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실패 딛고 전자파 안 나오는 제품으 로 기반 닦아…올 매출목표 600억원

사업에 실패하고 재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남들이 모르는 뼈를 깎는 아픔이 따른다. 가족 친구 등 주변으로부터 외면을 받는다. 재기를 못하면 ‘사회적 배척’을 당하는 처량한 신세가 된다. 그래서 실패 이후 재기하려고 악착같이 애를 쓴다.손상호 한일의료기 사장(43)은 재기에 성공한 경우다. 세 번이나 쓰러졌다가 ‘벌떡’ 일어난 의지의 기업인이다. 수레바퀴의 밟힘에도 쓰러지지 않는 들꽃처럼 질긴 생명력으로 기업을 일궈냈다.손사장은 처음부터 사업을 한 것은 아니다. 학창시절 세일즈맨 꿈을 갖고 있었던 그는 지난 83년 명성의 콘도미니엄 영업담당 사원으로 입사했다. 그는 입사 3개월 만에 큰일을 냈다. 전체 영업사원 2,000명 중 분양계약 실적 1위를 차지한 것. “‘계약왕’을 여러 번 했어요. 회사에서는 ‘귀신’으로 통했습니다.”당시 국내에는 자가용이 별로 없고 레저문화도 익숙지 않은 때라 콘도미니엄 영업이 힘겨운 때였다. 게다가 가격도 만만찮아 부유층을 상대로 영업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손사장은 기업인 모임 내 한 명만을 집중 공략했다. 판매 후에는 그를 대상으로 예약부터 퇴실까지 호텔에서나 받을 수 있는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했다.손사장을 통해 콘도미니엄에 다녀간 고객들은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잘 다녀왔다”며 회사로 찾아올 것을 권했다. 찾아가면 으레 친구를 소개해줬고 현장에서 4~5건의 계약이 이뤄졌다. “한 달에 한 건도 계약을 못하는 직원들이 많았는데 나는 무려 30건씩 했어요.”지난 86년 명성이 부도를 내자 그는 콘도미니엄 분양대행회사를 차리고 사업의 길로 나섰다. 2년 가까이 분양대행을 했으나 명성 부도 이후 정부의 레저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돈만 까먹고 그만둬야만 했다.그는 죽염사업에 손을 댔다가 3년 만에 문닫은 쓰라린 경험도 있다. 지난 90년 1억원을 빚내 공장을 임대하고 설비를 들였다. 죽염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을 때여서 사업은 생각 이상으로 잘됐다. 휴일도 없이 가동해야 할 정도였다. 2년쯤 지나자 직원도 40여명으로 늘고 월 매출도 4억원대로 커졌다. 이때 유사 업체들이 ‘비온 뒤 죽순 자라듯’ 생겨났다.무허가업체들이 난립하면서 ‘가짜 죽염’이 만들어졌고 사회문제화 되기 시작했다. 무허가업체들은 제대로 된 시설에서 아홉 번 굽지 않고 드럼통을 이용해 두세 번만 구워 시중에 유통시켰다. 이러한 사실은 한 방송사를 통해 고발됐다.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반품이 들어왔습니다. 우리 제품은 진짜라고 설명해도 아무 소용없더라고요.”그는 ‘외풍에 의한 사업실패’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듬해 친구의 도움을 받아 건강매트를 만들며 재기를 노렸다. 하지만 사업운이 따르지 않았다. 1년쯤 지나 공장에 화재가 났고 이로 인해 건물 주인한테 쫓겨났다.“4~5개월 동안 방황했어요. 집과 연락도 끊고 절에서 생활했습니다.” 그가 묵었던 절의 노스님은 절망에 빠져 있던 그에게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들꽃 얘기를 해주며 용기를 북돋워줬다.그는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결심하고 산에서 내려왔다. “이번에도 망하면 다시는 사업을 않겠다”는 배수의 진을 치고 스스로에게 채찍을 가했다. 무일푼이었던 그는 사업을 통해 알고 지내온 이종필 사장에게 추후 제품을 만들어 주기로 하고 700만원을 선불로 받아 종자돈을 만들었다.96년 말 성남에 다 쓰러져 가는 공장 한쪽을 임대해 건강매트를 다시 만들었다. “공장에서 새우잠을 자며 개발한 원적외선이 방사되는 건강매트를 내놓았는데 반응이 좋았어요.”TV홈쇼핑 적극 활용TV홈쇼핑은 손사장에게 행운을 가져다주었다. 97년 CJ홈쇼핑(당시 39쇼핑)에서 건강매트를 팔았다. 1시간 동안 3,000장을 파는 기록을 남겼다. 다른 업체들이 70~100장을 팔았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물량이다.“당시 전자파 문제로 시끄러울 때였는데 우리 제품은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원적외선까지 방사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의 구매가 폭발적이었죠.” 그해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손사장은 98년 성남공단에 임대공장을 얻어 확장 이전하고 직원수도 대폭 늘렸다. 또한 LG홈쇼핑에서도 판매했다. 임대공장으로는 주문물량을 충당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난 2000년1월 40억원을 들여 경기도 광주에 부지 4,000평, 건평 2,500평 규모의 공장을 새로 지었다. 월 5만장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국내 건강매트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습니다.”손사장은 지난해 우연찮게 수출을 시작했다. 3월 말이었다. 말레이시아 바이어가 회사로 찾아왔다. 바이어는 TV홈쇼핑에서 최고의 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무작정 찾아왔다며 제품을 보여 달라고 했다.바이어는 제품을 살펴보고 직접 체험까지 해본 후 그 자리에서 300장을 주문했다. 이렇게 해서 수출도 시작하게 됐다. 말레이시아 바이어는 지금까지도 매월 2,000장 이상을 수입해 가고 있다.비록 소량이지만 일본, 중국, 캐나다 등 8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100만달러어치를 해외에 팔았다.손사장은 올해 대만과 일본 중국의 홈쇼핑 시장 공략을 목표로 하고 있다. 3월 말부터는 대만의 TV홈쇼핑업체인 TTV와 이스턴홈쇼핑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그는 “대만에서의 반응이 좋아 상당한 매출이 기대된다”며 “한국에서의 TV홈쇼핑 판매 신화를 대만에서 재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한일의료기는 지난해부터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요업기술원과 공동으로 개발한 기능성 신물질 ‘나노세라’를 첨가한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노세라는 원적외선뿐만 아니라 음이온까지 방사돼 제품에 첨가하면 기능성 향상과 함께 건강증진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온열척추치료기, 초음파치료기, 뜸질기, 돌침대, 전위치료기 등으로 생산품목을 늘려 나가고 있다.이 회사가 생산하는 건강매트(브랜드 좋은아침황제보료)와 전위치료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의료기기로 인증받기도 했다. 한일의료기의 올 매출목표는 수출 1,000만달러를 포함한 600억원이다,(031-761-7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