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스, 9300여개 체인점에서 매년 8억달러 매출… 남성·어린이 전용 체인점도 인기

남자건 여자건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것은 무척 신경 쓰이는 일이다. 미용사가 조금만 실수해도 마음에 들지 않은 헤어스타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리를 깎고 마음에 들지 않아 잔뜩 찌푸린 얼굴로 애꿎은 거울을 뚫어지게 쳐다보거나 미용사와 얼굴을 붉히는 광경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미용실에 단골손님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번 자기 취향에 맞는 미용실을 찾으면 쉽게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평생 한곳에서만 머리를 할 수 없는 노릇. 출장을 가서 머리를 손질해야 할 수도 있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갈 수도 있다.뉴욕에서 먹는 ‘빅맥’과 LA에서 먹는 ‘빅맥’의 맛이 동일한 것처럼 어딜 가든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헤어스타일로 머리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게다가 공장에서 찍어 놓은 듯 천편일률적인 헤어스타일이 아니라 자신만의 세련된 멋을 낼 수 있는 곳이라면? 바로 미국에서 미용실체인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다.미국사회에서 브랜드파워를 앞세운 미용실체인이 빠르게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designtimesp=24028>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용실체인이 개인이 운영하는 미용실을 압도하고 있는 추세다. 미용실체인 숫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개별 미용실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오래된 미용실은 문을 닫고 그나마 남아 있는 곳들도 대형 미용실체인이 흡수하고 있다. 고객들도 잘 갖춰진 시설과 숙련된 미용사를 보유하고 브랜드파워까지 있는 미용실체인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바야흐로 미용실체인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미국에서 미용 관련 비즈니스는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지난해에만 미용실 또는 이발소에서 머리를 손질하는 데 500억달러를 지출했다. 미용용품까지 포함한 전체 미용관련 시장은 무려 1,350억달러에 달했다.미용실 비즈니스의 주요 고객은 여성. 미국 인구조사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1년 미국 미용실 전체 매출은 208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이발소는 규모가 10분의 1 수준인 21억달러에 그쳤다. 여성들이 주 소비층인 미용용품까지 고려하면 여성이 미용비즈니스를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미국에는 여러 가지 미용실체인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곳은 리지스코퍼레이션(Regis Corporation)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미용실체인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독일, 벨기에, 스위스, 폴란드, 푸에르토리코 등 전세계에 체인을 갖고 있다.체인점 수는 총 9,300개, 직원수는 4만5,000명이다. 미용실체인을 통한 연간 매출이 8억1,700만달러에 달한다. 포천 1,000대 기업. 지난 3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본사는 미국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에 있다.리지스는 다양한 미용실체인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비달사순(Vidal Sassoon)이 리지스의 브랜드다. 이외에도 슈퍼커트(Super Cuts), 진루이스데이비드(Jean Louis David), 리지스살롱(Regis Salons), 마스터커트(Master Cuts), 트레이드시크리트(Trade Secret), 스마트스타일(Smart Style), 코스트커트(Cost Cutters) 등이 있다. 브랜드는 머리를 손질하는 비용이 20달러인 대중 미용실체인에서 200달러에 달하는 고급까지 다양하다.