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박찬호만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 게 아니다. 한국경제의 확실한 ‘메이저리거’를 꿈꾸는 이동통신사들의 고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국내 이동통신산업은 ‘한국경제를 일으킨 휴대전화산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다.서비스의 직접 제공자인 이동통신사들의 급속한 성장뿐만 아니라 휴대전화와 관련된 다양한 파생산업의 성장을 낳았다. 서비스 다양화에 따라 이동통신 단말기도 하루가 다르게 다양화돼 효자 수출품목으로 자리를 잡기도 했다.하지만 국내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가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3,300만명을 넘어서면서 이동통신산업은 정체기를 맞고 있다. 총가입자수는 3,306만6,381명으로 전체 국민의 70%에 해당하는 수치다.특히 올해로 예정됐던 3세대 이동통신인 비동기식 IMT-2000사업의 지연과 내년 1월부터 실시되는 ‘010’ 번호통합 및 번호이동성제도 등의 이슈를 맞게 된 상황에서 이동통신사들의 발놀림은 더 바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객확보경쟁 차원에서 출발한 멤버십 제도가 대폭 바뀐 것도 최근 이동통신업계가 맞은 큰 변화 중 하나다. 연령ㆍ성별에 따라 차별화된 멤버십 카드를 발급해 각종 할인혜택을 주던 이 제도가 여러 브랜드가 통합되는 형식으로 바뀐 것. (돋보기 참조)서비스 범위가 늘어난 대신 한도가 줄게 되는 통합멤버십 도입으로 이동통신사들의 마케팅 비용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멤버십 관련 마케팅비용은 약 30% 줄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고객확보경쟁의 혈투에서 한 발짝 물러서게 된 이들 이동통신사들은 이제 어디서 혈전을 벌이게 될까. 또한 차세대 수익모델은 무엇일까.‘역시 무선인터넷!’지난해 SK텔레콤은 올해 초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2002년 결산 브리핑에서 무선인터넷사업부문 실적이 2001년 총매출액의 5%에서 2002년에는 10%로 올랐다고 발표했다.KTF도 이와 유사한 내용의 데이터를 제시한다. 사용자 1인당 월 평균 이용요금을 나타내는 ARPU(Average Revenue Per User) 중 무선데이터 ARPU 비중을 조사한 수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4월 10.7%이던 것이 1년 만인 지난 4월에는 15%를 기록했다.반면 음성부문 매출액은 요금인하와 신규가입자수 증가세의 둔화 등으로 올해 들어 감소세를 나타내는 등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이제 이동통신사들이 살길은 ‘무선인터넷’이 핵심이라는 데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마케팅 역시 무선인터넷서비스 이용자를 늘리기 위한 방향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3세대 이동통신서비스사업이 내년으로 연기됐다고 하지만 SK텔레콤과 KTF는 이미 멀티미디어 무선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5세대로 불리는 동기식 cdma2000-1x EV-DO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준’(June)과 ‘핌’(Fimm)이 바로 멀티미디어 무선인터넷서비스의 전형이다.업계에서는 이미 이들 서비스를 3세대 서비스로 칭하고 있어 이제 이동통신서비스의 세대구분을 명확히 하는 일은 사실상 의미가 없어 보인다.2000년 세계 최초로 동기식 IMT-2000서비스인 cdma2000-1x를 선보인 우리나라 이동통신서비스는 지난해 1월에 초고속으로 동영상 전송이 가능한 cdma2000-1x EV-DO 서비스를 시작했다. ‘꿈의 이동통신’ ‘IMT-2000사업’으로 불리는 3세대 비동기식(WCDMA)서비스는 여기에 새 주파수대역을 활용해 2㎓ 영상전화까지 가능한 아이템이다.현재 SK텔레콤과 KTF는 준과 핌 브랜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들 브랜드를 활성화해 자연스럽게 WCDMA서비스 브랜드와 연결시킨다는 의도다. 또 후발업체로서 아직 이 같은 멀티미디어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LG텔레콤은 이들 선발업체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동기식 IMT-2000사업을 준비한다는 생각이다.SK텔레콤은 포털사업본부 내에 ‘준’팀이 따로 마련돼 있다. ‘준’의 가입자수는 지난해 12월 6만7,000명에서 올 1월 12만명, 2월 21만명, 3월 39만명, 4월 53만명 등으로 고성장을 거듭해 왔다.