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408호 (2003년 09월 29일)

‘리모델링 = 에너지절감’홍보 강화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0

최근 아파트 재건축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렇지만 수요자들의 관심 정도에 비해 리모델링시장이 활성화돼 있다고 단정하기에도 성급해 보인다. 특히 재건축이 까다로워지면 리모델링시장의 급성장을 예상할 수 있지만 대형 건설업체들은 리모델링 일감 부족을 호소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리모델링시장이 건설업체들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리모델링시장을 활성화할 동력은 없는 것인가. 정답은 아니지만 독일의 리모델링 전략을 타산지석 삼아 들여다보자.

지난 5월 독일 베를린공대 산하 리모델링연구소(IEMB)의 포글러 연구원은 베를린에서 이뤄졌던 한 연립주택 리모델링 사례를 유럽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표했다. 발표내용을 살펴보면 독일 리모델링 전략의 단면을 읽을 수 있다. 사례로 발표된 연립주택은 1957년 건립된 5층 건물로 모두 40가구로 이뤄졌다. 건물 연면적은 2,216㎡(약 617평)이고 재래식 가스보일러로 난방을 했던 건물이다.

크게 건물의 5개 부분이 리모델링됐다. 천연가스 난방을 위해 보일러를 바꿨고 보일러 개체에 따라 굴뚝도 일부 고쳤다.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하기 위해 지붕에는 40㎡의 집열판을 설치했다. 외벽에는 두께 14cm의 단열체를 시공했고 창문도 단열 효과가 높은 제품으로 바꿨다. 이와 함께 천장 아래와 지하실 위에도 단열을 했다.

공사 이후 효과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리모델링 이전에는 이 건물의 난방과 온수공급을 위해 평방미터(㎡)당 연간 184kWh의 에너지가 소비됐지만 리모델링 이후에는 연간 에너지 소비량이 69kWh로 뚝 떨어졌다. 게다가 보일러 교체로 이산화탄소(CO2) 발생량이 연간 79.8t 가량 줄었다고 리모델링연구소의 포글러 연구원은 밝혔다.

에너지관리청 건물소유주 대상 집중 홍보

요약한 연구결과 보고내용을 통해 독일에서 진행되는 건물 리모델링의 목표와 전략을 읽을 수 있다. 독일에서는 리모델링을 하는 이유를 물으면 ‘에너지 절감을 위해서’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리고 에너지 절감을 목표로 건물 리모델링을 추진하면 경제주체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독일 정부는 강조한다.

그렇다면 이득은 무엇일까. 독일에너지관리청(Deutsche Energie Agentur)은 홍보책자를 통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우선 건물 소유주는 에너지 절감이 검증된 자재를 사용해 리모델링을 하면 국책투자은행인 재건은행(KFW)으로부터 장기 저리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또 건물주인은 에너지 절감을 위해 투입된 비용의 11%까지 임대료를 올려 받을 수 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리모델링 이후 임대료는 올랐지만 난방 비용을 포함해 자신이 부담해야 할 에너지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새로 리모델링한 집을 찾게 된다.

에너지 절감을 위한 리모델링이 경제적이라고 판단해서 그렇게 하겠다는 집주인들이 늘어나면 에너지 절감 관련기술 및 제품수요도 증가해 해당 기업들의 매출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국가 입장에서는 건물 리모델링을 통해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량이 줄어들면 에너지 수입을 줄일 수 있는데다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자는 국제협약에도 발맞출 수 있어 일석이조다. 경제주체가 서로 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독일 리모델링시장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떤가. 정부나 건설업체들이 아무리 “리모델링은 좋은 것이다”고 강조해도 수요자들 입장에서 이득이 되는 게 없다고 판단하면 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재건축과 리모델링의 예상 비용과 수익을 비교 계산해 돈이 된다고 판단되는 재건축을 선호한다면 자본주의체제에서 자연스러운 수요자의 선택으로도 볼 수 있다. 재건축은 앞으로도 계속 규제할 방침이니 그 대안으로 리모델링을 선택하라는 식의 정책기조라면 리모델링시장은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수요자들이 재건축 대안으로 리모델링 필요성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수요는 한정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정부는 리모델링을 활성화하기 위해 아파트의 일부 증축을 허용했지만 이 때문에 일어난 리모델링 수요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건축을 의식한 때문인지 건축물의 평수를 늘릴 수 있는 리모델링 정책을 내놓았는데도 시장은 썰렁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재건축 대안=리모델링’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재건축을 규제하는 정책이 쏟아지는 만큼 앞으로 리모델링 정책도 양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더라도 정부가 리모델링에 대한 명확한 전략과 좌표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시장은 계속 ‘다람쥐 쳇바퀴 도는’ 양상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INTERVIEW 포그트 리모델링연구소 소장

“독일의 전철 밟지 말기를…”

1989년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이듬해 정식 통일이 이뤄진 뒤 독일 정부는 동ㆍ서독간의 각종 사회적 격차해소에 주력했다. 옛 동독지역의 낙후된 주거여건을 개선하는 것도 독일 정부의 당시 과제였다. 독일 연방정부와 베를린 주정부는 옛 동독지역의 건물 리모델링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92년 베를린공대 산하에 리모델링연구소(IEMB)를 설립했다. 이후 리모델링연구소는 연방정부 및 주정부의 리모델링 정책 결정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연구소의 기술개발 발표내용을 보면 리모델링 기술의 큰 흐름도 알 수 있다. 리모델링연구소의 포그트 소장(사진)을 만났다.

리모델링연구소는 옛 동독지역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데 어떤 역할을 했습니까.

먼저 옛 동독지역에 있는 건물의 상태를 조사해 국제 수준에 미달하는 주거여건 및 구조적 결함 내용 등을 정부에 보고했습니다. 옛 동독지역 주거건물의 30%(약 220만가구)가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자재로 건립됐는데 연구소는 이런 건물의 구조결함을 해결하면서 쾌적한 실내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리모델링 기술을 개발해 적용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연구소는 재정을 지원하는 정부를 위해서만 연구를 합니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일반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연구소는 구조해석, 건설물리분야, 에너지 성능평가, 실버주택 등 건설기술 전반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환기기술 및 열성능 평가기술에 대한 기업들의 요구가 많은 편입니다.

독일이 통일이 된 지 10년이 지났는데 옛 동독지역의 건물 리모델링과 관련해 현안은 무엇입니까.

옛 동독지역에서 130만가구가 비어 있습니다. 리모델링과 신축을 경쟁적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독일 정부는 옛 동독지역에서 건물 신축을 위해 약 81억유로를 쏟아부었는데 건물은 비어 있는 게 문제입니다. 연구소는 비어 있는 건물의 재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를 수행 중입니다.

한국에서는 재건축을 선호하는데 재건축과 비교해 리모델링의 장점을 꼽는다면.

건축자재든 재원이든 자원은 한정돼 있습니다. 리모델링은 건물을 새로 짓는 것보다 자원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습니다.

과거 독일처럼 한국도 분단국가인데 통일 이후를 가정해서 한국 정책결정권자에게 전하고 싶은 독일의 교훈은.

독일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것입니다. 엄청난 비용을 투입해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새로 지었는데 100만가구 이상 비어 있는 것은 뭔가 잘못된 것입니다.

연구소에 문의하고 싶다면.

인터넷 홈페이지(www.iemb.de)는 항상 열려 있습니다. 영어로 질문해도 답변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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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