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무려 4만번 매매로 수수료 수입 60억원 챙기기도

최근 한 대형 증권사 강남지역 지점에서 어이없는 거래사고가 발생했다.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지인의 소개로 증권사(이하 A증권사)의 이사 직함을 가진 심모씨를 만나 증권투자를 권유받았다. 본사 차원에서 투자금을 관리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적고,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약속이 뒤따랐다. 마침 회사 자금사정에 여유가 있던 김씨는 심씨의 약속을 믿고 30억원이 넘는 거액을 맡겼다.심씨에게 자금을 맡긴 김씨는 8개월 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됐다. 30억원이 넘는 투자원금이 반의 반쪽이 난 것이다. 내용을 확인해 본 결과 심씨는 지난 8개월 동안 A증권사 지점 창구를 통해 선물옵션거래를 하면서 무려 4만번이 넘는 매매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지점은 60억원이 넘는 매매수수료를 챙겼고, 투자원금은 큰 손실을 보게 됐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버젓이 명함을 찍어 다녔고, 지점에 사무실과 전용전화까지 갖춘 심씨가 A증권사의 정식직원이 아니었다는 점. 심씨는 지점 투자상담사와 같이 일하는 일명 ‘새끼 투자상담사’라고 불리는 사설 브로커였던 것이다. 심씨는 투자상담사를 통해 매매를 하면서 거액의 수수료를 지점과 나눠 챙겼고, A증권사는 이 사건과 관련해 본사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김씨는 검찰에 정식 고소를 검토 중이다.증권투자는 자신의 판단과 책임하에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대부분 일반투자자의 경우 증권거래 관련 정보 및 투자기법이 부족하기 때문에 증권회사 직원에게 모든 주식거래를 믿고 맡겨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수익을 내면 문제가 없지만, 손실을 보는 경우 손실의 책임을 놓고 으레 분쟁이 발생하기 마련이다.올해 들어 7월까지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증권분쟁조정 신청건수는 모두 204건. 다소 감소세를 보였던 지난해에 비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분쟁조정 신청 과정까지 가지 않고 당사간의 합의로 무마되거나 법원에서 직접 판결을 받은 분쟁까지 포함하면 증권사 위탁매매 관련 분쟁건수는 금융감독원 집계보다 훨씬 많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금융감독원 증권분쟁조정팀 김동철 팀장은 “개인투자자들의 자기책임의식 부족으로 증권 투자시 증권회사 영업직원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투자행태도 문제지만, 증권회사의 수탁수수료 중심의 수익구조에 기인한 영업 형태가 일임-임의매매 관련 분쟁을 지속적으로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앞서 사례에서 보듯이 고객이 맡긴 투자원금은 손실을 보는 상황에서도 증권사는 빈번한 거래를 통해 막대한 수수료를 챙긴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매매수수료가 저렴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일반투자자들 사이에 일반화되면서 증권사의 주 수입원인 매매수수료는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전직 증권사 투자상담사 C씨는 “지점 창구를 통해 1억원어치 주식을 매매하면 약 40만원 가량의 수수료가 떨어지고, 같은 돈으로 하루에 10번 거래하면 400만원의 수수료가 생긴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정한 급여 없이 수수료 수입에서 연봉을 챙겨가는 투자상담사로서는 가능한 한 많은 매매를 하지 않을 수 없고, 지점도 이를 암묵적으로 권장한다”고 말했다.투자상담사는 원칙적으로 투자상담을 통해 고객들의 동의를 받아 주식매매를 하도록 돼 있지만, 많은 투자상담사들이 고객의 투자금을 직접 위탁관리하고 있고, 이들의 실적은 증권사 지점에 따라 전체실적의 상당부분에 기여한다. 약정실적이 좋은 투자상담사의 경우 증권사에서 유치경쟁이 종종 벌어지기도 한다.투자상담사들에 대한 증권사의 무리한 실적강요도 분쟁의 불씨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증권투자상담사회 최병화 회장은 “투자상담사와 증권사는 대개 6개월 단위로 고용계약을 맺는데 일정한 실적을 유지하지 못하면 재계약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실물거래 기준 월 20억원의 약정실적을 유지하지 못하면 퇴출당한다”며 “약정실적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한 매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실정을 밝혔다.실제로 최근 몇년 사이 증시상황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2000년 한때 2,400명에 달하던 증권사 투자상담사가 올 9월 말 현재 1,30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최근에는 투자상담사뿐만 아니라 정규직원에 대한 약정실적 압력도 거세지고 있는 분위기다. 전직 투자상담사 C씨는 “최근 들어 증권가에 인센티브 제도가 확대되면서 정규직원들도 이전보다 심한 약정실적 압박을 받고 있다. 최소한의 급여만 제공하고, 나머지 수입은 약정실적을 통한 인센티브로 제공받는 제도를 많은 증권사들이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고 말했다.잘못된 위탁매매과정에서 고객이 원금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 같은 시스템적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주장이 있다. “약정실정을 올리기 위해서는 빈번한 매매발생이 필요한데, 삼성전자 같은 초우량주는 너무 고가이기 때문에, 또 롯데제과나 남양유업 같은 알짜배기 주식은 물량이 전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전혀 손을 대지 못한다. 결국 값싼 위험주식을 주로 거래하면서 매매를 발생시키는데, 그렇기 때문에 손실발생의 위험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고 C씨는 말했다.증권거래 관련 분쟁은 일단 발생하면 고객은 손실을 면치 못한다. 