포털본부의 한 관계자는 “준은 서비스전용 단말기가 얼마나 보급되느냐에 따라 매출이 결정되는 ‘단말기 의존사업’이기 때문에 출시 초기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그러나 차세대 매출모델로서 기대이상으로 자리를 잘 잡아가고 있다”고 밝혔다.지난 2월 태스크포스팀 결성으로 출발한 KTF의 핌은 이미 회사의 차세대 대표수익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반영하듯 4월 말 이후로는 각각 마케팅, 무선인터넷팀 등으로 자연스럽게 업무가 흡수됐다.특히 이들의 콘텐츠 잡기 경쟁은 눈물겹다. SK텔레콤의 준은 최근 세계적인 팝스타 리키 마틴의 새 앨범을 서비스한 데 이어 ‘2003미스코리아선발대회’의 전 과정도 신규 콘텐츠에 포함시켜 제공하기도 했다.또 KTF는 지난해 슈퍼모델선발대회를 ‘핌’을 통해 제공했다. KTF는 11개 채널 실시간 TV시청 가능, 노래방서비스, 스포츠생중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핌은 또 최근 <개그콘서트 designtimesp=23991> 멤버들이 참여하는 ‘갈갈이 패밀리 서프라이즈 콘서트’를 제공하기로 해 화제를 모았다.<개그콘서트 designtimesp=23994> 멤버들의 소속사인 스마일매니아의 박승대 사장은 “계약한 KTF를 비롯해 50여개의 콘텐츠제공업체(CP)로부터 기획서를 받았다“며 “브로커를 통한 접촉까지 합치면 수백건에 이를 정도로 모바일 동영상서비스 분야의 경쟁이 치열한 것 같다”고 말했다.벨소리ㆍ캐릭터, ‘아직은 킬러애플리케이션이 같은 멀티미디어서비스에 거는 이동통신사들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들 서비스는 초기시장에 불과하다. 그래도 아직은 벨소리나 캐릭터를 내려받는 수준의 서비스이용이 무선인터넷서비스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지난해 무선인터넷 매출의 3분의 1이 벨소리ㆍ캐릭터 관련 서비스일 정도다.그러다 보니 준이나 핌 같은 멀티미디어 브랜드 이외에 무선인터넷을 활용한 틈새서비스를 내놓는 데도 이동통신사들은 게을리 하지 않는다.SK텔레콤은 지난 6월10일부터 휴대전화로 멀티미디어 광고를 보는 대가로 고객에게 건당 100원씩 적립, 통신요금을 할인해주는 ‘네이트 애드모아’(NATE Ad MoA) 상용서비스를 시작했다.네이트 애드모아는 휴대전화 대기화면, 무선데이터서비스 네이트 접속과 종료화면 등 7개 화면에 5∼10초 가량의 멀티미디어 광고를 자동으로 내려줘 고객이 휴대폰을 사용할 때마다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즉 TV나 신문처럼 휴대전화를 미디어로 활용해 수익원을 고객뿐만 아니라 광고주들에게서 찾아보겠다는 것이다.네이트 애드모아를 담당하는 안혁진 포털사업본부 커머스사업팀 과장은 “무선인터넷이 벨소리 등 한정된 고객층의 한정된 사용으로 활용범위가 규정지어져 온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 이동통신사나 CP들은 완전히 다른 수익모델을 찾아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광고주들의 문의가 많다”는 자랑을 빼놓지 않았다.특히 후발업체인 LG텔레콤의 경우 본격적인 멀티미디어서비스 제공에서 한걸음 물러나 있는 대신 ‘아기자기’한 마케팅 전략들을 통해 차별화하고 있는 모습이다.공짜쿠폰 제공 이벤트 등 고객참여를 유도하는 행사를 꾸준히 마련하고 있다. 아예 전면적인 TV광고를 통해 ‘고객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묶음 요금제 대신 선택형 요금제를 채택하고 통합멤버십도 4월 초부터 일찌감치 도입해 홍보하고 있다.‘해외진출까지!’, 파이 키우기 주력해외진출도 이동통신사들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KTF는 무선인터넷서비스의 해외진출을 위해 세계적인 기업들과 사업제휴를 맺었고 SK텔레콤도 중국에서 단말기 유통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물론 이 같은 해외진출이 매출에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 대규모 사업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글로벌 전략을 통해 시장을 확대해 간다는 상징적인 의미는 높이 살 만하다.