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머리 CBO의 만기가 내년으로 다가오면서 비상경보가 울리고 있다.프라이머리 CBO는 지난 2001년 5월부터 6차례에 걸쳐 코스닥 및 벤처기업(장외기업) 808개 업체에 총 1조9,000억원 규모가 지원됐다.<한경BUSINESS designtimesp=24254>는 프라이머리 CBO를 받은 808개 기업 중 1차기업인 166개사를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실시했다. 부도기업은 얼마나 되는지, 실질적인 영업활동을 영위하는 기업은 얼마인지, 상환 가능 기업은 어느 정도나 되는지 정밀분석했다.조사결과는 기술신용보증기금(이하 기보) 발표와 거의 대동소이했다. 기보가 27% 정도의 부실률을 예상하고 있는 반면, 본지 조사결과 30%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러나 업계에서는 부실률이 30%를 훨씬 초과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1차대상 기업이 경쟁률도 높았고 그나마 우량기업들이 몰렸기 때문에 2차 이후의 기업들의 부실률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잠재부실기업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물론 기보측은 이들 잠재부실기업을 부실률 조사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사실 벤처기업에 프라이머리 CBO를 지원해주면서 정부나 한국신용평가, 기보 등 관련기관들은 어느 정도의 부실을 예상했다.상위 30%는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고 중위 40%는 영속기업으로 키워나가고 하위 30%는 최악의 경우 문을 닫거나 부실화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따라서 상위 30% 기업만 제대로 성장해 간다면 나머지 70%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그러나 기보 스스로 인정했듯이 IT전망을 너무 낙관적으로 한 것이 성공기업의 확률이 턱없이 낮아지고 부실률이 높아지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프라이머리 CBO를 받은 기업들이 대부분 IT기업들이었다.2001년만 해도 IT기업들이 맹위를 떨치면서 국내 경제발전의 동력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미국경기가 위축되면서 그 타격을 국내 IT기업들이 고스란히 받았고 수익모델이 극히 한정된 이들 업체는 존폐의 위기로 내몰렸다. 정부나 기보의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이는 물론 불가항력적 요소일 수 있다.더 큰 문제는 자금지원 이후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배정금액을 한번에 지원해주고 이 자금이 기술개발에 투입됐는지, 인력충원에 사용됐는지 등이 제대로 체크되지 않은 것이다. 일부 벤처기업 CEO들은 지원자금으로 구체적인 자금계획 없이 개인적인 빚을 갚거나 고급자동차에 비싼 술집을 드나드는 등 모럴헤저드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또 소문으로만 떠돌던 브로커 개입설도 최근 비리 관련자들이 검찰에 대거 적발되면서 사실로 입증됐다. 이들 브로커는 대출을 알선해준 대가로 2~5%의 리베이트를 받아 벤처기업들의 경영부담을 가중시켰다.사실 프라이머리 CBO가 처음 발행될 때는 업계의 절대적인 호평을 받았다. 신용도가 낮아 자체 자금조달이 어려운 중소ㆍ벤처기업들에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세계적인 재무정보서비스 제공업체인 톰슨파이낸셜이 발간하는 ISR(International Securitisation Report)는 대우증권이 주간사를 맡았던 5차 때의 외화표시 벤처 프라이머리 CBO를 ‘2001년 아시아 최우수자산유동화딜’로 선정하기도 했다.결국 제도는 좋았는데 그 제도를 성공적으로 수행해낼 수 있는 시스템이나 인력 인프라가 없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기보는 올 8월 말 현재 160개 기업의 도산으로 3,6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내년 만기까지 모두 6,3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되며 이중 보증수수료 600억원, 예상캐피털게인(자본이득) 900억원을 감안하면 실질 손실규모는 4,8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쨌든 5,000억원 가까운 돈이 국민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남게 됐다.프라이머리 CBO가 중소ㆍ벤처기업의 자금난 완화 등 국민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는 순기능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훌륭한 제도를 뒷받침하지 못한 시스템의 미비는 두고두고 아쉬움을 갖게 한다.기보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제도의 개선 및 강력한 자구노력이 손실축소에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일단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