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408호 (2003년 09월 29일)

대상선정·집행·사후관리서 허점 드러내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0

사례1 IT장비 관련 벤처기업 N사는 2001년 초 프라이머리 CBO 자금을 받기 위해 신청서를 제출했다. 자금이 부족하지는 않았지만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여유자금 확보 차원에서 행한 결정이다. 하지만 결과는 1차 심사 탈락. 자본금이 적고, 재무제표상 지표가 좋지 않다는 것이 탈락 이유다. 1990년 후반 설립된 N사는 2000년까지 연구개발에만 주력, 재무제표상으로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2001년 신제품 출시에 성공한 N사는 매출과 순익이 폭발적으로 늘어 올해 상반기 코스닥에 등록, 순항 중이다.

사례2 D사는 유통관련 서비스업체이다. 1998년 설립된 D사는 독특한 서비스와 공격적인 경영으로 당시 업계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업계 선두권을 위협하는 성장세를 보이던 D사는 2000년 들어 경영위기를 맞는다.

경영위기의 원인은 급격한 사세 확장. 갑자기 팽창하는 외형을 감당할 만한 관리조직을 갖추지 못했던 D사는 늘어나는 매출채권 때문에 현금흐름이 악화됐다. 단기간에 늘어난 직원으로 인해 인건비 부담도 가중됐다. 위기에 봉착한 D사를 경영위기에서 구해준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벤처지원 자금. D사는 2001년 프라이머리 CBO를 통해 20억원을 지원받았다. 자본금이나 매출이 어느 수준 이상이었던 D사는 CBO 자금 심사를 어렵지 않게 통과했다. D사의 신청 명목은 시설투자 및 신기술 개발 목적. 하지만 D사 통장에 입금된 20억원은 입금되자마자 밀린 채무나 인건비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 빠져나가고, 시설투자나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자금은 한푼도 남지 않았다. 그리고 D사는 이듬해인 2002년 부도를 내고 사라졌다.

분명하게 대비되는 두 사례는 선정기준과 집행과정에 관한 몇 가지 의문점을 제기한다. 어떤 기준으로 기업을 선정했으며, 과연 될 만한 기업을 지원했는지, 그리고 자금을 용도에 맞게 사용했는지를 확인했는가에 관한 의문이다.

2001년 5월 프라이머리 CBO 1차 발행시 기업심사 과정을 담당했던 신용평가회사 관계자는 “자금지원 공고를 내자 1,300여개 업체가 몰렸다. 단기간에 1,000개 이상의 기업을 걸러내야 하는데, 당시로서는 벤처기업을 제대로 평가할 만한 평가모델이 없었다.

결국 기존 평가모델을 상당부분 적용, 심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기존 평가모델이란 결국 기업의 규모나 실적을 위주로 하는 평가방법이다. N사의 경우에서 보듯이 당장의 실적은 좋지 않으나 일순간 급성장할 수 있는 벤처기업의 잠재력을 간과할 수 있는 허점이 생길 수 있다.

검찰은 프라이머리 CBO의 발행과정에서 대상기업 선정 및 발행금액 등을 알선해주는 조건으로 수억원을 챙겨온 금융알선 브로커와 금융회사 직원 등 20여명을 대거 적발, 항간에 떠도는 프라이머리 CBO를 둘러싼 비리 개입설이 사실임이 밝혀졌다.

이들 브로커는 2001년 1차 CBO 발행시 벤처기업인 H사 대표 김모씨로부터 1억5,000만원을 받고 50억원 규모의 프라이머리 CBO를 발행할 수 있게 해주는 등 12개 벤처기업으로부터 421억원의 프라이머리 CBO를 발행해주는 대가로 8억4천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프라이머리 CBO 발행 주간사인 D종금 직원 2명도 이들 브로커로부터 발행기업 선정 등 청탁과 함께 3,000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프라이머리 CBO는 주간사, 신용평가사, 전환가격 평가기관을 별도로 지정하고 신청서류도 간소화하는 등 브로커들의 개입 여지가 없는 것으로 알져져 왔다.

