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올라… 서비스지역 확대 추세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임덕규씨는 지난여름 딸의 배낭여행을 허락했다. 한달 이상 낯선 곳을 떠돌 것을 생각하면 불안해서 보내기 싫었지만 휴대전화로 자주 연락하면 안심이 되지 않겠느냐는 딸의 설득에 승복한 것. 실제로 임씨는 거의 매일 딸과 통화를 하면서 불안한 마음을 다소나마 달랠 수 있었다.최근 해외에서도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해외로밍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여행객뿐만 아니라 해외출장을 가는 직장인들에게도 인기다. 정해진 전화번호가 없어 연락수단이 마땅치 않았던 과거에 비해 훨씬 편리해졌다는 것이 사용자들의 평가. 이를 입증하듯 이동통신 3사의 해외로밍서비스 이용자도 가파르게 상승하며 이동통신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SK텔레콤의 경우 2001년 2만명에서 2002년에는 14만3,000명으로 7배 이상 늘었다. 올해는 1~5월까지 15만여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해 지난해 전체 이용자수를 이미 넘어섰다. 올 초 사스 여파로 출국자의 수가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가히 폭발적인 증가 추세다. 사스가 진정 기미를 보인 6월부터는 이용자가 더욱 늘어 매월 4만명 가량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KTF의 올 상반기 해외로밍서비스 이용자는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고 LG텔레콤의 이용자는 2001년 1만1,296명에서 2002년 2만4,848만명으로 두배 가량 상승했다.기술방식, 주파수대역 따라 종류 다양로밍서비스는 서로 다른 통신사업자의 서비스지역간의 통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예컨대 A사의 서비스지역에서 B사의 서비스지역으로 통화를 하기 위해서는 B사의 기지국을 거쳐야 한다. 이를 통해 A사는 기지국을 증설하지 않고도 서비스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과거 016과 018이 로밍서비스를 실시한 경우가 있다.언뜻 생각하기에 로밍서비스는 구현하기 어렵지 않아 보인다. 사실 국내 사업자간의 로밍은 장애물이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러나 해외로밍은 사정이 다르다. 각국의 휴대전화 기술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기술방식이 다른 휴대전화간의 통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부호분할다중접속(Code Division Multiple AccessㆍCDMA) 방식을 표준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유럽형이동통신(Group Special MobileㆍGSM)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주파수 대역이 다르다는 점도 장애요인이다. 같은 CDMA 휴대전화라도 주파수 대역이 다르면 사용할 수 없는 것. SK텔레콤이 다른 이동통신사들에 비해 해외로밍서비스를 활발하게 추진할 수 있는 것도 SK텔레콤이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 대역 덕분이다. 이 회사가 쓰고 있는 800MHz는 범용성이 높아 해외로밍서비스를 확대하는 데 용이하다. 그밖에 과금체계 같은 이동통신서비스사업자간의 계약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로밍서비스는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자동로밍서비스는 단말기를 교체하지 않고도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우리나라처럼 CDMA 기술을 사용하는 국가간에만 이용할 수 있다. 별도의 서비스 신청을 할 필요가 없으며 단말기의 메뉴에서 로밍서비스 항목을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단 일본의 경우 한ㆍ일 자동로밍전용단말기를 사용해야 한다. SK텔레콤의 경우 삼성 SCH-X600을, KTF는 삼성 SPH-X6000을 사용하고 있다. 각 이동통신사의 공항로밍센터를 찾으면 단말기를 임대할 수 있다.독일, 프랑스 등 CDMA가 아니라 GSM 방식을 사용하는 국가에 갈 때는 GSM로밍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이 경우에는 단말기를 GSM용으로 교체해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국내에서 사용하는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임대로밍서비스는 말 그대로 해당 국가의 단말기를 빌려 쓰는 서비스다.통신료 비싸도 호텔 전화서비스보다는 저렴해외로밍서비스는 편리하기는 하지만 통화료가 만만치 않다는 단점이 있다. 미국에서 국내로 발신할 때 분당 요금이 2,000원을 넘어선다. SKT 사용자가 캐나다에서 국내로 전화를 할 경우에는 분당 요금이 3,000원을 훌쩍 넘는다. 주의하지 않고 통화하다가는 한번 통화에 몇 만원의 이용료를 감수해야 한다.해외로밍 통신료가 비싼 가장 큰 이유는 해당국 사업자의 통신망을 이용해야 하므로 요금 역시 해당국 사업자의 요금체계를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 국가의 이동통신 요금은 국내보다 비싸기 때문에 요금이 높아지게 된다. 사업자가 착신하는 경우에도 ‘에어타임’(airtime)을 과금해 전화를 받을 때도 요금을 내야 한다.이런 원칙은 국가간 통화뿐 아니라 현지에서 같은 로밍서비스를 받고 있는 사용자간의 통화에도 적용된다. 같은 나라에 있으므로 국제전화요금을 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착신번호가 해당국 전화번호가 아니라 타국 번호이므로 국제전화요금이 그대로 부과되는 것이다. 국가에 따라 로밍 요금이 크게 차이 나는 것도 해당국의 통신요금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국내 통신사들이 받고 있는 수수료도 만만치 않다. SK텔레콤은 통신료의 20%를, KTF는 15%를 수수료로 부과하고 있다. 로밍센터 운용비용, 네트워크 및 빌링시스템 연동 운용비용 등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정도의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여기에 GSM로밍서비스와 임대로밍서비스의 경우에는 일일 2,000원 정도의 단말기 사용료를 내야 한다.이와 관련, KTF의 한 관계자는 “해외사업자의 청구분이 워낙 커 통신요금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해외사업자와의 직계약을 통해 통신요금을 인하하는 데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해외로밍서비스의 통신요금이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현지 호텔에서 부과하는 국제요금과 비교하면 절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면 뉴욕의 힐튼호텔은 최초 1분에 14달러, 추가 1분에 3달러를 받는 데 비해 로밍서비스를 이용하면 분당 2달러 정도만 지불하면 된다. 호텔에서 전화를 해야 한다면 로밍서비스에 관심을 가져볼 만한 대목이다.이동통신 3사 가운데 SK텔레콤은 가장 진보된 자동로밍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상국이 중국, 미국, 일본, 캐나다 등 10개국으로 가장 많을 뿐만 아니라 문자메시지 수신서비스, 발신번호표시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30일에는 한ㆍ중간 데이터통신 테스트가 성공해 조만간 중국에서도 카드메일, 뉴스, 게임, 주식거래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회사측은 밝혔다. GSM로밍대상국은 태국, 대만, 독일, 프랑스 등 40여개국 정도에 머물지만 임대로밍서비스는 160개국을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KTF의 강점은 GSM로밍서비스에 있다. 자동로밍서비스는 일본에서만 가능하지만 GSM로밍서비스의 대상국은 150여개국에 달한다. 문자메시지 수신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단 GSM 단말기는 한글을 지원하지 않아 영어로만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임대로밍서비스 대상국은 160개국으로 아프리카와 남미의 일부 국가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서비스 범위에 들어 있다.LG텔레콤은 임대로밍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 대상국은 160개국 가량이고 국내의 자기 번호와 동일한 번호를 사용할 수 있다. 서비스 종류는 다양하지 않지만 LG텔레콤은 요금 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데이콤과 제휴해 미국, 캐나다, 중국 등 11개국에 한해 통신요금을 평균 27% 내렸다. 특히 영국에서 한국으로의 발신요금은 70% 가량 인하됐다. 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