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서태지’라는 이름 석자를 거론하지 않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이들을 다룬 여러 매체의 기사에는 넬(Nell)이라는 그룹명보다 제작자 서태지의 이름이 눈에 띄게 다뤄졌기 때문이다. ‘서태지가 선택한 록밴드, 넬’ ‘서태지가 총책임프로듀서를 맡은 첫 밴드, 넬’ 하는 식이다.‘서태지’라는 존재로 인해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한 인디밴드에게 쏟아지는 언론과 대중의 관심은 일견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서태지가 ‘발굴’해 직접 음반제작까지 했다면 여기에 쏟아지는 관심의 정도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괴수대백과사전’에 이은 서태지컴퍼니의 새로운 레이블 ‘괴수인디진’(Goesoo Indigene)의 첫 작품, 바로 지난 6월12일 발매된 넬의 세 번째 음반, 이다.조디 포스터 주연의 동명영화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넬은 1980년생 4명의 동창생들로 구성된 모던록밴드다. 김종완(보컬ㆍ기타), 이재경(기타), 이정훈(베이스), 정재원(드럼), 이 네 명의 젊은이가 밴드를 결성한 건 지난 99년.홍대 앞 클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넬은 지난 2001년 데뷔음반과 2집을 발표하며 특유의 몽환적이고 우울한 감성, 개성 강한 기타 톤을 앞세운 독특한 질감의 록음악으로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관심을 끌었으나 인디레이블의 한계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두 장의 음반으로 가능성을 인정받기에 충분했던 넬은, 지난해 ‘ETPFEST’ 무대에 설 인디밴드를 찾던 서태지에 의해 ‘발견’됐고 이를 계기로 ‘괴수인디진’ 제1호 밴드가 된 것이다. 이번 음반 은 온전히 넬 멤버들의 작품이다.전곡의 작사, 작곡, 연주, 프로듀싱, 레코딩, 엔지니어링까지 멤버들 스스로 해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작업들을 해나가기에 부족함이 없는 장을 마련해주고 꼼꼼한 모니터링과 조언, 기술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은 제작자인 서태지였다.인디레이블 시절 1, 2집과 비교해 넬의 이번 음반은 무엇보다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탁 트인 느낌을 준다. 기술적 측면의 개가라고 할까. 넬 특유의 우울한 감성과 독특한 기타 톤, 그리고 여린 듯 묘한 자극을 주는 김종완의 보컬음색은 여전하다.마침 이번 음반에 1집 수록곡 ‘믿어선 안될 말’과 ‘Eden’이 리메이크돼 실려 있어 1집과 3집의 사운드를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도 색다른 묘미가 될 듯하다.이들의 감성은 우울하고 몽환적인 느낌이되 암울하거나 칙칙하지는 않다. 이러한 느낌은 음반 전체를 휩싸고 있으며, 특히 타이틀곡인 ‘Stay’에서도 잘 나타난다. 차가움과 냉소, 따뜻함과 서정이 비가 많은 이 계절에 묘하게 어울릴 것도 같다.박건ㆍ뮤직 프리라이터이 주의 문화행사뮤지컬 <시카고 designtimesp=24039>오리지널 런던팀 내한공연7월2일~8월3일/국립극장 해오름극장/화ㆍ수ㆍ금요일 저녁 8시, 목ㆍ토요일 오후 3ㆍ8시, 일요일 오후 3시/VIP석 12만원, R석 10만원, S석 8만원, A석 6만원, B석 4만원전세계적으로 8년간 밀리언셀러를 기록하고 있는 뮤지컬 <시카고 designtimesp=24046>의 런던팀 초청공연이 7월2일부터 한 달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려진다.최근 뮤지컬영화로 제작돼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 등을 받으며 세계 극장가의 핫이슈로 떠오른 뮤지컬 <시카고 designtimesp=24049>는 시대를 뛰어넘는 뛰어난 작품성이 강점이다. 특히 이번에 내한하는 런던팀은 뮤지컬의 본고장 웨스트엔드에서도 실력 있는 배우들로 구성된 전세계 투어팀. 배우들의 기량이 가히 세계 최고라 할 만큼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뮤지컬 <시카고 designtimesp=24052>는 ‘살인, 욕망, 부패, 폭력, 착취, 간통, 배신’이라는 선전문구처럼 1920년대 미국사회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비판한다. 남성중심의 도덕관과 황금만능주의, 진실보다 포장을 중시하는 외형주의의 편향된 시각에도 일침을 가한다.시종일관 어두운 20년대 미국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주제나 표현양식은 21세기적이다. 영화 <시카고 designtimesp=24055>와 뮤지컬 <시카고 designtimesp=24056>를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운여 김광업의 문자반야 세계 = 6월20일~7월13일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근현대 서단에서 특징적인 일가를 이뤘음에도 베일에 가려져 있던 운여 김광업 선생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고예가 소장 100여점, 통도사 성보박물관 소장 150여점 등을 6가지 성격별로 나눈 250여점의 작품이 전시되며, 특히 대자서와 파체서 부분은 설치작업의 형태로 전시돼 운여 작품의 현대성을 부각시킨다.운여의 글씨는 시류(時流)와는 거리가 멀고 첫 인상부터가 생경(生硬)하다는 평. 공모전이나 사숙에서 흔히 보는 전형적인 것과는 극단적인 획질이나 결구부터 다를 뿐만 아니라 한 화면에 전서, 예서와 전각의 장법(章法)이 복합적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안과의였지만 글씨와 전각이 삶의 전부였던 것도 특이하다. (02-580-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