그러나 이번 수사결과 상당수 벤처기업들이 브로커를 통해 대출알선을 요청하고 조달액의 2~5%를 리베이트로 지급하면서 경영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브로커가 개입한 12개 벤처기업 중 5개사가 파산 또는 부도처리됐으며 나머지 기업들도 경영상태가 매우 열악한 것으로 밝혀져 비리 개입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벤처버블 걷히는 시기에 발행

지원시기와 대상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정부가 프라이머리 CBO를 기획, 발행하기 시작한 2001년 초는 벤처버블이 본격적으로 걷히기 시작한 시점. 2000년 3월 한때 283에 달하던 코스닥지수는 40대로 곤두박질쳤다. 많은 벤처기업, 특히 한계기업의 자금난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였다.

D사 대표이사는 “돌이켜보면 그때 CBO 자금을 안 받았더라면 더 큰 피해 없이 일찍이 회사를 정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당장 급한 것을 막고 보자는 심정으로 CBO 자금을 받아 사용했다”고 말했다. 성장성은 충분하지만 당장 자금이 급한 벤처기업을 지원한다는 좋은 취지의 자금지원이 일부 한계기업의 퇴출을 늦추는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다.

올해 초 코스닥에 등록한 한 벤처기업의 사장은 “당시 잘나간다는 벤처기업들은 프라이머리 CBO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전에 이미 창투사나 개인투자자로부터 유상증자 방식으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해놓은 상황에서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사채 방식의 프라이머리 CBO는 매력 있는 자금원이 아니었다. 비즈니스모델을 인정받지 못해 투자를 제대로 받지 못한 벤처기업이나 자금난에 시달리던 일반 기업들이 많이 신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초부터 8월까지 코스닥에 등록한 기업 50개사 가운데 프라이머리 CBO(1~4차)의 혜택을 받은 기업은 S사와 K사 등 단 2개사에 불과하다. 프라이머리 CBO를 발행한 전체 808개사 중에서도 현재까지 CBO를 발행한 이후 신규로 코스닥등록에 성공한 업체는 9개사에 그친다. 그나마 1개 기업은 인수합병을 통한 우회적인 방법으로 코스닥에 등록했다.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들은 프라이머리 CBO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

사후관리 대책 미흡

2001년 초부터 5차례에 걸쳐 발행된 프라이머리 CBO는 808개 업체에 총 1조9,000억원의 자금이 집행됐다. 적게는 2억원에서부터 많게는 100억원까지 업체별로 받은 평균금액은 27억원. 자금집행이 결정되면 대부분 3개월 안에 전액 현금으로 입금됐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했다. 앞서 D사의 경우에서 보듯이 일시에 들어온 자금은 본래의 목적이 아닌 다른 곳으로 쉽게 빠져나갔고, 관리감독기관은 이를 효율적으로 감시, 통제하지 못했다.

한 창투사 관계자는 “벤처금융이 발달한 미국의 경우 투자가 확정된 기업에 투자금액을 일시에 주지 않는다. 필요할 때마다 용처를 확인한 후 자금을 나눠 집행한다. 예를 들어 총 100만달러의 투자가 결정된 기업이 있다고 치자. 이 기업이 신기술개발, 설비투자, 인력확보에 자금을 필요로 했다면 창투사는 각 항목에 자금이 투입될 때마다 일일이 확인한 후 자금을 집행한다”고 말했다.

부실 최소화 방안 고심

관리감독기관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전체 808개 기업 가운데 올 8월 현재 거래소나 코스닥에 상장돼 있는 기업은 모두 58개사. 앞으로 55개사 정도가 추가로 기업공개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이미 10개사가 원리금 상환을 마쳤다. 이들 기업에 지원된 금액은 원금 기준으로 총 5,313억원.