리지스는 다른 미용실체인을 인수합병하는 방식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최근 10년 사이에 255건의 합병으로 미용실체인을 7,043개 늘렸다. 최근에는 또 다른 미용실체인인 오팔컨셉을 인수해 286개 미용실을 추가로 인수했다.오팔컨셉의 인수로 칼톤헤어인터내셔널(Carlton Hair Internatio-nal), 헤어바이스튜어츠(Hair By Stewa-rts), 아메리칸헤어포스앤드헤어커트플러스(American Hair Force and Haircuts Plus) 등의 브랜드를 추가로 보유하게 됐다.최근에는 특색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용실체인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리지스가 주도하는 미용실체인 시장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미용실체인은 샌드위치체인인 서브웨이가 세운 헤어컬러익스프레스(Haircolorxpress)다.패스트푸드 비즈니스모델을 미용실비즈니스에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헤어컬러익스프레스는 염색전문 미용실체인. 커트와 미용용품 판매도 겸하지만 주력 분야는 염색이다.헤어컬러익스프레스는 특히 저가에 초점을 맞췄다. 일반적으로 미용실에서 염색은 비싼 서비스. 리지스살롱은 50~65달러다. 반면 헤어컬러익스프레스는 단색일 경우 20달러에 불과하다.래리 펠더만 서브웨이 사장은 “샌드위치와 미용실은 완전히 다른 것 같지만 판매하는 제품만 다를 뿐 비즈니스 방식은 비슷하다”며 “지난 38년간 검증된 비즈니스모델이 헤어컬러익스프레스에서도 완벽하게 작동할 것”이라고 확신했다.헤어컬러익스프레스는 서브웨이처럼 임금, 재료비 등 모든 비용을 컴퓨터로 계산한다. 체인을 만들 때 지역을 선정하고 시장조사를 하는 것도 서브웨이와 동일한 방식이다.헤어컬러익스프레스는 또 서브웨이처럼 서비스를 통일해 단골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용카드처럼 생긴 고객신상카드를 만들어 고객이 선호하는 염색정도를 컴퓨터에 입력, 전국 헤어컬러익스프레스체인점에서 똑같이 염색을 할 수 있게 했다. 염색 전에 고객이 컴퓨터로 자신의 머리색깔이 어떻게 될지 알아볼 수도 있다.남성을 위한 미용실체인도 등장했다. 텍사스 오스틴의 스포츠클립은 대표적인 남성전용 미용실체인. 지난해 20개에서 시작해 현재 34개 도시 109개로 늘어났다. 스포츠클립은 주 고객이 남성인 만큼 환경도 남성들이 좋아하게끔 꾸며놓았다.TV를 여러 대 설치해 머리를 깎으면서 스포츠전문채널인 ESPN과 다른 스포츠채널을 한꺼번에 볼 수 있게 했다. 실내장식도 스포츠팀의 라커룸처럼 꾸며놓았다. 바닥은 야구장을 닮았다. 벽에는 여러 스포츠팀의 포스터를 붙여놓았다. 가격도 저렴해 13달러면 간단한 커트를 할 수 있다.어린이전용 미용실체인도 생겼다. LA에 본사가 있는 옐로벌룬은 미용실에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각종 장난감과 놀이기구가 있어 아이들이 이발을 즐겁게 할 수 있다. 얌전한 아이들에게는 쿠키, 팝콘, 풍선 등을 줘 미용사의 말을 잘 따르도록 유도한다.옐로벌룬은 지난 76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처음 열었으며, 96년 프랜차이즈를 시작했다. 버지니아에 사는 나샤 코닝씨는 자신의 경험 때문에 옐로벌룬체인점을 열게 됐다. 첫돌이 지난 딸 조단을 데리고 미용실에 갔다가 아이가 소리를 치르고 발버둥치는 통에 큰 곤혹을 치른 후 옐로벌룬체인점을 낸 것.그녀는 “일반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을 때 아이들이 겁을 먹기 쉽다”며 “옐로벌룬에서는 아이들이 편안하게 머리를 깎을 수 있어 부모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자주 온다”고 말했다. 옐로벌룬은 아이들을 위한 미용실이지만 특이하게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도 많이 찾는다. 일반 미용실과 달리 자신들이 머리를 깎을 동안 아이들이 놀 수 있기 때문이다.미용실에서 간단한 음료와 맥주를 마실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체인도 인기다. 텍사스에 있는 레드헤어는 머리를 다듬으면서 소프트드링크를 마실 수 있게 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온 남성이 쑥스러워하지 않고 바에서 맥주를 한 잔 하며 기다릴 수 있어 남성고객도 많은 편이다.전체 고객 가운데 40%가 남성이다. 인디애나에 있는 에버리데이조에서는 햄버거와 핫도그를 먹을 수 있다. 월요일 저녁에는 미식축구를 볼 수 있다. 맨해튼에 있는 존앤드렌은 고객들이 포켓볼을 치고 시가와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바를 마련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