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후 48시간 지나면 재생불가능

미국 영화시장에서 일회용 DVD 타이틀이 첫선을 보였다. 월트디즈니의 가정용 비디오부문인 뷰에나비스타홈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일회용 DVD 타이틀 영화를 출시했다. 미국 일부 도시의 편의점에서 시범판매에 들어간 일회용 DVD 타이틀은 포장을 뜯은 후 48시간이 지나면 재생할 수 없게 되는 것이 특징이다. 즉석사진과 비슷한 원리로 디스크가 공기와 접촉한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기록된 데이터를 읽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일회용 DVD는 뉴욕에 있는 플렉스플레이테크놀로지가 개발한 기술. 일회용 DVD 기술이 개발된 것은 벌써 5년 전이지만 영화시장에 실질적으로 활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월트디즈니가 이번에 출시한 일회용 DVD는 대부분 지난해에 개봉된 작품이다. <리크루트 designtimesp=24272>, <사인 designtimesp=24273>, <25시> 등 8가지. 월트디즈니는 향후 6개월 동안 2주일에 한번씩 6~8종의 일회용 DVD를 내놓을 계획이다. 일회용 DVD의 가격은 7달러 정도. 일부 상점에서는 5달러에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 비디오대여점에서 빌리는 것과 가격 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 일반 비디오대여점에서 5일 동안 DVD를 빌릴 때 드는 비용은 4달러 안팎이다.일회용 DVD의 가장 큰 장점은 편리함이다. 비디오를 빌리는 것과 비슷한 가격에 영화를 볼 수 있으면서 비디오대여점에 타이틀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게으르다. 따라서 가격에 큰 차이가 없으면 반납할 필요가 없는 일회용 DVD도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월트디즈니는 현재 일회용 DVD의 시장성을 테스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사는 일회용 DVD 출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을 정도다. 일회용 DVD가 판매되는 도시도 텍사스의 오스틴, 일리노이의 피오리아,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찰스턴, 미주리의 캔자스시티 등 4곳에 불과하다.월트디즈니가 일회용 DVD시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두말 할 필요 없이 수익확대다. 새로운 수익창출을 고민하던 차에 일회용 DVD에서 돌파구를 발견한 셈이다. 애덤스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용 비디오시장은 123억달러로 전체 영화사의 매출 208억달러의 59%를 차지할 만큼 크다. 가정용 비디오시장의 대부분은 비디오 대여. 일회용 DVD는 바로 비디오 대여 시장을 노리고 있다.월트디즈니가 일회용 DVD시장을 다소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비디오대여점의 높은 연체료 때문이다. 고객들은 빌린 영화 타이틀을 단 몇 분만 늦게 반납해도 연체료를 내야 한다. 때로 연체료가 대여료보다 훨씬 높다. 배보다 배꼽이 큰 셈이다. 실제로 비디오대여점의 수익 가운데 상당 부분은 연체료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트디즈니는 비디오대여점의 과도한 연체료에 불만을 품은 고객들이 일회용 DVD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그러나 일회용 DVD는 여러가지 도전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 DVD대여점은 만만찮은 경쟁상대로 꼽힌다. 온라인 DVD대여점들은 정액제로 운영되고 고객이 원하는 만큼 DVD를 빌려 볼 수 있다. 기간도 정해져 있지 않아 연체료도 물지 않는다. 양판점에서 판매되는 저가 DVD도 걸림돌이다. 미국의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양판점에서 DVD를 저가에 판매하고 있다. 월마트에서 판매되는 DVD는 최신작은 아니지만 6달러에 살 수 있다. 위성방송사들이 실시하는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도 일회용 DVD의 길을 막고 있다. 위성방송 덕분에 영화 소비자들은 굳이 영화를 빌리러 갈 필요 없이 리모컨 버튼 하나로 최신작을 볼 수 있다. 대형 비디오대여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대형 비디오대여점들은 영화사들과 계약을 맺고 일정 분량의 DVD를 구입하고 있다. 영화사와 비디오대여점이 공존공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사가 자신만의 이익을 좇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환경보호론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일회용 DVD가 환경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지금으로선 일회용 DVD의 성공 여부를 짐작하기 어렵다. 월트디즈니가 일부 지역에 한해 소리 소문 없이 일회용 DVD를 출시한 것도 결국 새로운 시장창출과 장애물을 실험해 보려는 의도다. 만약 월트디즈니의 새로운 실험이 성공한다면 미국은 물론 전세계 영화시장은 엄청난 지각변동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