반면 부실이 발생한 기업은 이미 160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또 향후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도 285개사를 잡고 있어 현재 부실이 발생했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수는 총 390개사. 전체 기업의 절반에 육박한다. 이들 기업에 지원된 액수는 총 6,300억원으로 전체 지원금액의 34.5%에 달한다.

프라이머리 CBO에 부실이 발생하면 이에 대한 부담은 보증을 선 기술신용보증기금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고, 결국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를 메워야 한다.

따라서 부실은 최소화하고, 기업공개를 최대한 독려, 회수금액을 극대화하는 것이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돋보기 프라이머리(Primary) CBO란

벤처지원 위한 채권담보부증권

프라이머리 CBO는 담보력이 약한 다수의 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신규로 발행하는 회사채를 기초로 발행하는 채권담보부증권(Collateralized Bond Obligation)을 일컫는다. 기업이 신규로 발행한 회사채를 주간회사가 먼저 인수해 이를 유동화전문회사(SPC)에 매각하면 기술신용보증기금이 보증서를 발급하고 이를 기초로 유동화증권(CBO)을 발행, 시장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이다.

주간사

일반적으로 증권사가 맡는 주간사는 CBO 발행의 실질적인 주체로서 CBO 발행 기업 모집, 유동화회사에 자산 양도시까지 자산관리, 유동화회사가 발행한 CBO 인수 및 시장매각 과정을 책임진다.

유동화전문회사

유동화전문회사는 서류상의 회사로서 주간사로부터 양도받은 유동화자산(회사채)을 기초로 CBO를 발행하고 양도대금을 주간사에 건네주는 역할을 상징적으로 수행한다. 유동화전문회사는 유동화자산의 보관, 운용 및 처분, CBO 원리금 수납 및 지급, 사후관리 등의 업무를 위탁관리회사를 통해 수행한다.

기술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은 유동화전문회사가 발행한 CBO의 원활한 시장 매각을 위해 전액 보증을 선다. 기술신보가 보증한 CBO는 최우량 등급인 AAA등급으로 분류돼 저렴한 발행금리가 적용된다.

돋보기 1차 프라이머리CBO 발행기업 실태 점검

166개사 대상 감사보고서 및 전화확인

<한경BUSINESS designtimesp=24331>는 프라이머리 CBO 발행기업의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2001년 5월에 발행된 1차 기업들의 현황을 상세히 체크해봤다. 점검방법은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감사보고서를 1차적으로 분석했고, 감사보고서가 없는 경우 일일이 연락을 취해 현황파악을 시도했다. 1차 프라이머리 CBO를 발행한 기업은 모두 166개사로 제조업체 97개사, 통신업체 2개사, 서비스업체 61개사, 도소매업체 4개사, 건설업체 1개사, 운수업체 1개사 등이다. 이들 기업에 지원된 금액은 모두 3,606억원이다.

전체 166개 기업 가운데 외부감사인을 통한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는 기업은 모두 61개사. 이들 61개사의 감사의견을 분류해 보면 기업존속 의문, 불확실, 의견 거부 등 부정적인 감사의견을 받은 기업은 모두 24개사, 금액으로는 717억원 규모다. 재무제표를 확인해 본 결과 26개사가 2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하거나 2002년 대규모 손실로 전환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보고서를 확인해 볼 수 없었던 105개사 중 3개사는 이미 부도가 났고, 16개사는 연락두절 상태였다. 이들 기업에 지원된 금액은 총 243억원. 결론적으로 부정적인 감사의견을 받은 24개사 717억원과 부도, 연락두절 상태의 기업 19개사 243억원을 합한 43개사 1,020억원이 이미 부실이거나 부실화 가능성이 매우 높은 기업으로 분석됐다.

한편 이미 원리금 전부를 상환한 기업은 3개사, 주식전환이나 원리금 일부를 상환한 기업은 7개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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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