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408호 (2003년 09월 29일)

피트니스산업 건강붐 타고 ‘스마일’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0

외국계 vs 토종브랜드 대결

지난 2000년 봄.

명동 한복판에 위치한 한 빌딩이 ‘누드’ 상태로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전면이 유리로 된 이 빌딩은 이전에는 한 패션업체의 옷가지들로 장식됐던 곳이었다. 간판도, 내부장식도 없는 채로 이곳에서는 요란한 음악만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오픈 전 파격세일”을 외치는 내레이터모델들의 화려한 안내멘트가 들려왔다.

한때 1만명까지 회원을 보유해 국내 피트니스산업의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는 ‘캘리포니아휘트니스센터’(이하 CFC) 명동점은 오픈 당시인 3년 전만 하더라도 바로 이러한 모습이었다.

한 조사자료(Global Salon Panel(GPS) Health&Fitness Clubs 2002:Korea by Diagonal Reports)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헬스클럽과 피트니스클럽은 총 192개인 반면, 영세한 규모의 체력단련장은 3,900여개에 이른다. 따라서 고가의 서비스로 상류층을 겨냥한 호텔 피트니스클럽을 제외하고 이처럼 대규모 운동센터가 국내에 선보인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다.

2000년 8월에 문을 열어 2001년 압구정동에 2호점을 선보인 CFC는 대만에 본사가 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태국에 지점을 둔 외국계 회사다. 미국의 피트니스 네트워크인 ‘24아워 피트니스’(24Hour Fitness)와 제휴를 맺어 전세계 피트니스산업의 트렌드를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CFC는 국내 진출 첫해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각종 매체와 정부의 피트니스산업에 대한 이해부족이 가장 크게 느꼈던 어려움이었다”는 게 에릭 르빈 CFC 회장의 말이다.즉 생소한 외국의 시스템을 한국토양에 적용하다 보니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환불시스템 등은 국내 실정과 확연히 달라 대규모 안티세력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 같은 우여곡절 끝에 CFC가 자리를 잡은 뒤 올 들어 역시 외국계인 발리토탈휘트니스(이하 발리)와 토종브랜드인 락시웰니스(Roxy Wellness Center)가 모습을 드러냈다.

발리는 뉴욕 증시에 상장된 기업으로 북미지역에서 430여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또 락시웰니스는 CFC, 발리와 유사한 시스템으로 처음 선보인 국내 업체다. 사실 이 회사는 태생부터 국내 브랜드로 출발한 것은 아니다. 김장호 대표가 미국계 피트니스체인인 발리와 계약을 했다가 한국법인 계약을 맺은 본사가 아시아법인을 따로 발족하는 바람에 토종브랜드로 변신했다.

결국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우연치 않게 11월 오픈 예정인 명동의 M-피트니스센터와 더불어 외국계와 토종브랜드의 대결로 압축되게 됐다.

미국계인 발리는 9월 기준으로 강남역 부근에 1호점을 연 상태고 연말에는 부산 벡스코와 서초동 아크리스백화점 자리에 2ㆍ3호점을 열 예정이다. 락시웰니스는 주거지 중심의 전략을 내세우고 있어 서울지역을 타깃으로 하는 다른 업체와 달리 경기도 분당, 평촌, 부천 중동지역과 충남 유성 등을 공략하고 있다. 세움인터내셔널이 준비 중인 M-피트니스센터는 명동에 이어 내년 초 신촌과 여의도 지역에서 지점을 낼 계획이다.

신(新)마케팅 트렌드 전령사

이 같은 대형 운동센터들은 색다른 마케팅 기법들을 잇달아 선보이며 마케팅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우선 이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은 ‘프리세일’(Pre-Sale). 클럽이 완성되기 전에 브랜드의 신뢰성을 보고 미리 가입하는 고객에게는 파격적인 할인의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다른 업종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전략이다.

또 대형이지만 각 멤버들을 가족처럼 챙기겠다는 일종의 회원친화전략도 공통된 특징이다.락시웰니스의 경우 주거지역 중심으로 위치선정을 하는 만큼 회원들 스스로 자체적인 커뮤니티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또 M-피트니스센터에서는 ‘멤버스데이’(Members’ day)라는 이벤트를 마련, 파티 형식으로 진행하면서 각종 퍼포먼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CFC는 9월26일 3주년을 기념하는 파티를 여는데 클럽회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섹시트레이닝룩’이라는 드레스코드도 정해놓았다.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스타마케팅이다. CFC는 초창기부터 ‘운동과 엔터테인먼트의 결합’을 홍보 컨셉으로 내세웠다. 이는 모델 신디 크로퍼드를 내세운 본사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슈퍼모델 박둘선씨를 모델로 내세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연예인 회원 유치로 ‘CFC에 가면 연예인과 함께 운동할 수 있다’는 전략을 추가해 고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는 발리도 마찬가지여서 발리 강남1호점은 연예기획사 싸이더스와 협약을 맺어 소속연예인들을 회원으로 받아들이고 이들이 인터뷰 등을 통해 발리 브랜드를 구전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들 피트니스 업체는 특정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지역마케팅을 구사하고 있기도 하다. M-피트니스는 M에 담긴 뜻이 여러가지지만 명동이라는 지역을 반영한 의미도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 업체는 명동축제에 함께 참여하는 등 지역밀착마케팅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밖에 단순히 에어로빅으로만 여겨졌던 그룹엑서사이즈(Group ExerciseㆍGX)를 유행시켜 소규모 헬스클럽에까지 댄스, 요가 열풍이 불게 했으며 각종 외식업체와의 공동마케팅도 이들이 내놓은 마케팅 전략 중 하나다.

