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몸을 맡기고 신나게 춤을 춰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른바 ‘댄스뮤직’이라는 부류의 음악보다 일렉트릭 기타의 굉음이 쟁쟁대는 메탈음악이 때로 ‘댄스’에는 더 적격이라는 것을.늘 ‘이런 음반이 있어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런 음반이 나왔다. 다소 도식화된 표현으로 하면 ‘댄스와 메탈의 재미있는 만남’, 디스코트럭의 1집 <1톤>이다. 발매가 된 지 꽤 돼서 타이틀곡 ‘영원한 친구’는 자주 전파를 타며 어느새 인기곡의 반열에까지 올랐다.나미의 원곡으로 잘 알려진 디스코트럭 버전의 ‘영원한 친구’는 하드코어, 발라드, 펑크 등 다양한 장르가 빠르게 교차하고 합쳐지는 재미있는 구성의 곡. 노래 전반을 휩싸고 있는 묵직한 톤의 쟁쟁거리는 기타 연주가 심상치 않은 것은 디스코트럭 멤버들의 출신을 짐작케 한다. 밴드의 리더인 보컬리스트 문이경민은 소위 하드코어라는 장르로 한때를 풍미했던 밴드 닥터코어911 출신이고 나머지 4명의 멤버들(보컬 유이, 기타 문민주, 베이스기타 홍지훈, 드럼 김영식) 역시 아무밴드, 빅 비트, 러프, 동맥경화 등의 밴드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디스코트럭이라는 이색적인 밴드이름에도 나름대로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다. 애초 ‘댄스+메탈’ 식으로 음반의 방향을 이미 잡고 있던 상황에서 가벼운 댄스뮤직의 대명사처럼 돼 있는 ‘디스코’와 무거움의 상징 중 하나인 ‘트럭’을 합성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디스코트럭 음반의 가장 큰 미덕은 뭐니 뭐니 해도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하품하지 않고, 몸 비틀지 않고 들을 수 있게 하는 ‘지루하지 않음’이다. 첫 곡 ‘라디오맨’에서부터 디스코 특유의 전자음과 묵직한 메탈 기타 연주의 기묘한 조화가 귀를 잡아끈다. 게다가 의도적으로 ‘무도회장’의 분위기를 살린 듯한 여성멤버 유이의 보컬과 각곡마다 자유자재로 창법을 바꿔 변화무쌍한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는 문이경민의 보컬은 절로 미소를 머금게 한다.이 음반의 압권은 역시 ‘영원한 친구’인데 그 변화무쌍함에는 가히 경의를 표할 만하다. 또 리메이크 곡 ‘토요일은 밤이 좋아’는 원곡과 상당한 거리가 느껴져 ‘리메이크’라 칭하기 무색할 정도다. ‘영원한 친구’에 버금가는 흥미로운 곡으로는 ‘원더보이’와 ‘김대리’를 꼽을 수 있다. 만화주제가 같기도 하고 뮤지컬 같기도 한 코믹한 느낌의 ‘원더보이’, 실직의 아픔을 그린 가사와는 대조적으로 신나게 말을 타고 황야를 달리는 듯 경쾌한 ‘김대리’ 역시 웃음을 자아낸다.디스코트럭 음악의 가벼움은 ‘참을 수 없는’ 것이라기보다 ‘충분히 즐길 만한’ 것처럼 보인다.이 주의 문화행사조용필 35주년 기념 콘서트The History8월30일 토요일 오후 7시30분/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V석 12만원, R석 10만원, S석 8만원, A석 5만원, B석 3만원중학교 3학년 15살 나이에 처음 기타를 잡은 이후 35년 동안 음악인생을 살아온 가수 조용필의 대형 콘서트. 1968년부터 2003년까지 대중음악이 걸어온 역사가 한눈에 펼쳐지는 무대이다.조용필은 한국인이 뽑은 20세기 최고의 가수이자(갤럽 조사) 음악평론가들이 주류 대중음악계에서 ‘유일한 영웅’이라 부르는 아티스트. 35년 음악인생을 돌아보는 무대인 만큼 오케스트라를 포함해 3,000여명의 스태프가 공연에 참가한다. <명성왕후 designtimesp=24181>의 연출자 윤호진 감독이 미학적이면서도 역동적인 무대를 만들어낸다. 특히 98년 발매된 17집 이후 5년 만에 발매되는 18집에 수록될 곡을 최초로 연주한다.이번 공연은 1년 전부터 기획 준비돼 왔다. 미주, 일본의 팬들을 위한 별도의 예약 시스템을 가동하는 등 국내 시장을 넘어선 대규모 기획이라는 게 특징. 발매와 함께 전체 좌석 4만5,000석 가운데 1만여장이 팔리는 기록도 수립했다. (02-522-9933)생경 - 익숙하게 낯선 풍경展 = 8월23일~9월26일/안양역, 안양 석수시장 일대젊은 작가 31명이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전시회가 마련된다. 보충대리공간 스톤 앤 워터가 주최하고 현시대미술발전모임이 주관하는 미술 프로젝트. 미술전문가들의 고유문화로 고착화돼 ‘관객을 무시하는’ 병폐를 갖게 된 현대미술을 대중 속으로 끌어내는 게 목적이다. 관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는 의미로 안양역, 안양 석수시장 일대를 전시회장으로 삼았다.야외 입체작품과 현수막 작품 설치 및 전시, 상점 내부 설치 전시, 댄스 페인팅 및 참선 퍼포먼스, 유리조형 시연회 등으로 구성되며 9월 초 아트북 출판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낯선 현대미술을 익숙하게 감상하고 향유할 수 있는 기회. (031-472-2886)야곱과 그의 주인 = 8월26일~9월14일/서울 대학로 바탕골소극장<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designtimesp=24194> <느림 designtimesp=24195> 등으로 잘 알려진 밀란 쿤데라를 희곡으로 만나는 무대.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밀란 쿤데라의 몇 안되는 희곡 중 하나로 특유의 지성적 관찰이 극 전반을 감싼다.야곱과 그의 주인, 그리고 그들이 과거에 사랑했던 여자를 축으로 사랑의 에피소드를 통해 인간 내면의 본질을 깨닫는다는 이야기. 관객을 단순한 관찰자로 설정하는 극 전통을 부정하고 관객과 직접 의사소통하는 새로운 관계를 설정, 함께 생각하고 즐기는 공연으로 만들었다. 임형수 전주대 연극영화과 교수, 오경환 중부대 연극영화과 겸임교수가 연출하고 김도용, 유병훈 등 전통극 배우들이 참여한다. (02-3273-68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