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바에서 흡입기, 에어컨, 먹거리까지 다양

오사카 북구의 한 상점가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는 ‘바’(Bar). 문을 열고 들어가면 차분한 실내 분위기와 은은한 조명, 감미로운 음악이 고객들을 반긴다. 얼핏 주위를 둘러보면 어디서나 대할 수 있는 보통의 바와 다를 것이 없다.그러나 이곳의 장사 내용은 다른 바들과 비교할 때 하늘과 땅 차이다. 술을 전혀 팔지 않기 때문이다. 이 바가 판매하는 것은 사람이 숨을 쉴 때 들이마시는 산소다.고객들은 산소흡입기와 연결된 튜브를 코에 꽂고 농도 90% 이상의 산소를 사 마신다.산소흡입기 속에는 허브와 과일향 등이 섞인 알로에액체가 들어 있으며 미국제 산소농축기에서 배출된 고농도의 산소가 이 액체를 지나 고객의 코로 전달되는 방식이다. 이용요금은 10분에 500엔.“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처음 본 후 일본에서도 한 번 시도를 한 것이 들어맞았습니다. 지갑을 좀처럼 열지 않는 중년여성들 사이에서도 단골고객이 많이 생겼을 정도니까요.”산소를 판매하는 ‘바’로 장사를 시작해 최근 개업 1주년을 갓 넘긴 ‘윙 옥시 바’의 사노 마사오카 사장이 들려주는 성공담에는 일본시장의 핫뉴스로 등장한 산소 비즈니스의 현주소가 그대로 나타나 있다.공기 중에 약 21%가 섞여 있는 산소를 따로 돈 받고 판다는 것은 장사 아이디어로 별 시선을 끌지 못했다. 살아 숨쉬는 한 산소는 누구나 자연스럽게 저절로 들이마시는 것이며 사람들은 고산지대가 아닌 한 산소가 모자라 고생할 일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하지만 산소가 지닌 건강효과가 새롭게 주목되고, 폐쇄적인 현대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원기를 불어넣어주는 활력소로 인식되면서 산소 비즈니스는 새로운 금맥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윙 옥시 바’의 경우 하루 약 50명의 고객이 찾아오는 등 오사카 본점이 인기 점포로 자리를 굳히자 지난 4월 도쿄 긴자에도 점포를 내는 등 본격적인 사업확장에 돌입했다.마쓰시타전기는 산소를 들이마실 수 있는 산소흡입기뿐만 아니라 실내 산소농도를 높여주는 기능을 갖춘 에어컨을 핵심 전략상품으로 투입하고 인기몰이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도쿄 도심에는 젊은 여성 고객들을 대상으로 마사지를 즐기면서 고농도 산소를 마시라고 유혹하는 미용업소가 간판을 올렸으며 ‘마시는 산소’ ‘먹는 산소’ 등 산소의 매력을 앞세운 각종 식품이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다.일본 가전업체들 중 최초로 산소 비즈니스에 뛰어든 마쓰시타전기는 지난 3월부터 ‘기레이’(일본어로 깨끗하다, 아름답다는 뜻)라는 제품명으로 산소농도를 높여주는 기능의 가정용 에어컨을 선보였다.이 에어컨은 밀폐된 상태의 실내에서 에어컨을 장시간 틀어놓을 경우 산소농도가 떨어지는 것을 막아준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 적정 농도 21%를 유지하도록 최신 기능을 갖췄다는 것이 회사측의 자랑이다. 전자양판점에서의 판매가격이 6~7평형의 경우 17만8,000엔을 호가해 일반 제품보다 다소 비싸지만 주력상품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회사측의 각오다.마쓰시타전기가 비슷한 시기에 내놓은 산소흡입기(에어 차저)는 시판 초기부터 뜨거운 인기를 누리며 산소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흡입기는 마쓰시타전기가 독자 개발한 ‘산소부화막’으로 산소농도를 높여 본체와 연결된 헤드폰을 통해 사용자에게 전달되도록 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사용자는 헤드폰에 달린 흡입도구를 코에 대고 있으면 흡입기에서 발생된 고농도 산소를 자연스럽게 들이마실 수 있다. 흡입기의 가격은 대당 3만8,000엔. 월 3,000대 정도를 생산하려 했지만 주문이 몰려들면서 당초 계획의 약 3배가 팔려나가고 있다는 것이 마쓰시타전기의 즐거운 비명이다.