이런 상징적 의미로서의 활동은 국내 사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무선인터넷을 핵심사업으로 보는 가운데 이를 바탕으로 한 모바일 금융이나 텔레매틱스 등에 이동통신사들이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운송수단 이동 중에 정보가 제공되는 무선데이터서비스인 텔레매틱스는 신규가입 대상이 사람이 아닌 자동차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서비스의 경우 정체상태를 맞은 신규가입자 증대의 물꼬를 터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이동통신 3사 모두 각각 자동차메이커들과 손잡고 준비 중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한 애견 찾기 등 사람이 아닌 객체를 겨냥해 신규가입자를 늘리는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최근 이동통신서비스업체들의 경쟁은 멤버십 제도처럼 신규고객을 뺏고, 빼앗는 경쟁에서 벗어나 ‘코피티션’으로 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코피티션은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의 합성어로 이동통신산업 성장의 정체기를 맞은 이 시점에서 공동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에서 사용되는 말이다. 즉 이제 가입자 시장점유율 증대 지향에서 벗어나 매출성장 지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이야기다.특히 전국적인 IMT-2000서비스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3세대 이동통신서비스가 전세계적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사실은 국내 이동통신사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무선산업연구팀의 송영근 연구원은 “업그레이드된 네트워크 건설이 아닌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이 소비자를 잡는 길”(3G is not a network but a service)이라고 분석했다.시장조사기관 TNS는 지난 4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11개국 통신산업 지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46%가 차세대 이동통신서비스 이용을 위해 현재보다 20% 비싼 요금을 지출할 용의가 있다고 대답했다. 이동통신회사들이 서비스 확산의 장애요인으로 꼽는 통신요금 문제가 우려의 수준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이동통신서비스업체들이 멤버십 혜택 등의 단순한 고객 유치 경쟁에서 벗어나 상생의 자세로 한국경제의 메이저리거로 재등극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돋보기 / 통합멤버십 이모저모‘혜택 폭은 늘고, 사용한도는 줄고’6월부터 바뀐 통합멤버십은 이동통신사의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용방법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각 멤버십 브랜드별로 따로 주어지던 혜택을 카드 종류에 관계없이 모두 누릴 수 있게 된 반면 멤버십 사용한도가 연간 통화요금을 기준으로 다소 축소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통화요금에 관계없이 무제한 할인혜택을 받았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LG텔레콤은 지난 4월 가장 먼저 카이, 카이홀맨, 패밀리 등 기존 멤버십 제도 3종을 하나로 통합했다. LG텔레콤 고객은 자신이 가입한 요금제와 관계없이 전국 2,500여개 제휴점에서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이에 따라 카이와 카이홀맨 카드 이용고객들에만 제공되던 LG25와 맥도날드 할인 등이 패밀리 카드 고객에도 적용되고, 패밀리카드 이용고객만 누릴 수 있던 코코스 할인 혜택도 카이 고객에게 제공되게 됐다. 또 패밀리카드는 1,500원의 극장 할인을 규정하고 있었지만 4월 이후로는 카이 가입자와 동등한 2,000원을 할인 받는다.LG텔레콤의 통합 멤버십 카드는 신규 가입자의 경우 새롭게 발급받을 수 있다. 카이 등 기존 카드 고객은 교체하지 않아도 신규 가입자와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SK텔레콤은 팅(ting), TTL, 유토, 카라, 리더스클럽 등으로 구분한 멤버십 제도는 그대로 두고 요금제와 관계없이 누구나 멤버십 제도를 선택할 수 있게 바꿨다. 그러나 다른 멤버십으로의 변경은 연간 2회만 가능하다.또 멤버십 등급을 나눠 모든 멤버십을 VIP, 골드, 실버, 일반의 4등급으로 세분화하기로 했다. 등급은 통화량을 기준으로 구분해 각 등급별로 연간 개인한도를 정했다.KTF는 나(Na), 드라마(Drama), 비기(Bigi) 등의 브랜드 카드 3종과 레드, 블루, 플래티넘의 3종의 멤버십 카드가 일부 통합돼 ‘KTF멤버스카드’를 활용하게 된다. SK텔레콤과 마찬가지로 연간 휴대폰 이용한도를 기준으로 고객을 등급별로 나눠 멤버십 마일리지를 부여하기로 했다.이 멤버십 마일리지는 이용할 때마다 포인트가 줄어들게 된다. 기존카드로 새로운 멤버십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LG텔레콤과 달리 통합 멤버십 카드를 새로 발급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