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제 408호 (2003년 09월 29일)

신세대 고객이 주류 … 입지에 제한 많아

고깃집은 90년대를 풍미하던 업종이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외식업이 급성장하던 시절의 성장주도주였던 셈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고깃집의 영업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점포 숫자가 너무 많아 과잉경쟁 상태인데다 원가, 임대료, 인건비 상승도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생선이나 닭, 오리 등의 ‘화이트 미트 시장’이 커지면서 기존의 고깃집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고깃집들은 생존을 위해 새롭게 변신을 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카페형 고깃집이다. 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번화가, 대학가, 오피스가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카페형 고깃집의 대표선수는 와인삼겹살. 하지만 2년간 붐을 타던 와인삼겹살이 주춤하면서 카페형 고깃집은 새로운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와인을 결합한 바 형태의 카페 고깃집이 등장했는가 하면 연탄 구이라는 추억을 연상시키는 조리법과 카페풍 인테리어를 결합한 고깃집도 선보였다. 샤브샤브 등 주식이나 일품요리의 비중을 높인 카페형 고깃집도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다.

카페형 고깃집은 대중적인 고깃집에 비해 주요 고객이 젊은층이라 입지에 제한이 많다. 대부분 임대료가 높은 입지에 점포를 열기 때문에 평당 매출 효율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동선 설계나 젊은층 취향에 맞는 분위기 연출이 사업성패를 좌우한다. 시간대별 매출을 높이는 메뉴 전략이나 젊은 감각에 맞는 서비스도 중요하다.

20~30대 회사원의 경우 고급스러운 카페풍의 인테리어를 선호하며 맛에 대한 판단도 직설적이고 적극적이어서 차별화된 맛과 서비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많은 카페형 고깃집이 이를 무시했다가 실패했다.

서울교육대 주변에서 카페풍 고기전문점 신씨화로를 운영 중인 김준규씨(36)는 카페형 고깃집의 특징을 최대한 살려서 성공한 사례. 김씨는 최근 40평인 매장을 60평으로 확장하는 공사를 했다.

삼겹살은 직장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이다. 김씨도 샐러리맨 시절에는 회사 주변 삼겹살전문점을 자주 애용했는데, 서울교대 먹자골목 내에는 곱창이나 갈비 등의 전문점은 많지만 삼겹살전문점은 거의 없는 상태였다. 이런 이유로 김씨는 창업을 결심했다. 그는 평범한 삼겹살전문점이 아닌 독특하면서도 고객들이 편안하게 여길 수 있는 삼겹살전문점을 내고 싶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카페풍 고기전문점. 주변 오피스가의 20~40대 직장인을 수용할 수 있는 분위기로 매장을 꾸몄다. 퓨전과 한국적인 분위기가 모두 느껴지도록 했다. 오픈한 날부터 매장은 손님들로 가득 찼다. 고객의 니즈와 업종에 적당한 입지를 제대로 파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의 성공전략은 메모하는 습관이다. 고객들이 주로 무엇을 주문하는지, 어떤 반찬을 좋아하는지, 와인은 어떤 종류를 주문하는지를 꼼꼼히 메모했다. 다시 방문하면 김씨는 메모한 내용을 확인한 후 주문을 받는다. 테이블을 세팅할 때도 고객이 좋아하는 반찬은 더 많이, 더 자주 교체한다. 그의 이런 관심은 고객들로 하여금 누군가 자신을 항상 챙겨준다는 느낌을 심어주었다.

직원들에 대한 관리도 한몫을 했다. 김씨는 직원들에게 항상 칭찬과 격려의 말을 빼놓지 않는다. 가족처럼 대하는 것이다.

음식점은 맛을 생명처럼 여기고 있다. 그는 고기전문점 창업을 위해 마니아가 됐다고 한다. 마니아가 돼야만 음식의 맛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600년 된 숯불화로와 옷에 연기가 배지 않도록 설계된 특수 후드는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600년 된 참숯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이 고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김씨는 창업비용으로 가맹비 1,500만원을 포함해 총 1억3,500만원(점포비용은 제외)을 들였다. 월 평균매출은 5,500만~6,000만원이고, 이중 순수익은 1,700만원이다.

카페형 고깃집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실패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최근 업종 변경이 잦은 와인삼겹살 카페는 업종 자체의 문제보다는 음식점의 기본을 무시하고 유행업종만 따른 결과가 실패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 강남역 주변에서 카페형 고깃집을 운영하던 최모씨는 대기업 퇴직 후 퇴직금으로 창업을 한 경우다.

보증금 5,000만원에 권리금 1억2,000만원이 상당히 높게 느껴졌지만 강남권이고 유동인구가 많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기존 점포의 단골고객이 많다는 부동산중개인과 점포 주인의 말만 믿고 계약을 했다.

고기전문점이었던 매장이라 주방 및 홀의 시설과 간판 등은 그대로 인수하고, 실내장식은 당시 유행하던 카페풍으로 바꿨다. 이전 가게주인의 말만 믿고 육류거래처와 채소거래처 등은 그대로 유지했다. 창업 후 한달간 예전의 매상이 유지됐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자 고객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원인은 식자재에 있었다. 자신의 판단이 아닌 이전 가게주인의 말만 믿은 것이 실수였다. 날이 갈수록 고기의 육질은 나빠지고 채소 등은 신선도가 떨어져 대부분을 버려야만 했다. 사업경험이 없었던 탓에 다른 거래처를 구할 생각도 못했던 그는 계속 저품질의 식자재를 높은 가격으로 구입했다.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식자재의 질이 떨어지다 보니 음식 맛은 최악의 상태가 되어버렸다.

평생을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요리에 관심이 없었던 그에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고깃집은 좋은 고기를 값싸게, 그리고 친절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기본을 몰랐던 것이다. 필요하다면 점주가 직접 뛰어다니며 저가의 신선한 식자재를 조달해야 하는데 최씨는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자신이 발로 뛰고 노력한 만큼 대가를 얻는 것이지 상권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기본 진리를 몰랐던 것이다.

또 카페형 고깃집이 유행 업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손님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한 것도 잘못이었다. 실제로 와인삼겹살 카페의 상당수가 장사의 기본을 무시하고 안이한 경영마인드로 입지나 유행업종에 편승하려다가 실패했다. 매출은 계속 떨어져 하루 평균 3만원의 매출조차 기대하기 힘든 상태까지 왔다. 6개월 동안 수익이 없는 적자 상태로, 남은 돈마저 바닥이 나자 결국 점포를 부동산에 내놓았다. 그의 악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점포관리 부실로 권리금은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부동산중개인의 말에 또다시 절망에 빠졌다.

업종변경도 생각해 봤지만 낙관하기 힘들어 보증금만이라도 챙겨야겠다는 생각에 지금은 점포가 나갈 날만 기다리고 있다.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입력일시 : 2006-09-04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