가 국내 기업에 투자할 때 지배구조를 분석해주는 업무를 맡게 될 전망이다.

김변호사는 “지금은 법인 형태가 아닌 연구모임이지만, 앞으로 컨설팅 업무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개선된다면 회사설립도 생각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AICG- 학술 기반 '탄탄' 장점

지난해 11월21일 고려대 경영대학 강의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국내 대기업의 임원들 31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후 4개조로 나뉘어 ‘기업지배구조 파악 및 개선점 도출’이란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구체적인 내용은 현대차, 국민은행, 대우건설, LG전자 등 참가자들이 속한 회사를 선정, 3시간에 걸쳐 이 회사의 기업지배구조를 살펴보고 개선점이 없는지를 논의하는 것이다.

고려대 부설 아시아기업지배구조연구소(AICG)가 개설한 ‘기업지배구조 최고과정’의 한 모습이다. 상임위원 중 한 명인 이인무 고려대 교수는 “우리 대학 교수들이 기업지배구조에 대해 가장 많은 연구를 했고 아울러 소장인 장하성 교수가 참여연대 활동을 통해 실무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두각을 나타내는 등 기초가 탄탄했다”면서 “이런 점을 바탕으로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을 지닌 연구소가 되리란 기대에서 만들게 됐다”고 설립배경을 설명했다.

AICG는 매년 ‘기업지배구조 관련 학술회의’를 개최한다. 지난해 5월에는 장하성 교수, 안드레이 슐라이퍼 하버드대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2회 대회를 가진 바 있다.

CGS- '중립성' 최대 특징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CGS)가 설립된 것은 지난해 6월. 증권거래소, 코스닥증권시장 등 6개 유관기관의 출자로 만들어진 비영리사단법인이다. 초대원장은 정광선 중앙대 교수가 맡고 있다.

최근 CGS는 ‘기업지배지수’(돋보기참조)를 도입할 것이라고 발표해 투자자의 눈길을 끌었다. 류제만 CGS 과장은 “원래 7월쯤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이보다 한두 달 늦어질 전망”이라며 “지배구조 우수기업이 선정된 이후, 지수산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고 늦춰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한 “CGS는 기업지배구조개선위원회의 실무기관 성격이다”고 덧붙였다. 기업지배구조개선위원회는 지난 99년 9월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제정한 바 있는 비상설위원회. 이 규준은 기업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서 지켜야 할 가이드 성격을 갖고 있다. 특히 규준의 일부 내용은 이후 증권거래법과 상법 등의 법개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 CGS는 회사의 사외이사수는 최소한 2인 이상이어야 한다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확정한 바 있다.

류과장은 “규준을 지키지 않는다고 직접적인 제재가 가해지는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이 규준을 지킨다면 ‘지배구조우수기업’에 선정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고 홍보효과도 톡톡히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돋보기 / 기업지배구조 주가지수

투자에 유용, 개별점수는 비공개

이르면 오는 8월 ‘기업지배구조 주가지수’(Corporate Governance Price IndexㆍCGPI)가 발표된다.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CGS)는 기업의 자율적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고 지배구조 위험이 낮은 기업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서 이 같은 지수를 도입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CGS 관계자는 “올해 6월 우선 지배구조 우수기업 조사결과를 토대로 거래소 및 코스닥 등록기업 각각 50개 회사를 선정할 예정”이라며 “이후 시가총액방식으로 지수를 만들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선정된 기업은 이후 증권전산단말기와 증권거래소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시될 예정이다.

아쉬운 점은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개별점수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CGS 관계자는 “사회 분위기상 아직은 기업들의 개별점수를 공개할 수 없지 않느냐는 쪽으로 대세가 기울고 있다”며 “이에 따라 당분간 어떤 기업들이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는지 정도만 공개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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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