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와 무게 고려하고 배터리 수명 살펴야, 가격안정세에 접어든 제품 고르는 지혜 필요

요즘 삼성과 삼보가 데스크톱 생산을 중단하고 노트북 시장에 전념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노트북 시장의 대중화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노트북은 사치품이며 대중적이지 못하다. 노트북을 구입한 사람의 절반가량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1년 이내에 되팔아버린다.비싸게 구입했던 노트북을 헐값에 처분하면서 남기는 말은 한결같이 “노트북이 생각처럼 쓸모가 없더군”이다. 자신에게 맞는 쓰임새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적재적소’라는 말처럼, 노트북이야말로 적재적소를 필요로 하는 물건이다.속도 빠르다고 좋은 노트북 아니다데스크톱PC를 구입할 때는 CPU의 클록속도가 기준이 된다. 클록속도가 빠를수록 좋은 PC다. 하지만 노트북은 조금 사정이 다르다. 클록속도나 화려한 성능만 보고 선택하면 1년 이내에 되파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노트북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우선 크기와 무게를 생각해야 한다. 노트북은 들고 다니며 쓸 수 있는 PC다. 외부 업무가 잦은 비즈니스맨이라면 하루의 상당시간을 노트북가방을 들고 다니게 된다. 이때 노트북의 무게는 기동성과 피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동에 제약을 주지 않으려면 노트북의 크기는 A4 이하 무게는 2㎏을 넘지 않아야 한다.두 번째로 배터리의 수명이다. 노트북으로 한창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배터리 수명이 다해 갑자기 노트북이 꺼지는 것만큼 난처한 일도 드물다. 배터리 수명은 크기, 무게와 함께 노트북을 선택하는 3대 요소다.배터리의 수명은 배터리 용량, 노트북의 전원 관리 기능, 주변기기의 종류, CPU의 종류 등에 영향을 받는다. 노트북 주변기기 중 가장 많은 전원을 소비하는 것이 LCD의 백라이트와 모터 구동 드라이브(하드디스크, CD-ROM 등)다.긴 배터리 수명을 원한다면 LCD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고 CD롬 드라이브가 빠진 서브 노트북이 유리하다. 요즘은 무선인터넷을 어느 곳에서나 쓸 수 있고 하드디스크 용량도 커져 CD롬이 필수 주변기기는 아니다. CPU는 반드시 모바일용 제품인지 확인해야 한다.모바일용 CPU는 전력소비가 적어 배터리 수명을 연장시킨다. 인텔 튜알라틴-512k, 펜티엄Ⅳ-M, 센트리노, AMD 애슬론4, 트랜스메타 크루소 등이 모바일용 CPU다.세 번째로 가격 대비 성능을 생각해야 한다. 국내에 판매되는 일부 노트북은 가격에 거품이 있다. 조금 예쁜 디자인, 조금 유명한 브랜드 등을 내세워 본래 값보다 비싸게 파는 셈이다.값이 비싸고 디자인 예쁜 유명 브랜드 노트북을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며 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만족감은 순간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격만큼 제 역할을 못하는 노트북에 짜증을 낼 수 있다.노트북을 구입할 때는 유명 브랜드를 찾는 것보다 CPU, 메모리, LCD의 크기, 하드디스크의 용량 등을 비교해 가며 자신이 구입하려는 제품에 가격거품은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다섯 번째는 입력장치의 편의성이다. 자판의 크기가 작은 노트북은 일반 키보드와는 다른 배치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때 노트북 키보드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되도록 데스크톱 키보드와 같은 배열에 불필요한 기능키가 없는 키보드가 좋다.일부 노트북은 ‘한영전환키 ; ₩ Delete’ 등이 익숙지 않은 곳에 배치돼 있으니 구입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 CD롬 드라이브 등을 전용 인터페이스로 연결하도록 돼 있다.또 마지막으로 외장형 주변기기의 호환성이다. 일부 노트북은 외부 모니터 출력단자가 D-sub가 아닌 4핀 혹은 6핀의 전용단자로 돼 있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USB단자가 전용규격인 노트북도 있다. 이런 제품들은 외장형 주변기기 연결이 자유롭지 못하고, 전용단자용 연결선을 분실했을 때 AS센터까지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나에게 꼭 맞는 노트북은?앞에서 제시한 6가지 선택 기준이 모든 사람에게 맞는 것은 아니다. 