산소흡입기는 특히 중ㆍ노년층 남성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고토구에 설치된 이 회사의 시범이용코너에는 주말마다 산소흡입기를 무료로 체험해 보려는 인파가 줄지어 몰려들고 있다.마쓰시타전기는 상품화에 앞서 산소의 긍정적 효과를 규명하는 실험을 의학계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히로시마국제대학과 손잡고 실시한 실험에서 사람은 단순한 계산을 몇 번이고 반복하면 두뇌가 불쾌한 상태에 빠지지만 산소흡입기에서 나온 고농도 산소를 마신 사람은 이 같은 불쾌감이 덜해진다는 것을 밝혀냈다는 것이다.회사측은 “산소흡입기는 집중력을 높여줌으로써 업무는 물론 공부에도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큰 장점”이라며 올해는 “가정용 관련 제품에 산소마케팅을 적극 밀어붙일 계획”이라고 의욕에 가득 차 있다.산소의 건강효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에 착안해 산소를 고객유치의 무기로 활용하는 업소도 생겨났다. 도쿄 긴자의 미용업소 ‘비너스 산소 오아시스’가 화제의 주인공.이 업소는 발마사지를 받는 여성고객의 얼굴과 가까운 거리에 산소농도를 40%로 높인 공기를 뿜어주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건강과 피로회복에 어느 정도의 효과를 내는지 산술적으로 측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고농도 산소를 마신 고객들이 상당히 좋아 하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는 것이 업소측의 설명.업소 관계자는 “고객유치에 고농도 산소가 플러스 효과를 내는 것은 분명하다”며 “마사지와 고농도 산소가 조화를 이루며 고객들의 기분전환을 도와주는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다.한 달에 약 1,000명의 고객이 다녀가는 이 업소는 지난 2~3월의 경우 지난해 같은 달보다 고객수가 20% 정도씩 늘었다고 털어놓았다.산소의 인기에 편승해 특수를 누려 보려는 상품들도 등장, 눈길을 끌고 있다. 미야기현에 본사를 둔 골드흥산은 ‘먹는 산소’ ‘마시는 산소’라는 독특한 브랜드 네임을 가진 음료와 건강식품을 판매하고 있다.이들 제품은 산소를 고체나 액체 상태로 만든 것이 아니고 인체의 산소흡수를 도와주도록 미네랄을 많이 넣은 것이 특징. 산소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산소의 건강효과를 연상시키는 브랜드 네임이 독특한 인상과 호기심을 주는 상품이라고 일본언론은 지적하고 있다.산소를 앞세운 상품이 얼마나 대박을 터뜨리고, 어느 정도의 큰 시장을 창출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의료계에서는 산소농도가 50% 이상인 공기를 48~72시간 이상 계속 흡입하면 뇌장애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건강한 성인이 산소를 더 많이 마신다고 좋은 효과를 보는지에 대해서도 검증 사례가 많지 않아 정확한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다는 시각도 적지 않은 상태다.그러나 마쓰시타전기의 산소흡입기나 키레이 에어컨이 산소농도를 높일 수 있는 한도는 24~32% 정도일 것으로 보여 수치만으로 본다면 의료계의 지적이 기우에 지날 수도 있다고 일본언론은 보고 있다.‘윙 옥시 바’의 경우 실내 산소농도가 높아 화재가 일어날 가능성이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점에 유의, 산소흡입시 금연하라고 당부할 뿐 별다른 주의나 경고가 눈에 띄지 않고 있다.전체적으로 볼 때 일본언론은 활력과 활기를 연상시키는 ‘산소’의 두 글자가 비즈니스의 키 워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맛있는 물처럼 산소가 오래도록 뜨거운 인기의 주인공이 될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질 것은 틀림없다는 관측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