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보장에 고수익 내세워 인기몰이…자기 투자성향에 맞는 상품 찾아야

직장생활 3년차로 2,000만원을 모은 회사원 김지현씨(28). 그녀는 재테크에 한창 관심이 많다. 그런데 워낙 저금리라 소중히 모은 종자돈을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 부모님께 맡겨 둔 채로 별다른 방안을 찾지 못했다.하지만 최근 고수익에 원금까지 지켜준다는 ELS상품에 대한 뉴스를 보자마자 그녀는 당장 은행과 증권사를 찾았다. 펀드인지, 신탁인지, 예금인지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부딪쳐 보기로 한 것.우선 집에서 가까운 한 은행지점을 찾은 김씨는 “ELS상품이 있느냐”고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적잖이 당황했다.“원금보장이 안됩니다.”다른 설명은 다 제쳐두고 나온 창구직원의 이 첫마디 때문. 이번에는 증권사를 찾은 김씨는 영업담당자에게서 전혀 상반된 이야기를 들었다. “원금보장이 이번에 새로 나온 ELS상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ELS=원금보장?ELS는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신종 금융상품이다. 자산의 대부분을 우량채권에 투자하고 일부를 주가지수 옵션 등 파생상품에 투자해 안정성과 고수익을 함께 추구한다.일반인이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은 크게 ELS상품(유가증권)과 ELS펀드로 나뉜다. 즉 증권사의 ELS상품 공모에 청약하거나 증권사로부터 산 ELS상품의 권리증서(워런트)를 넣은 투자신탁운용사의 펀드에 들어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ELS상품을 판매하는 증권사들이 가장 큰 특징으로 내세우는 것은 ‘원금보장’이다. 하지만 ELS상품이 곧 원금보장상품을 뜻하는 말은 아니다. 현재 국내에서 출시돼 있는 상품이 원금보장상품으로 설계된 것일 뿐, ELS라는 개념과 원금보장이라는 개념은 전혀 다른 별개의 것이다.그렇다면 똑같이 ELS상품을 문의한 말에 이처럼 기관별로 상반된 대답을 내놓은 이유는 뭘까. 이 상품은 각각 다른 상품이라는 뜻일까.김씨가 문의한 이 두 상품은 엄밀히 따져 같은 상품은 아니다. 은행지점에서 상담했던 상품은 바로 ELS펀드다. 또 증권사에서 설명들은 것은 증권사의 ELS상품이다.현재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ELS는 기본적으로 ‘원금보존’이 되는 상품이다. 은행의 예금과 달리 ‘보장’ 대신 ‘보존’이라는 용어를 쓰는 이유는 만기시점을 기준으로 원금이 지켜지느냐를 따지기 때문.대체로 국내 ELS상품은 약 95%를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 5% 정도를 옵션 등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상품의 구조상 채권이자로 원금을 보존하고, 나머지 투자부문에서 추가수익을 올린다는 것이다.이런 구조에서는 ELS상품에 포함된 채권을 발행한 회사가 망하게 될 때는 원금을 보존할 수 없게 된다. 현재 나와 있는 상품은 손실이 발생하면 증권사에서 메워 주거나, 아예 국공채에만 투자하도록 구성한 것이 많다. 결국 중도해지만 않는다면 원금은 지켜준다는 게 증권사의 설명이다.하지만 펀드는 다르다. 펀드 역시 우량채 위주로 구성해 원금보존을 추구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상품은 엄연한 실적배당형 상품이기 때문에 펀드매니저의 운용능력에 따라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ELS는 이론상으로는 원금보존이 가능할지 몰라도 ‘펀드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ELS에는 어떤 상품이 있나?현재 은행, 증권, 투신을 통틀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은 녹아웃형(Knock-out)이다. 채권 등에 투자하는 고정금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자산으로 녹아웃 옵션을 사들인다는 뜻이다.녹아웃형은 한마디로 ‘터치형’이다. 정해진 기간 내에 주가가 목표수익률을 한 번이라도 달성하면 약속된 수익을 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 목표수익률 이상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순간 가치가 없어지고 확정수익(리베이트)만 받게 되는 옵션이다.예를 들어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내놓은 부자아빠 주가지수연동 A6채권 2호의 경우 6개월 동안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이 한 번이라도 30%에 도달하면 만기에 8% 수익이 확정된다. 만약 만기 때 지수상승률이 0~30%라면 0~16%의 수익률을 기록하게 된다.즉 주가상승률이 29.99%일 때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상품명에 ‘녹아웃’이라는 말이 들어 있다면 이 같은 원리를 통해 수익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녹아웃형 다음으로 많이 채택하는 방식은 불스프레드형으로 ‘만기확정형’이다. 만기 때 가입 당시 주가지수보다 주가가 높으면 확정수익을 받고, 그보다 낮으면 최소 원금은 확보하는 상품이다.지난 3월4일 가입 마감된 삼성투자신탁운용의 삼성 ELS BS채권 3-2호가 이 유형에 해당된다. 1년 만기인 이 상품은 가입시점보다 주가가 높으면 7.2% 확정수익을 받고, 낮으면 원금 이외의 수익은 없는 것이 특징이다.이밖에 최근에는 원금손실 가능성은 있지만 대신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리버스컨버터블형 등의 상품도 하나둘씩 선보이고 있다.◇ ELS상품의 선택 기준은?기본적으로 ELS는 투자자의 성향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조건부 수익률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한마디로 맞춤상품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즉 옵션에 투자하는 데 있어 ‘녹아웃’과 같은 다양한 이색옵션(Exotic Option)을 적용해 수없이 많은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현재 나와 있는 상품은 대부분 지수상승기에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옵션을 채택한 것들이다. 