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는 중형 병원들이 늘고 있습니다. 의료시장이 개방되면 그 수치는 더 늘겠지요.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자를 만나자마자 정성일 SF클리닉 대표원장(43)은 열띤 어조로 국내 의료시장의 문제를 지적하기 시작했다. 환자를 고객으로 인식하고 고객만족서비스를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는 것이다.“외국의 병원들은 오랫동안 사업가의 관점에서 병원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수익을 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들이 국내에 진출하면 당해낼 병원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미 연간 수만명의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해외로 떠나고 있는 상황에서요.”정원장이 내놓은 비책은 병원 프랜차이즈다. 이미 국내 의료진의 기술과 장비는 세계적인 수준이므로 역량을 집중해 토종 병원의 장점을 활용하면 외국계 병원과 충분히 경쟁해 볼 만하다는 것.서울 광화문의 서울파이낸스센터 2층에 자리잡은 SF클리닉이 그 시험무대가 될 것이라고 정원장은 말한다. SF클리닉은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치과 등 8개의 유명 개인병원들이 협진시스템을 구축, 공동 운영하고 있다.“미용과 관련한 8명의 개인병원장들이 공동 투자해 개원했습니다. 각 원장은 자신의 병원을 운영하면서 일주일에 1~2일 SF클리닉에서 진료를 합니다. SF클리닉의 주주인 동시에 직원인 셈이지요. SF클리닉은 새로운 의료 프랜차이즈의 모델이 될 것입니다. 수익모델이 검증되면 지방으로 프랜차이즈를 확대할 계획입니다.”지난해부터 정원장은 해외진출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 한국계 병원인 아이캉(愛康)병원을 개원하겠다는 것. (주)SK와 공동 출자한 이 병원은 현재 건축 중이며, 오는 11월에 개원할 예정이다.“중국은 이미 3년 전부터 외국계 병원을 유치했습니다. 중국 의료시장은 양극화돼 있습니다. 고급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 비해 10배 이상의 진료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그만큼 매력적인 시장이지요. 병원이 오픈하면 6개월 가량은 중국에서 진료활동을 할 계획입니다.”정원장은 두 번의 사업실패 경험이 있다. 의사들을 상대로 한 멤버십클럽과 인터넷 간접광고대행회사가 그것이다. 시장 분석과 예측에 실패한 결과라고 정원장은 말한다. 그래서일까. 정원장은 의사답지 않게 경영에 대한 욕심이 많다.“기회가 되면 MBA과정을 밟고 싶어요. 외국계 병원과 경쟁하기 위해서 경영지식은 필수라고 봅니다. 의료경험과 전문경영지식을 겸비한 전문의료경영인이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