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제 408호 (2003년 09월 29일)

옛것 허물고 새로운 도약 꿈꿔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0

지난 수년간 일본 도쿄의 가장 큰 변화를 든다면 부심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재건축 붐일 것이다. 새롭게 개발하는 것만이 아닌 산뜻하게 새 단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만을 매립해 탄생된 대단위 신도심지역 오다이바가 신호탄. 대형화, 초고층화, 그리고 최첨단화의 전형을 보여주었던 오다이바의 뒤를 이어 시내 중심, 부심 가릴 것 없이 옛 건물들을 헐어내는 작업들이 진행되거나 혹은 지난 몇 개월 사이에 새로운 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니혼바시(日本橋)지역도 그중 하나다. 일본이 개항한 직후 닦여진 철도의 시발점이 되었던 이 지역은 신바시(新橋) 정차장을 중심으로 거리의 풍경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다. 비즈니스와 엔터테인먼트, 쇼핑 등을 한꺼번에 아우를 수 있는 고층건물들이 솟으면서 도로와 인도 등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도 함께 이루어져 블록 전체가 초현대식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르네상스풍의 옛 신바시 정차장 건물은 중앙광장에 여전히 남아 있고 현재 박물관과 레스토랑으로 활용되고 있다. 물론 외관의 일부는 유리와 철제빔을 이용해 현대적인 미감을 더했다. 이 정차장과 ‘역전’ 노천카페를 중심으로 시호도메, 가레타 등 한참 올려다봐야 할 빌딩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다. 최소 40층에 달하는 이들 빌딩에는 마쓰시다전기, 니혼TV, 시세이도 등 일본 유수의 대기업들이 입주해 있어 비즈니스의 새로운 중심지가 되고 있다. 고풍스러운 정차장 앞에서 여유롭게 커피와 식사를 즐기는 비즈니스맨들의 모습은 지역의 풍경과 더불어 달라진 도쿄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준다.

이 지역과 함께 최근의 재건축 붐을 잘 말해주는 곳이 록본기힐이다. 원래 록본기는 도쿄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로 알려진 곳. 신주쿠, 긴자, 에비스와 더불어 대표적인 향락의 거리로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것은 물론 ‘풍속산업’으로 알려진 일본의 성인문화가 호황을 누리는 지역이다. 외국 공관들과 대기업들이 들어서 있어 국제 사교와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군림해 왔는데 마치 우리나라의 이태원과 같은 곳이다.

하지만 유흥거리라는 선입견을 벗어던지려는 듯 쇼핑과 식문화의 메카로 다시 태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곳이 록본기힐이다. 올 4월 문을 연 이곳은 54층 규모의 고층빌딩과 복합위락단지로 조성됐다. 네온사인과 전통주점, 나이트클럽이 밀집한 거리를 내려다보는 곳에 자리하고 있는데 푸른빛이 감도는 유리와 강철만을 이용해 일본 현대건축 공법의 결정판으로 평가받고 있다.

록본기힐의 규모는 방대하다. 54층 메인 빌딩인 모리타워를 중심으로 박물관, 야외정원, 아사히TV, 할리우드 뷰티플라자 등의 빌딩들이 둘러서 있다. 특히 야외대극장과 모리가든 사이에 위치한 아사히TV는 원통형의 대형 건물로 전면이 유리로 돼 있어 안과 밖의 경계를 혼란스럽게 하고 빌딩이라기보다는 거대한 조형물로 착각해도 좋을 정도다. 200여개가 넘는 쇼핑점과 레스토랑, 카페가 건물 곳곳을 채우고 있고 특히 모리타워는 6층 천장까지 트인 구조라는 점이 독특하다. 실내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채광을 한껏 끌어들여 갑갑하지 않다. 층층마다 들어선 상가와 레스토랑에는 평일 낮에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에스카다, 발리, 막스마라 등의 명품브랜드와 로컬브랜드들이 지하 1층부터 지상 6층까지 빼곡히 입점해 있고, 미술관인 모리아트센터가 49층에 자리해 상업과 예술의 즐거움을 고루 맛보게 한다. 미국계 멀티플렉스 극장인 버진시네마는 젊은이들과 가족단위 나들이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공간으로 대접받는다.

세계 각국의 주요 요리들을 이곳에서 모두 맛볼 수 있고, 일본 최고의 레스토랑체인들이 자리를 차지한 식당가에서는 명성에 걸맞게 최상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아침부터 저녁 늦도록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더라도 모든 것이 갖춰져 있어 불편하지 않다.

빌딩 사이에는 연못과 주변의 산책로로 꾸며진 녹지공간, 모리가든이 빌딩숲의 완충지가 되어주기도 한다. 록본기힐이 얼마나 방대한 규모인지 개장 이래로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길을 잃는 사람들이 속출했다고 한다. 하늘색 제복을 입은 직원들이 사람들을 데리고 다니는 광경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아예 록본기힐 투어를 담당하는 직원을 따로 두고 있다.

록본기힐은 대형화, 초고층화돼 가는 건축의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새롭게 선보이는 빌딩들은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기술을 과시는 듯하다. 동시에 일본의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장기적인 계획도 도쿄의 재개발 붐에 깔려 있다. 그러나 유사한 대형 비즈니스, 복합위락건물의 재건축 붐은 임대수요의 과잉을 초래할 것이라는 심각한 경고를 낳고 있다. 거품경기가 한창이던 ‘일본의 황금기’ 80년대보다 무려 두 배가 넘는 사무실 공급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호황일지, 불황이 이어질지는 내년에 판가름난다고 일본 내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여행메모

찾아가는 길 : 자동차를 이용할 경우 나리타공항에서 90분, 하네다공항에서 40분 거리에 있다. 도쿄역이 있는 마루노치와는 15분 남짓한 거리에 자리한다. 전철을 이용하면 록본기역에서 곧장 연결되는데 히비야선이 아닌 오에도선을 타고 가면 4분 정도 더 걸어야 한다.

글·이유진 월드콤 여행전문기자 / 사진·김석영 KaMP Studio)

현지취재협조·하나로항공(02-734-3100), Tokyo Convention & Visitors Bureau

(03-5211-2172, www.tcvb.or.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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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