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 종사자, 교사, 소방관, 경찰관 감원바람으로 좌불안석

2003년 3월 현재 실업률 5.8%, 실업자 850만명. 지난 2001년 이후 끝없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미국 노동시장의 현주소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이라는 소리까지 들린다. 9ㆍ11테러를 당한 뉴욕시의 실업률은 8.8%에 달한다.미 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경기침체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분야는 제조업, 소매업, 운송업 등이다. 제조업 분야는 지난해에만 47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소매업 분야도 마찬가지. 1년 만에 22만1,000명이 정든 일터를 떠났다.운송업은 테러와의 전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지난 1년새 17만4,000명이 해고됐다. 공공 분야는 최근 재정적자와 감세정책으로 향후 심각한 감원이 예상된다. 그외 여행, 레저, 레스토랑, 정보기술 등의 분야도 고전하고 있다.그렇지만 전체 분야에서 고용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경기침체가 심각해도 일부는 호황을 누리는 것처럼 고용이 늘어난 곳도 있다. 대표적 분야는 금융과 부동산이다. 의료보건 분야도 고용이 활발한 편이다. 최근에는 건설 분야 고용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불황 한가운데 있는 2003년 미국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직종과 가라앉는 직종을 골라 정리한다.뜨는 직종▶ 최고 프라이버시 책임자(Chief Privacy OfficerㆍCPO)개인정보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되는 새로운 직종이다. 개인정보가 생명인 신용카드와 인터넷 쇼핑몰이 활성화되면서 CPO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 몇 년이 최고정보책임자(CIO) 시대였다면 이제 CPO 세상이다.실제로 미국 의료기들은 올해부터 환자의 개인정보를 담당할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CPO는 향후 금융, 마케팅, 정보기술 분야까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IBM, P&G, AT&T 등은 이미 CPO를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인력채용 전문업체인 프라이버시리더는 오는 2006년까지 필요한 CPO가 3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새로운 전문직종인 CPO의 연봉은 4만~8만달러대로 예상된다.▶ 보안인력전쟁과 테러로 보안 분야 인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정부는 이미 공항에서 수화물을 점검하는 인력 5만명을 추가로 모집했다. 연봉은 2만3,000~3만5,000달러로 낮지만 의료보험, 생명보험, 퇴직금 등이 포함돼 실질임금은 괜찮은 편이다.공항보안인력은 특히 여성들에게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정부에서 전체인력의 50%를 여성으로 채우게 했기 때문이다. 현재 여성인력은 33%다.일반 빌딩의 보안인력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은 ‘9ㆍ11테러’ 후 보안인력을 25% 늘렸다.▶ 부동산중개인과 모기지 대출 전문가부동산경기가 살아나면서 부동산중개인과 모기지 대출 전문가가 주목받고 있다. 모지기 금리가 크게 낮아지면서 부동산수요가 늘어난 것. 더불어 모기지 대출이 늘어나는 긍정적 피드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지난해 주택매매는 556만건, 새로 지은 주택은 97만9,000건을 기록했다. 특히 새집 구입은 74%가 모기지 대출로 이뤄졌다. 모기지은행협회에 따르면 2002년 모기지 규모는 1조4,000억달러다. 전국부동산협회는 올해 부동산 시장 성장세가 다소 주춤하겠지만 여전히 강세를 보여 주택매매 534만건, 새집 매매는 94만1,000건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모기지 대출 전문가는 지난 12월에만 7,000명이 늘었다. 부동산중개인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 세일즈맨미국에서는 자동차 할부이자가 0%인 프로그램이 일반화되면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차량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 덕분에 자동차 세일즈맨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과거 자동차 세일즈맨은 기피 분야였지만 최근 자동차메이커들이 좋은 조건을 내걸고 대학에서 직접 구인활동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 세일즈맨 수요는 연간 40~5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봉은 평균 4만달러 수준이다.▶ 간호사미국은 거의 모든 도시에서 간호사가 부족한 실정이다. 병원뿐만 아니라 복지시설도 간호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정 방문 간호사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간호사수만 12만명에 달한다. 전국적으로 오는 2020년까지 40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된다.간호사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정책도 활발하다. 플로리다주 주정부는 간호사들에게 주택자금을 100% 대출해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간호사 연봉은 약 4만5,000달러. 전문분야가 있을 때는 6만달러가 넘는다. 일부 병원은 간호사를 데려오기 위해 채용하는 순간 연봉과 상관없이 보너스 1만달러를 주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관련 인력 수요도 커지고 있다. <유에스뉴스&월드리포트 designtimesp=23810>에 따르면 현재 채혈 관련 인력이 4만4,000명, X레이 촬영 관련 인력 5만명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사미국사회가 고령화되고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의약품 품목이 늘면서 약사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약국협회는 올 7월까지 5,500명의 약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는 15만7,000명이 추가로 필요하다. 약사는 전문직인 만큼 보수도 높은 편이다. 연봉은 약 6만8,000달러다.▶ 트럭운전사운송 분야가 타격을 받고 있지만 트럭운전사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미 노동부는 트럭운전사를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직종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트럭운전사는 2010년까지 매년 10~20%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트럭운전사 평균연봉은 약 3만4,500달러다.지는 직종▶ 항공업계 종사자대형 항공사들이 재정난에 허덕이면서 최근 대대적인 감원이 이뤄지고 있다. 전쟁과 사스 때문에 시장상황도 여전히 어두운 편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은 500명 규모의 감원을 추진하고 있다.노스웨스트도 지난 3월 2,000명을 감원하고 조만간 1,000명을 추가로 줄일 예정이다. 9ㆍ11테러 이후 해고된 항공사 직원은 모두 1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상당수 항공사들이 부도 직전이라 살아남은 직원들도 큰 폭의 임금삭감을 앞두고 있다.▶ 교사, 소방관, 경찰관공공 분야 종사자들은 올 들어 특히 고용상황이 악화될 전망이다. 공공 분야는 주로 국가재정으로 운영되는데 지난 몇 년간 경기가 나빠 세수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 게다가 부시 행정부가 대규모 감세정책을 발표해 공공 분야 감원이 확실시되고 있다.구직자를 위한 조언멜로디 홉슨 애리얼캐피털매니지먼트 사장은 “어려운 시기 일수록 소규모 기업에 눈을 돌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충고한다. 소규모 기업들은 불경기 때 대기업들보다 직원채용이 활발하기 때문이다.직원 500명 미만인 소규모 기업들은 민간 부문 고용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연간 새롭게 창출되는 일자리의 60~80%도 소규모 기업에서 나온다. 인력채용업체인 맨파워는 올해 소규모 기업들은 평균 20%의 인력을 증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