고용효과 '탁월'

피트니스 인더스트리가 갖는 의미는 단순히 새로운 비즈니스의 등장만이 아니다. 여기서 나오는 고용창출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그동안 마땅히 안정된 직장을 찾기 어려웠던 체육대학 출신자들이 진출할 수 있는 문호가 넓어졌다는 데서 이 비즈니스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각 대형클럽들은 지점별로 100여명의 정규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특히 이중 절반 가량이 개인트레이너(Personal TrainerㆍPT)들로 최근 신규클럽이 문을 열면서 상당수의 체육대학 졸업자들이 소위 ‘청년실업’을 피하게 됐다. 발리의 경우 각 지점별로 70여명의 직원이 있는데 3분의 1 가량이 트레이너들이다. 신입직원과 정규직원의 비율은 5대5 정도. 신입사원 모집에 약 5대1의 경쟁률을 보여 최근 이 산업의 인기를 반영했다.

M-피트니스센터 역시 현재 명동점을 위해 70여명의 직원이 활동준비를 마쳤다.특히 새로 시작하는 분야인 만큼 체육전공자들이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직장이 되게 하겠다는 각오다. 이형철 세움인터내셔널 마케팅팀장은 “우리는 체육대학으로부터 인재를 공급받고 또 나중에는 이들이 모교에 가서 후배들을 직접 뽑게 해 서로 윈윈할 수 있게 하는 게 꿈”이라고 주장했다. 또 트레이너라는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연봉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것도 이 사업의 활성화에서 비롯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피트니스 붐으로 피트니스 카운슬러(FC)라는 신규직업도 등장했다. 일종의 영업직인 카운슬러는 미국식 시스템을 차용한 것으로 대규모로 헬스클럽이 운영되다 보니 각각의 고객에게 소홀해질 수 있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직업군이다. 즉 클럽의 시스템을 이해하고 이를 신규회원에게 설명해주는 한편 회원이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록 공지사항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 대개 성과급제를 적용해 고액연봉자가 많다는 후문이다.

클럽입구에서 회원을 맞는 리셉셔니스트나 엔터테인먼트 개념이 첨가되면서 클럽의 전담 DJ가 등장한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헬스클럽산업이 확고히 자리를 잡은 미국은 2002년 초를 기준으로 3만여개의 피트니스센터가 운영 중에 있다. 또 6세 이상 미국인 6명 중 한 사람은 피트니스센터와 스포츠클럽의 회원이다. 각종 자료에 따르면 이렇게 되기까지 30여년이 소요됐다. 그런 점에서 지난 3년여간 급성장세를 보여온 국내 피트니스산업의 전망은 무척 밝아 보인다.

에릭 르빈 CFC 회장은 경쟁업체를 묻는 질문에 “게으름이 우리의 경쟁상대”라고 말했다. “‘운동하는 일을 고려해보겠다’, ‘내일부터 시작하자’는 고객의 마음가짐이 바로 피트니스 사업자로서 최고의 경쟁요소”라는 설명이다. 특히 한국은 인구가 많고 외모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 사업의 전망은 분명 밝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인의 ‘냄비근성’을 이유로 피트니스산업이 트렌드 비즈니스에 그칠 것이라는 일부 지적도 있지만 고객의 충성도 형성이 잘 이뤄지는 분야이기 때문에 최소 향후 3년 이상은 급성장을 거듭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INTERVIEW 이서중 세움인터내셔널 대표

“시장형성 초기부터 체계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해외 논문을 보면 국민소득이 7,000달러 수준일 때는 볼링이, 8,000달러 수준일 때는 수영이나 에어로빅이 인기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1만달러 이상이 되면 이런 종목들은 모두 쇠퇴기에 들어서게 되고 피트니스와 골프만 살아남는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따라서 토털 피트니스산업이 국내에서 자리를 잡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게 이서중 세움인터내셔널 대표(38)의 말이다. 현재 서울 역삼동 테크노짐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대표는 지난 8월부터 명동 M-피트니스센터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15년 이상 스포츠클럽 컨설팅 작업을 해 온 이대표는 최근 TV 프로그램만 봐도 이 사업 분야의 가능성을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전에는 TV 건강 프로그램에서 에어로빅 강습장면이나 수영장이 배경화면으로 자주 등장했었는데 요즘은 어떤가요. 피트니스클럽에서 웨이트트레이닝하는 모습을 더 쉽게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지난해 건강상의 이유로 스포츠사업 분야에서 잠시 물러나 있던 그가 다시 대규모 운동센터를 아이템으로 사업에 복귀한 것은 책임감 때문이다.

그는 헬스클럽산업이 붐을 일으키며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외국계 중심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기존의 이 분야 전문가들이 소외된 채 산업군을 형성해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미국의 경우 헬스클럽이 부동산 개념으로 발달했습니다. 낮은 금리를 활용한 대형클럽이 많이 생겼고 박리다매 차원에서 저렴한 회원권이 등장했지요. 대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개인 트레이닝이 활성화됐습니다. 요즘 외국계 헬스클럽들이 국내에 선보이고 있는 개인트레이너(PT)라고 하는 게 바로 이러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외국시스템이 국내에 잇따라 선보이면서 기존의 소규모 헬스클럽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 결국 우리나라 유통시장이 재래시장에서 대형할인매장으로 서서히 전환되듯 국내 피트니스산업도 이 같은 형식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맞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피트니스 열풍의 원조격인 캘리포니아휘트니스센터가 위치한 명동에서 클럽을 열고자 하는 것도 국내 피트니스산업을 체계화시켜 보자는 도전적인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3년 안으로 업계 선두의 자리에 오르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밝힌 이대표는 “5년 내로 스포츠ㆍ레저의 전 분야를 취급하는 토털 스포츠회사를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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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