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조건 활용 ‘알뜰 내집마련’ 고려할 만

5ㆍ23 부동산대책 이후 투기과열지구의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면서 서울ㆍ수도권에서 미분양 아파트가 꾸준히 늘고 있다. 부동산114의 미분양 단지 집계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서울ㆍ수도권의 미분양 아파트는 530여가구에 달한다. 김규정 부동산114 팀장은 “전체 단지를 조사 대상으로 삼지 않고 추이가 파악되는 곳만 조사하므로 실제 미분양 가구수는 이보다 2~3배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실제로 5월 말 집계까지 나와 있는 건교부 통계에 따르면 서울지역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해 말 52가구에서 올해 5월 말 61가구로 늘어났다. 경기지역은 4월 말 1,276가구에서 5월말 현재 1,350가구로 늘어난 상태.업계에서는 5ㆍ23 부동산대책 발표 후 분양권시장이 가라앉으면서 미분양 가구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매월 초순 청약접수를 하는 서울 동시분양의 경우 5ㆍ23 부동산대책 이전까지는 1순위에서 청약 미달이 되더라도 3순위까지 접수가 진행되면서 물량이 소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5월 이후에는 3순위 접수가 끝나도 물량이 남는 단지가 늘고 있다. 7월 초 실시한 제6차 서울 동시분양에서는 7개 단지에서 133가구가 미달된 바 있다. 미분양 단지가 드물었던 지난해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인 셈이다.수도권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화성, 인천 등 분양열기가 뜨거웠던 지역들에서도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화성 동탄신도시 인근에서 분양된 풍성주택의 아파트는 신도시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100가구 이상 미분양이 발생했고 인천 마전지구에 분양한 풍림건설의 아파트도 대량 미분양으로 남았다. 의정부, 평택, 남양주, 광주 등지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단지가 속출하는 중이다. 의정부에 모델하우스를 열고 있는 모 건설업체 소장은 “분양경기가 좋았던 지난해와는 확실히 달라진 분위기를 느낀다”고 말하고 “획기적인 혜택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수십가구에 달하는 미분양을 처리하기란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중도금 무이자 대출 등 지원조건 다양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곧 분양시장이 조정국면을 맞고 있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신규분양시장의 열기가 식으면서 분양가 인하나 옵션 제공 등으로 미분양을 방지하려는 건설업체들이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럴 때 실수요자들이 움직여 볼 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입지여건과 분양조건을 잘 따지면 저평가된 아파트를 ‘발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지난 5월에 분양한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은일로즈힐은 3가구가 남아있는 30평형을 분양받을 경우 계약금 1,000만원만 내면 중도금의 50%를 지원해주고 입주 때까지 이자를 미루는 이자 후불제를 채택하고 있다. 선시공 후분양 방식이어서 입주가 올 10월인 점도 매력적이다. 신월동 강월초등학교 건너편에 위치하며 발코니 새시를 무료로 제공해 입주자의 부담을 덜어준다. 30평형 분양가는 2억1,000만원선.방원종합건설이 신월1동 신월인터체인지 인근에 짓는 방원예뜨랑아파트는 서울지역 미분양 단지 가운데 가구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총 121가구 규모로 현재 32평형 2가구가 남아있다. 내년 6월 입주예정.강서구 방화동의 삼정그린코아는 방신종합시장 재건축으로 지어지는 주상복합아파트다. 현재 24, 28, 35평형이 각각 8~17가구 정도 남아있다. 지하철 5호선 개화산역까지 걸어서 5분거리의 역세권인데다 개화산이 가까워 자연환경이 좋은 편이다. 공항로,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진입조건도 양호하다. 분양가는 28평형이 1억7,000만원선이다.은평구 불광동 월드그린아파트는 무료 제공되는 옵션이 돋보이는 아파트. 계약금 10%만 납부하면 분양받을 수 있고 발코니 새시, 10자 붙박이장, 양주장식장, 비데, 반찬냉장고 등을 기본사양으로 제공한다. 지난 2월 완공돼 바로 입주가 가능하다.이밖에 용산구 후암동 브라운스톤남산 56평형은 중도금 60%를 무이자 융자해주며 서대문구 연희동 2차성원쌍떼빌 65평형은 1~3차 중도금을 이월할 수 있는 혜택이 있다.수도권에서는 중도금 무이자 융자나 이자 후불제를 내건 미분양 단지가 많다. 대우건설이 의정부 송산택지개발지구에 짓는 대우푸르지오는 남아있는 32평형에 대해 계약금 15%, 중도금 이자 후불제를 실시한다. 706가구 규모의 중형 단지이며 택지개발이 완료돼 생활기반시설이 완비돼 있다. 단지 바로 앞으로 의정부 경전철역이 2007년께 개통할 예정이며 2006년 완공예정인 서울 외곽순환도로, 동부우회도로 연장선 등을 이용하면 서울로의 진출입이 편리해진다. 분양가는 1억6,790만원.금강종합건설이 짓는 수원시 정자동 금강에스쁘아는 계약금 10%만 내면 중도금 60%를 모두 무이자 융자해준다. 국철 화서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고 전가구가 3베이로 설계되는 것도 장점. 29평형 분양가는 1억7,500만원이다.광명시 광명동의 현진에버빌은 기피층인 1~4층 계약자에게 중도금 무이자 융자와 이자 후불제를 제공한다. 357가구 규모이며 현재 22평형 10가구가 남아있다. 분양가는 2억2,000만원선. 이밖에 광주시 도척면 근형심포니, 부천시 원종동 조한드림플러스 등도 중도금 납부 조건이 좋은 편이다.미분양 아파트는 청약자격에 제한이 없어 청약통장이 없어도 계약이 가능하다. 또 업체마다 수요자를 위한 호조건을 내거는 경우도 많아 자신의 자금상황에 맞춰 아파트를 고를 수도 있다.그러나 단점도 많은 것이 미분양 아파트다. “미분양에는 반드시 그 이유가 있다”는 게 정설이다. 수요자가 기피한 이유가 무엇인지 꼼꼼히 알아본 후 선택해야 후회가 없다. 때문에 계약에 앞서 반드시 현장답사가 필요하다.지하철 역세권에 위치하거나 수도권 택지개발지구 내 아파트라면 향후 투자가치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또 500가구 이상 중대형 단지도 입주 후 대단지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어 좋다. 시공사의 재무상태와 브랜드 인지도 등도 반드시 체크해야 할 사항. 주변 아파트 시세와 분양가를 견주어 저울질하는 것도 잊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