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408호 (2003년 09월 29일)

원/엔 동조화 심해 부작용 많아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0

지난 9월20일 일본에서 자민당 총재선거가 열렸다. 이번 총선에서는 고이즈미 총리가 다시 선출될 것인가에 관심이 몰렸다. 예상대로 고이즈미 총리가 재선출됐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에서 최대 변수가 됐던 일본 경제가 살아날 기미를 보인 것이 큰 힘이 됐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무엇보다 일본 경제의 앞날을 밝게 보는 일본식 마냐나 경제관(Manana Economy)이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경기회복을 학수고대해 온 일본 경제각료들은 2/4분기 성장률과 주가상승을 들어 올해가 13년간의 장기침체국면을 마무리하고 경기회복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일본 경제 회복의 두 가지 아킬레스건이 해결되지 않은 점을 들어 최근의 회복세가 ‘일시적’이라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그 근거로 일본 국민소득(GDP) 기여도의 약 66%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국민들의 소비심리가 여전히 미약한 점을 들고 있다.

따라서 일본 경제를 오랫동안 지탱해줄 구조적 문제점이 개선될 기미를 보일 때까지 일본 경제 회복여부에 대한 판단은 유보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금융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번 총선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다시 선출됐지만 11월 총선거에서 교체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한국 경제 입장에서는 연말을 앞두고 엔화 환율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자들이 참고지표(reference indicator)로 엔화 환율을 삼고 있는 현실에서는 원/엔 동조화 정도가 심하기 때문이다.

만약 앞으로 일본 경제각료들의 시각대로 경제회복세가 본격화된다면 엔화 환율은 일부 기관들의 전망대로 110엔 밑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원/엔 환율이 1대10이라고 가정한다면 원화 환율은 1,100원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엔화 환율의 최대 변화요인인 미ㆍ일간의 성장률을 놓고 본다면 이 같은 전망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올 3/4분기 이후의 미국 경제성장률이 3.5% 이상으로 예상돼 일본 경제를 다시 앞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유념해야 할 점은 당분간 국제외환시장에서 히스테리 현상(hysteria)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예상외로 높게 나온 일본 경제의 2/4분기 성장률과 유럽 통합 일정의 차질 등으로 시장참여자들의 기존 인식이 흐트러져 조정국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환당국은 최근처럼 히스테리 현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외환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능력(smoothing oper-ation)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과 개인들도 이 기간에 환위험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따라 올해 명암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이종(異種)통화의 시장개설 문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종통화 가운데 처음으로 97년 10월에 원/엔 직거래시장이 개설됐지만 아직까지 활성화되지 못하고 원/엔 동조화 현상이 심해 그에 따른 부작용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요인으로 원화의 국제화, 보유외화의 다변화, 시장참여자의 훈련 정도 등 외환시장의 인프라가 취약한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시장참여자들의 훈련이 안돼 있는 점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원화 환율의 움직임을 보면 대내외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원/엔 동조화 정도가 심하게 나타난 점이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최근처럼 미국 금융시장이 불안하면 훈련이 안된 시장참여자들이 참고지표(reference indicator)로 우리나라 경제여건보다는 엔화 환율을 감안해 외화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경제구조 측면에서는 아직까지 일본에 의존하는 체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커다란 요인이다. 통상 우리나라 경제구조를 말할 때 일본과의 ‘안항적(雁行的) 혹은 천수답(天水畓) 구조’라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수출증가율과 경제성장률, 주가상승률은 엔고(高)율과 대비시켜 보면 정확히 일치한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이미 개설해 놓은 원/엔 직거래시장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원/엔 동조화 정도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원/엔 직거래시장 개설 이후 고시하는 원/엔 환율의 매매기준율을 보면 국제외환시장에서 형성된 엔/달러 환율과 국내 외환시장에서 결정된 원/달러 환율의 재정(裁定)환율 수준과 비슷하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달러화 일변도의 외화보유 운용방식이 개선되지 않음에 따라 원/엔 직거래시장의 필요성을 그만큼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환당국이 시장을 개설해 놓고 이를 활성화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도 한몫 하고 있다.

앞으로 원/엔 동조화 현상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이에 따른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 전제는 훈련된 시장참여자들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국내 외환시장의 거래규모와 환율결정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 경계해야 할 것은 경제부총리, 한국은행 총재 등의 섣부른 환율에 대한 언급이다. 아직도 시장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인식하에 환율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정책당국자들이 먼저 훈련이 돼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원화의 국제화 과제도 중요하다. 이 점에 있어서는 원화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것이 급선무다. 경제효과 면에서 커다란 차이가 없다 하더라도 세계 11~12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국가가 여전히 달러당 네 자리대의 환율체계를 갖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외환거래 단위를 축소하는 원화의 디노미네이션(denomination)을 생각해 볼 시점이다.

경제구조를 다변화하는 과제도 시급하다. 여전히 대일 혹은 대미 편향적인 수출품목과 수출시장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수출구조도 단순히 가격(환율)경쟁력에 의존하는 추세에서 품질ㆍ디자인ㆍ기술과 같은 가격 이외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일본을 비롯한 인접국가와의 공동기금, 공동화폐 등을 구상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도적으로는 달러화 일변도의 외화운용 관행을 개선시켜 원/엔 직거래시장에 대한 수요를 늘려야 한다. 이 점에 있어서는 그동안 누차 강조해 왔으나 개선되지 않고 있다. 대안이 있다면 환율변동보험 지급이나 금융기관의 건전성 평가시 외화보유 구성의 다변화 정도를 하나의 심사기준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이종통화 중에서는 엔화에 대해서만 직거래시장이 개설돼 있으나 앞으로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직거래시장을 개설해야 한다. 이미 ‘1유로=1달러’의 등가시대에 접어든데다 유로랜드 확대 등으로 유로화 결제비중의 증가에 따라 원/유로화 직거래시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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