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408호 (2003년 09월 29일)

5개 벤처, “이보다 더 요긴할 수 없었다”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0

선정과정의 잡음이나 예상을 뛰어넘는 부실률 등 많은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1년에 벤처 프라이머리 CBO 자금을 젖줄삼아 현재 탄탄한 기업을 끌어가고 있는 기업도 적지 않다. 벤처 프라이머리 CBO를 통해 1조9,000억원이 풀렸던 2001년은 한차례 ‘벤처거품’이 잦아져 구조조정에 돌입했고, 창투사 등의 벤처투자도 종적을 감추었던 시기였다. 당장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1~2년생 기업들은 모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자금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에 있어서 적절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또한 많은 중소ㆍ벤처기업 재무담당자들은 “기술신용보증기금에서 보증을 받아 CB를 발행했다는 것 자체가 대외적으로 기업 신인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고 입을 모았다.

벤처투자는 해당 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등록하면 일단은 성공한 것으로 보는데, 6차까지 모두 1조9,000억원이 지원된 808개 기업 중 현재까지 58개 기업이 등록 돼 있는 상태다. 코스닥시장 침체로 주가가 낮아 주식전환을 해도 투자수익이 크지 않다는 문제점이 남아있기는 하다.

또한 등록하지는 않았으나 안정성장궤도에 진입한 기업들도 많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코스닥 시장이 침체에 빠져 있는 탓에 등록 시기를 예상보다 늦추며 저울질하고 있는 중이다.

인테리어디자인 전문회사인 민아이티에스는 2001년 5월, 프라이머리 CBO를 통해 15억원을 조달했다. 당시 자본금이 10억원이었던 이 회사에서 15억원은 꽤 큰 금액이었다.

민아이티에스는 설계부터 시공까지 토털 인테리어디자인 기업을 지향한다. 그래서 자체 가구공장이 꼭 필요했고, 2001년에 김포에 있는 공장을 샀다. 하지만 이 공장 매입가격을 내기 위해 은행에 20억원의 부채를 졌다. 자본금의 두배에 해당하는 부채는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 회사는 CBO로 조달한 자금 15억원 중에서 10억원으로 부채의 절반을 상환, 한결 몸이 가벼워질 수 있었다.

민아이티에스, P-CBO로 무차입 실현

나머지 5억원은 운전자금으로 썼다. 이렇게 CBO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한결 숨통이 트였고, 남은 은행빚 10억원도 같은해에 상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민아이티에스 김명렬 상무는 “덩치를 키우기보다는 알찬 회사를 만드는 게 회사 경영진의 목표이기 때문에 무차입 경영을 지향하고 있고, 가급적 빨리 은행빚을 털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후 작지만 알차게 계속 성장하고 있다. 2000년 177억원, 2001년 210억원, 2002년 243억원, 올해는 예상매출 280억원 등 매출이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순익은 2002년 4억2,000만원, 2001년 7억5,000만원 등이다. 이 회사는 현대해상사옥 리모델링, 국립박물관, 서울대 건진센터, 서울대 분당병원, 백범기념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우량고객들을 착착 확보해가고 있다.

피엠케이텍은 프라이머리 CBO 자금을 연구개발비로 요긴하게 쓴 경우다. 피엠케이텍은 출입통제시스템, 조명등기구 및 홈오토메이션 시스템 등을 생산하는 회사. 2001년 5월 당시 창업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던 이 회사는 홈오토메이션 시스템을 핵심사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비전과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이를 실행에 옮길 자금이 부족했다.

하루하루의 운영자금은 그럭저럭 꾸려나가는 데 무리가 없었지만 장차 회사의 주력사업으로 삼고자 하는 아이템을 개발하는 데 투자할 여력은 충분치 않았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프라이머리 CBO를 발행했다. 처음에 45억원어치를 발행했다가 두달 후 이자부담이 너무 커서 15억원은 조기 상환했고 현재는 30억원이 남아있다. 이 돈은 홈오토메이션 시스템, 전자식 도어락, 유무선 통신으로 집안 시설물들을 통제하는 전력선 통신 등을 연구개발하는 데 썼다고 한다.

이 회사 문기환 팀장은 “2001년 그 자금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한 것이 2002년부터 결실을 맺어 지난해 말부터 수주계약을 따낼 수 있었고,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소액결제 전문기업인 모빌리언스는 창업 초기, 시설자금을 구하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이 자금이 단비가 됐다. 서버를 구입할 큰 돈이 없었는데 프라이머리 CBO를 통해 15억원을 마련, 운영자금과 서버 및 기타 장비구입비용으로 사용했다. 창업 초기 벤처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은 증자가 거의 유일하다. 이 회사도 지속적으로 조금씩 증자를 해오기는 했지만 당시 벤처투자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는 투자자를 구하기도 어려웠고, 또 무한정 자본금을 늘리는 것도 경영진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 회사가 발행한 CBO 15억원어치는 기보 1차 유동화전문회사가 소유하고 있지 않고, 국민창투에 매각됐다. 회사는 만기에 상환하고 싶어 하지만, 소유자인 국민창투가 낮은 전환가의 메리트를 살리기 위해 만기 전에 주식으로 전환할 것이 확실하다 보고 있다.

“기업사정 따라 발행조건 다양했으면” 아쉬움

아이티엠은 시장진입 초기에 드는 마케팅비용을 프라이머리 CBO로 조달했다. 이 회사는 플라즈마 및 박막 제조법을 핵심기술로 갖고 있다. 2001년 당시 연구개발은 일단락된 상태였고, 2000년에 안양에 공장도 준공해서 제품을 생산할 준비를 모두 갖춰놓았다. 이제 매출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단계였다. 이때 시장진입 초기에 드는 마케팅비용을 CBO로 25억원을 만들어 감당했다. 부품소재기업이므로 샘플을 제작해 수요처에 보여주어야 하고, 시장진입 초기라서 저가에 제품을 팔아야 했으며, 제품의 대량생산에 들어가려면 재료를 구입할 돈도 필요했다.

이 회사 김재현 차장은 “정책자금이 아주 요긴했다”고 말했다. 이제 이 회사는 안정적인 거래선들을 확보, LG와 삼성전자의 1차 벤더들에 가전, 휴대전화, 터치스크린용 박막 등을 납품하고 있다.

국내 주요 MP3플레이어 생산업체 중 하나인 디지털웨이는 앞날이 불투명한 벤처기업의 입장에서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이 있으면 가급적 마련해두자는 차원에서 프라이머리 CBO를 발행했다. CBO 발행 직전에 대규모 증자를 통해 자본 45억원을 확충한 상태였기 때문에 다른 벤처나 중소기업에 비하면 사정이 훨씬 나은 편이었지만 자금운영이 녹록지 않았다.

이 회사 남윤식 재무관리팀장은 “2001년 당시 가장 큰 문제는 생산에 필요한 재료를 구입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13억원의 CBO 자금이 이 문제의 해결책이 됐다.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프라이머리 CBO를 디딤돌 삼아 현재 안정궤도에 진입하기도 했지만, 한편 2년여가 지나 2004년 만기를 앞둔 현재 상황에서 우량하게 성장한 기업들에 이 자금은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당시 주식전환가가 낮게 책정된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또 일부 우량기업의 재무담당자들은 “만기 전에 미리 돈을 갚거나, 옵션을 다는 등 발행조건을 조정하고 싶었는데 기보측에서 난색을 표하더라”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조기에 상환한 기업도 소수 있지만, 이것이 폭넓게 적용되지 못했기 때문에 개별기업의 사정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고 ‘붕어빵 찍듯’ 자금을 일괄공급하고 일괄관리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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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