전문가들이 “주가지수가 낮기 때문에 ELS상품에 도전해 보는 게 좋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옵션 구성에 따라서 지수하락기에 수익을 낼 수 있게 상품을 만들거나 원금이 80~90%만 보존되게 구성해 수익률을 높일 수도 있다. 따라서 우선 자신이 보는 시장전망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즉 상승장으로 보느냐, 하락장으로 보느냐에 따라 예상에 맞는 구조를 지닌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상승폭 역시 자신의 예상과 맞는지 살펴봐야 한다.정현철 한국투자신탁운용 프로젝트 운용역은 “펀드든 증권이든 일단 ELS의 상품구조를 면밀히 살펴본 뒤 여기에 자신의 전망을 더해보는 것이 상품선택의 요령”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6개월 내에 30% 정도의 주가지수 상승률을 예상한다면 6개월 만기의 30%짜리 녹아웃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자신의 투자성향을 고려해야 함은 물론이다. 보수적인 성향의 투자자라면 펀드보다는 ‘원금보존’을 앞세운 증권사 ELS상품을 택하는 편이 낫다. 실적배당형 상품인 펀드에 든다면 펀드 내에 편입된 채권을 일일이 따져봐야 한다.올해 초 있었던 SK글로벌 채권 문제처럼 우량등급 채권이라고 믿었다가 낭패를 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ELS상품은 구조나 국내 법체계상 그리 간단한 상품은 아니다. 따라서 개인의 경우 단지 유행에 따라 가입하기보다는 스스로 명확한 시장전망과 상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결국 ELS는 단순히 원금보장형 상품이라기보다는 투자자 자신이 주체적으로 이익과 안정성을 선택할 수 있는 ‘맞춤상품’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김홍식 굿모닝신한증권 부사장은 “다양해진 고객의 욕구를 장내 파생상품만으로 만족시키기는 어렵다”면서 “지금 원금보장형 상품이 인기를 끌듯 시대에 따라 ‘히트상품’이 달라질 수 있지만 ELS는 오히려 금융상품 트렌드를 주도하는 상품”이라고 분석했다.돋보기 간접금융상품의 유행변화금리·법률에따라 ‘선수교체’‘저금리’, 그리고 증권사의 ‘장외파생상품 영업인가’라는 시장배경을 바탕으로 ELS펀드 판매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렇듯 간접투자상품인 펀드는 시장상황에 따라 일종의 유행을 따르는 경향을 보인다.지난 2001년 ‘실질금리 제로’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안정적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변동금리부채권(FRN) 펀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특히 당시는 주식형, 채권형 펀드의 이분법적 구분에서 벗어나 다양한 투신권 간접상품이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였다.투자자들의 까다로운 요구에 대응한 투신권 간접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던 것. FRN은 국공채로서 부도위험이 없는데다 장부가 평가를 실시한다. 그래서 금리변동에 따른 위험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또 금리변동에 따라 채권 표면이자가 달라지기 때문에 변동금리부 채권과 유동성 자산만 편입하면 3개월간은 금리변동에 관계없이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이 펀드의 특징이었다. 유가증권의 변동성을 싫어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해 역시 보수적인 성향의 투자자들을 공략하는 틈새상품으로 주목을 받았다.같은해 하반기 들어서는 금리스왑거래가 투신권에 허용되면서 역시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으로 금리스왑펀드가 인기를 끌었다.금리스왑이란 금리상품의 가격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금융기관끼리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일정기간 상호교환하기로 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따라서 금리스왑펀드는 거래 상대방인 은행에 변동금리를 파는 대신 고정금리를 사들이는 금리스왑거래를 통해 채권형 펀드 수익률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지난해 초에는 종합주가지수가 700 후반대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시장이 횡보를 보이자 차익거래펀드로 투자자의 관심이 모이기 시작했다. 당시 스왑펀드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놓지 못하게 되자 틈새 주식형 상품으로 투자자들이 몰리게 된 것. 시장에서 현물과 선물간의 가격차이가 발생하면 이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주가와 금리의 혼조기에 어울리는 상품이다.돋보기 / 해외의 ELS상품 사례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장외파생상품의 거래가 최근에야 허용돼 ELS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높아졌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ELS는 80년대에 처음 등장해 저금리가 확산되기 시작한 90년대에 크게 인기를 끌었던 상품이다.현재도 미국에서는 매년 약 10억달러의 자금이 ELS펀드에 몰리고 있다. 미국에서 ELS증권의 경우 프라이빗뱅커들이 상당히 선호하는 상품이다.홍콩에서는 아예 주가연동채권이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다. 유럽 역시 이자율이 낮아지면서 ELS증권과 펀드가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법체계가 우리나라와 유사한 일본은 지난 98년 말 장외파생상품 거래가 허용돼 99년부터 ELS가 활성화됐다. 이후 2000년에는 지수연동상품과 개별주식연동상품에 각각 3조엔씩 들어오는 등 크게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