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로봇 청소기 판매 시작, 가정용 로봇 향후 10년간 25배 성장 예상

인간과 로봇이 함께 사는 시대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정보통신의 날이었던 지난 4월22일 노무현 대통령은 기념일 행사 직후 삼성전자가 개발한 가정용 로봇 ‘아이마로’의 시연을 감상했다. 노대통령은 아이마로의 재롱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가정용 로봇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한편 같은날 LG전자는 무인전자동청소를 실현하는 가정용 로봇 ‘로보킹’의 제품발표회를 가졌다. 국내 업체로는 최초로 로봇청소기의 상용화에 나선 것이다. 예약판매 방식을 도입해 현재 신청하면 1~2개월 후 제품을 받게 된다.청소나 세탁, 식사준비나 설거지 같은 가사는 매일 해도 끝이 없다. 더욱이 맞벌이부부의 경우 퇴근 후 쉬지도 못하고 가사에 매달려야 하니 피곤하기 마련이다. 물론 가정부를 고용할 수도 있지만 지저분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프라이버시 차원에서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이런 고민은 로봇이 해결해줄 전망이다.사람의 손발처럼 동작하는 기계로 정의할 수 있는 로봇. 1920년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가 자신의 희곡에서 노예나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로보타’(robota)라는 단어에서 유래됐다. 지금까지 로봇은 어원처럼 산업현장에서 인간을 대신해 힘든 일을 하는 데 주로 사용됐다.다양한 산업현장에서 사용되는 로봇은 SF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로봇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산업용 로봇은 자신의 임무에 맞는 기괴한 모양을 하고서 프로그램에 따라 똑같은 작업만 되풀이하기 때문이다.훌륭한 일꾼이기는 하지만 인간과 함께 살 로봇으로는 자격미달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인간의 파트너로 함께 생활할 준수한 로봇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피곤한 청소 알아서 한다LG전자가 시장에 선보인 로보킹은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계산해 청소를 실행하고, 청소를 마친 후에는 충전기로 자동 복귀한다. 14개 초음파센서가 장애물을 감지해 충돌로 인한 가구나 청소기의 손상을 피하고, 4개 적외선센서는 바닥의 높낮이를 감지해 추락을 방지한다. 주인이 집을 비운 동안 로보킹이 알아서 청소를 해주는 것이다.LG전자는 로보킹 개발을 위해 3년간 60여억원의 개발비와 30여명의 연구인력을 투입했다. 현재 65건의 특허를 출원 중이고 35건을 추가로 출원할 계획이다.놀라운 기능을 갖춘 만큼 가격도 만만치 않은 249만원이다. 하지만 올해 1월 로봇청소기로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스웨덴 일렉트로룩스 제품과 비교했을 때 고급가전으로써 승산이 있다는 전망이다.LG전자와 라이벌인 삼성전자도 가정용 로봇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사실 삼성전자는 로봇청소기 상용화에서 1등 자리를 내주고 말았지만 개발에서는 LG전자보다 앞섰다.삼성전자의 로봇청소기 ‘아이로보’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시판될 예정인데, 크루즈미사일의 항법장치와 비슷한 기술을 적용해 집안의 모습을 감지하며 청소를 한다.벤처업체 한울로보틱스와 우리기술도 자체기술로 로봇청소기 개발에 성공해 주목받고 있다. 한울로보틱스의 ‘하누리’는 청소 기능 외에 집에 도둑이 침입하거나 화재가 발생하는 등 비상사태가 벌어지면 휴대전화로 알려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 올해 하반기쯤 시장에 선보일 예정으로 가격은 300만원이다.우리기술의 ‘아이작’ 역시 청소 기능과 비상상황을 알려주는 방범 기능을 갖고 있다. 또한 사람의 음성을 인식하며 e메일과 증권, 날씨 등의 정보를 로봇의 가슴부위에 달린 화면창과 음성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내년쯤 50만원대에 시판될 계획이다.청소 외에도 인간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서 다양한 재능을 갖춘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가정용 로봇 ‘아이마로’는 사람의 음성을 인식해 가전제품을 제어한다.예를 들어 영화를 보려고 하면 로봇이 TV, DVD플레이어, 스피커를 알아서 켜주고 커튼도 내려준다. 무선랜을 내장하고 있기 때문에 정보검색도 가능하다.우리기술은 전시장이나 박물관에서 안내원 역할을 하는 로봇을 개발했다. 몸체에 붙어 있는 화면을 통해 동영상자료를 보여주고 특정 장소로 안내해주는 역할을 척척 수행한다.아직 인간보다 여러 면에서 미흡하지만 시선을 끌고 변함없이 친절해야 하는 안내원 역할은 로봇이 수행하기에 적합한 일이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가정에서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시대의 문을 연 것은 1999년 5월 일본 소니가 선보인 강아지로봇 ‘아이보’다. 일어로 ‘친구’라는 의미를 지닌 아이보는 이미 스타가 된 장난감 로봇이다. 현재 장난감 로봇은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연령의 제한을 받지 않는 인간의 친구로 확고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사회국내 업체들도 장난감 로봇 개발에 뛰어들어 여러 제품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로봇 장난감 ‘앤토’를, 이지로보틱스는 로봇으로 게임을 할 수 있는 ‘이코와 지코’를, 토이트론은 음성인식이 가능한 강아지 자동차 로봇 ‘테리’를, 인트닷컴은 로봇 애완견 ‘아이로보’ 등을 내놓았다.가정용 로봇은 황금알을 낳는 거대한 시장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지난해 전세계 개인용 로봇 시장은 약 100억달러 규모였다. 미국 액티버티미디어리서치사는 향후 5년간 2,500%나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현재 각 가정마다 개인용 컴퓨터가 있는 것처럼 앞으로 10~20년 후에는 모든 가정에 로봇이 보급돼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사회가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이다.가정용 로봇은 고정된 장소에서 똑같은 일만 수행하는 산업용 로봇과 달리 다양한 환경을 고려해 일을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가정용 로봇에 스스로 판단하는 지능을 부여하는 일이 주요 과제가 되고 있다.로봇의 지능에 부여하는 연구는 현재 활발히 진행 중인데 2010년이면 도마뱀 수준에, 2050년에는 인간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가정용 로봇이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 예로 일본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이 개발한 ‘와카마루’는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해 혼자 사는 노인의 말벗 역할을 하고, 도둑의 침입이나 화재발생 등 응급상황을 무선랜 장치로 외부에 알리는 가정용 로봇이다.와카마루는 치마를 입은 듯한 겉모습부터 호감이 가는데,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도시유키 기타가 디자인한 작품이다. 자동차디자인에 신경 쓰는 것처럼 로봇에도 선호도가 존재할 것이 분명하며 디자인은 로봇의 상업화에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당장 가정용 로봇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가격이다. 수백만원대에 이르는 가정용 로봇이 일반 가정에 보급되기는 어렵다. 결국 부유층의 과시성 상품이 돼 거부감부터 만들어 보급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태권V와 마징가Z가 싸운다면?’ 최근 모 CF에서는 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쯤 가져봤을 만한 호기심을 일본의 전자산업을 상징하는 도쿄 아키하바라 한복판에서 묻는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일본 못지않게 발달했다는 컨셉으로 만든 광고인 셈이다.그러나 로봇 분야에서 일본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투자를 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태권V의 승리를 바란다면 우리나라도 로봇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