만약 노트북을 데스크톱 대신 책상에 놓고 쓰겠다면 크기와 무게는 고려사항이 아니다. 한 손에 쏙 들어가는 초미니 노트북을 원한다면 키보드나 주변기기 호환성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도입부에 ‘적재적소’라는 말을 쓴 것도 이 때문이다.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데스크톱을 밀어내고 심플한 노트북을 대신 쓰고자 한다면 올인원 제품이 적당하다. 15인치 이상의 LCD와 콤보 드라이브를 장착하고 5.1채널 디지털 사운드 출력 기능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화한 제품이라면 데스크톱PC는 필요 없다.15.2인치 와이드 LCD(화면비 15대10)와 5.1채널 사운드 칩셋을 탑재한 삼보의 ‘드림북 G7’, 홈시어터 기능과 지문인식 보안 기능을 내장한 삼성의 15인치 노트북 ‘센스 T10’ 등이 적당하다.두 제품 모두 무선랜 기능을 포함하고 있으며, 3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지하철로 매일 2시간 이상 출퇴근하는 직장인이라면 A4 크기의 일반 노트북이 적당하다. 출퇴근 시간을 지하철에 앉아 노트북으로 밀린 업무를 처리하거나 학습 프로그램으로 공부하면서 헛되지 않게 보낼 수 있다. 매달 1만원을 내고 KT, 넷스팟 같은 무선인터넷서비스를 신청하면 지하철에서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다.A4 크기의 일반 노트북은 올인원 노트북과 달리 XGA급의 LCD를 사용하고 ODD 드라이브도 콤보가 아닌 값싼 CD롬이 장착돼 있다. 가격 대비 성능을 중시한 보급형 제품들이 여기에 해당한다.AMD CPU를 장착한 삼성 센스 A10, LGIBM의 씽크패드 R32, 도시바 포르티지 2000, 새틀레이트 3000, TE2100, 후지쯔 라이프북 S6110, 라이프북 C2210 등 180만~250만원대에 살 수 있는 제품들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인텔의 신형 모바일 CPU 센트리노를 탑재한 삼성전자의 센스 X10은 올인원 노트북이지만 무게도 1㎏대여서 데스크톱 대용으로도, 모바일 PC로도 쓸 수 있다.무거운 것은 질색이거나 큰 노트북가방이 거추장스러워 꺼려지는 사람에게는 B5 크기의 서브 노트북이 제격이다. 서브 노트북은 보통 1㎏ 전후 무게에 10~12.1인치의 LCD를 장착하고 있다. 크기를 줄이기 위해 대부분 터치패드 대신 포인팅 스틱을 사용하며, 키보드의 편의성이 많이 떨어지고 외장형 주변기기에 대한 호환성도 떨어진다.하지만 LCD의 크기가 작고 대부분의 제품이 전력소비가 적은 크루소나 센트리노 CPU를 사용하고 있어 배터리 수명이 길다. 크기와 무게, 그리고 배터리 수명만 놓고 보면 가장 탁월한 선택이다. 노트북을 데스크톱 대신 쓸 일이 없고 3D게임도 잘 안하는 사람이라면 서브 노트북에 쉽게 정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여성적인 디자인의 소니 바이오 SRX5, 가로로 긴 10인치 LCD를 사용한 소니의 바이오 C1MEL, 6.4인치 LCD를 사용해 만화책만한 크기의 소니 바이오 U3, 10.6인치의 SVGA급 LCD를 사용한 후지쯔 라이프북 P2000, 펜티엄Ⅲ를 사용한 JVC의 에어웍스 MP-XP5220, LGIBM의 씽크패드 X20 등 선택의 폭도 다양하다. 소개한 제품은 모두 200만원 이하의 값에 구입할 수 있다. 서브 노트북은 ODD 드라이브가 빠지고 LCD의 크기도 작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노트북가격에는 주기가 있다. 새로 나온 제품은 사양과 관계없이 비싼 값이 책정돼 있지만 후속 신제품이 나오면 값이 가파르게 떨어져 어느 정도 선까지 내려간다. 이후에는 제품이 단종되기 전까지 큰 가격 변동이 없다. 마음에 드는 신제품이 나왔다고 신중한 판단 없이 구입하면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충분히 가격안정세로 들어선 제품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또 힘들게 다리품을 팔 생각을 하지 말자. 요즘은 어느 매장에 들어가도 가격이 평준화돼 있어 많아야 1만~2만원 차이가 고작이다. 노트북을 구입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노트북 인사이드(www.nbinside.com) 같은 정보사이트에서 제품정보를 모으고, 다나와(www.danawa.co.kr) 등의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값을 확인한 뒤 용산전자상가의 매장을 찾아가 직원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다.노트북을 쓸 용도와 자신의 직업, 그리고 생각하는 가격대를 이야기하면 친절하게 상담해줄 것이다. 요즘 부쩍 늘어난 중고노트북 매장을 찾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