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으로서 소속감 높이는 노력과 활동 필요...찰스 스왑의 '휴가 나누기' 대표적

포천 100대 기업의 프랙티스 가운데 일하는 재미(Fun)라는 요소는 ‘일터와 놀이터’를 둘러싼 논의다. 사람들은 일생에 최소한 한두 가지의 직업을 갖게 된다. 그 직업을 통해 일을 한다.여기서 일은 큰 범주의 노동 중에서도 경제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노동이다. 즉 직업을 갖고 일을 하는 경우의 노동은 여가생활을 즐기기 위해 배추밭을 가꾸는 노동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돈을 번다는 경제적 의미가 내포된 노동과 그렇지 않은 노동의 차이다.직업으로서의 노동을 구체적으로 시연하는 공간인 일터는 그렇기 때문에 놀이터가 될 수는 없다. 다만 ‘놀이터 같은 일터’가 될 수 있을 뿐이다. 재미있게 놀이하는 것처럼 일을 할 수 있을 때 일에 대한 몰입과 열정이 높아지고 자연스럽게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다.벤치마킹을 위해 많은 포천 100대 기업을 다녀 보면 사람들이 편안한 표정으로 일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일터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굳은 얼굴로 일을 한다는 것이 통설이다. 이는 바로 놀이터 같은 일터와 그렇지 않은 일터라는 차이에서 비롯된다.그럼 일터의 재미(Fun)를 높이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과 활동이 필요할까. 첫째, 함께하는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sense of community)을 높이는 노력과 활동이다. 금융회사인 찰스슈왑의 ‘휴가 나누기’(time for giving) 프로그램은 이 같은 성격을 띤다.구성원들은 각자의 휴가일수 가운데 최대 이틀을 원하는 동료에게 기증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모아진 시간은 심각한 병에 걸린 동료나 배우자, 부모의 간병을 위해 시간이 절실하게 필요한 동료에게 전달된다.이 프로그램이 원하는 바와 얻게 되는 것은 구성원이 서로가 가족처럼 느끼고 도와주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팀워크가 향상되고 협력의 수준이 높아진다. 내가 어려울 때 도와줬던 동료의 부탁은 보다 각별히 신경을 써서 협력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는 귀에 익숙한 이름이다. 이 회사에는 구성원이 스스로 결성한 다양한 사내 단체가 있다. 지원대기조(employee resource group)라는 이름의 상부상조하는 모임들이다.편모그룹, 맞벌이부부모임, 아버지그룹, 흑인그룹, 중국인그룹 등 다양한 종류의 사내 모임이다. 이들이 하는 활동에서 특별한 점은 사내 봉사를 우선으로 한다는 것이다. 물론 사회봉사도 전개한다. 그러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직장동료를 방치하고 드러내듯 사회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는 이들 모임을 다양한 각도에서 지원할 뿐이다.재미를 높이기 위한 두 번째의 노력과 활동은 인간적인 분위기(networking atmosphere)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이벤트가 기획되고 권위적인 분위기를 배격하게 된다.서드패더럴세이빙스앤론스라는 금융회사는 1년에 특정한 주간을 정해 패션 콘테스트를 연다. 해당 주간에는 요일별로 테마가 정해져 컨셉에 맞는 옷을 입고 출근한다. 예를 들면 ‘미스매치먼데이’에는 엇박자의 상하의를 코믹하게 입는다.‘웨스턴웬스데이’에는 서부영화에 나오는 카우보이 복장으로 자신을 연출한다. 이밖에도 파자마데이, 디스코데이 등 테마는 다양하게 이어진다. 로펌 MDBE에서는 변호사들과 관리직 직원들이 매주 번갈아가면서 목요일에 행사를 담당한다.행사는 종이비행기 날리기, 가라오케, 통나무레이스, 미니골프 등으로 행사담당자가 기획하게 된다. 서로가 파트너를 정해 파트너를 집어던지는 ‘파트너 덩크대회’는 행사 중의 백미이다.퇴직자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대기조그룹(reserves at the ready)은 컨설팅서비스회사인 MITRE의 제도이다. 대기조그룹은 회사의 지원을 받아 퇴직자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수시로 몸담았던 회사를 방문해 지식과 기술을 나누고 일손이 부족할 경우 파트타임으로 근무하기도 한다.경기변동에 따라 구성원을 구조조정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결코 회사가 구성원을 내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믿음을 심어주며 이를 통해 인간적인 관계는 더욱 공고해진다.마지막으로 재미를 높이기 위한 노력과 활동으로는 공동의 지향점(shared goal)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는 공동체의 소속감을 높이는 활동과 일맥상통한다. 세계 최대 정보통신장비업체인 시스코는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일단 필요한 모든 장비를 제공한다.그리고 회사 인트라넷(dash board)을 통해 모든 종류의 오리엔테이션을 접하게 되며 마지막으로 관리자가 지정해주는 멘토(후원자)에 의해 회사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도와 배려를 한다. 이 과정에서 신입사원은 스스로 시스코라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거듭난다는 자각을 하고 그 공동체의 지향점을 공유해 나간다.엘테크의 브레인스토밍일터는 놀이터가 아니다. 직업으로 하는 노동에는 경제적인 의미가 담겨 있고 마찬가지로 일터는 놀이터에 비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야만 하는 곳이라는 차이가 있다. 즉 일터에는 항상 부가가치, 성과라는 부분이 따라붙게 되며 보다 나은 부가가치나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터는 ‘놀이터와 같은 곳’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오히려 보다 나은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을 준다. 일터는 성과를 내기 위한 곳이지만 늘 성과만 강조돼서는 안된다는 역설이 가능하다.일터에서의 재미(Fun)를 강조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웃으며 농담하고 즐거운 행사가 벌어지는 장면을 연상한다. 그러나 신뢰경영이 강조하는 재미는 일하는 재미이다. 동료들과 함께 일을 한다는 데서 느낄 수 있는 재미이다.때문에 여기서 말하는 재미에는 사랑, 관심, 배려, 협력과 같은 개념어들이 포함돼 있다. 위장된 재미, 강요된 담소, 내키지 않는 이벤트의 이면에 반목과 질시가 있다면 그것은 에너지의 낭비일 뿐이다. 나아가 재미에 앞서 상호간의 신뢰라는 토대가 마련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포천 100대 기업의 선정자인 로버트 레버링은 ‘참여하지 않을 권리’도 보장돼야 훌륭한 일터(Great Workplace)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전원 참석이라는 강제성에 밀려 내키지 않는 이벤트에 동원된 구성원이 그것을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는 없다.이는 결국 이벤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구성원의 의식을 높이는 일이 주가 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설프게 남이 하는 이벤트를 흉내내고 따라할 게 아니라 진정으로 동료관계가 일하는 재미를 느끼는 관계가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스스로 고민해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