증권회사 임직원에게 주식 등의 매매거래를 일임했을 경우 원칙적으로 투자손익은 고객 자신에게 귀속된다는 판례가 압도적이다. 금감원 김팀장은 “증권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그동안의 판례는 손해금액의 50% 이상을 고객의 과실로 상계하고 있다”고 말했다.투자원금 보장 또는 손실보전 약속도 계약무효에 해당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증권사 직원이 고객에게 교부한 손실보전 각서 등은 증권거래법상 강행규정에 위배돼 무효이므로 이러한 각서는 절대로 믿어서는 안된다고 충고한다.증권카드와 거래인감 등을 증권사 임직원에게 맡길 경우 위탁금을 횡령하는 등 증권사고의 원인이 되므로 반드시 증권카드와 거래인감은 고객 자신이 보관할 것도 권장하고 있다.증권회사 차원에서도 증권거래 관련 분쟁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일부 증권사는 일임매매시에도 매매가 발생했을 경우 이를 고객들에게 수시로 통보해 불필요한 매매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을 도입, 운영하고 있다. 또 분쟁 다발지점에 대해서는 매매상황을 일일이 점검하며, 펀드형 투자상품을 적극 개발해 고객들의 안전한 투자를 유도하는 등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다.돋보기 | 직접투자시 개인투자자 유의사항매매거래 이상 감지시 중단해야1. 증권투자는 ‘자기 자신의 판단과 책임하에’ 하는 것이 원칙이다.어떤 전문가라도 증권시장에서의 가격등락에 따라 투자손실을 입을 수 있으며, 특히 선물옵션 거래의 경우에는 단기간에 위탁증거금의 전부 또는 이를 초과해 손실을 입을 수 있음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2. 증권회사 임직원에게 주식 등의 매매거래를 일임했을 경우 원칙적으로 투자손익은 고객 자신에게 귀속된다.증권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그동안의 판례는 손해금액의 50% 이상을 고객의 과실로 상계하고 있다.3. 투자원금 보장 또는 손실보전 약속은 계약무효에 해당된다.증권회사 직원이 고객에게 교부한 손실보전 각서 등은 증권거래법상의 강행규정에 위배돼 무효이므로 이러한 각서를 절대로 믿어서는 안된다.4. 전화주문 및 매매상담을 하고자 하는 때는 가능한 한 녹음이 되는 영업점의 전화를 이용한다.증권회사 임직원의 휴대전화로 통화할 경우 향후 분쟁발생시 입증이 불가능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5. 증권카드와 거래인감은 반드시 고객 자신이 보관해야 한다.증권카드 등을 증권회사 임직원에게 맡길 경우 위탁금을 횡령하는 등 증권사고의 원인이 되며, 손해배상시 높은 과실상계비율이 적용되고 있다.6. 매매거래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한 때는 즉시 매매거래를 중단하고 해당 증권회사 영업점(또는 감사실)에 이의신청을 해야 한다.매매거래 이상 사실을 알고도 별도의 이의 제기 없이 상당기간 거래를 지속할 경우 이러한 이상매매거래를 추인한 것으로 간주돼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으며,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더라도 고객의 과실상계비율이 높게 적용된다.자료:금융감독원인터뷰 | 김동철 금융감독원 증권분쟁조정팀 팀장“30일 이내에 분쟁조정 완료”증권거래 관련 분쟁조정신청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유형은.금융감독원 증권 관련 분쟁조정신청건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유형은 일임매매 관련 분쟁이며, 그다음으로 임의매매 관련 분쟁입니다.이는 증권회사의 업무 중 위탁매매(brokerage)의 구조적인 성격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즉 위탁매매의 경우 일반투자자의 증권매매 관련 정보 및 투자기법 등이 부족하며, 지나치게 높은 투자 기대수익률로 증권회사 직원과 고객간의 위임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상호간의 의사소통의 오류 또는 투자판단 주체문제 등으로 결국 투자손실이 발생할 경우 분쟁으로 연결됩니다.민원 접수시 분쟁조정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나요.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신청서(진정서 등)가 접수되면 해당 증권회사에 분쟁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합니다. 증권회사가 제출한 자료를 검토한 후 필요할 경우 당사자간 대질문답을 실시하기도 합니다. 이를 토대로 신청인의 손해배상 주장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거친 후 원칙적으로 30일 이내에 신청인과 해당 증권사에 처리결과를 통보합니다.사실 조사결과 증권회사 또는 담당직원의 위법ㆍ부당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 인정시 합의권고안을 제시, 양 당사자가 이를 모두 수용할 경우 합의가 성립되지만, 합의권고가 성립되지 않으면 이를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하고, 동위원회의 조정결정을 양 당사자에게 제시해 조정안을 양 당사자 수용할 경우 재판상 화해효력이 부여됩니다.분쟁처리 기준은.증권 관련 분쟁처리의 기준은 신청인의 주장을 중심으로 당해 증권회사 또는 담당직원의 불법행위에 기인한 손해배상책임 등의 성립여부가 관건입니다.분쟁조정신청건에 대한 최종 판단은 사실 조사를 토대로 증권거래법, 민법 등 관련 법률상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또는 채무불이행 책임 성립여부를 관련 유사 판례를 참조해 면밀히 검토, 결론을 도출하게 됩니다.이외에도 분쟁조정신청건에 대한 사실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증권회사 또는 담당직원의 위법ㆍ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증권검사국에 통보해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습니다.전문가 기고 - 우재룡 한국펀드평가대표(경영학박사)선진국 투자자 간접투자 선호미국의 경우 전체투자자의 10%만 직접투자미국의 경우 전체 개인투자자 중 94.9%가 뮤추얼펀드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간접투자가 활성화돼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 투자자들이 주식투자를 처음 접하게 되는 계기는 기업연금을 통해서다. 사업주가 월급의 일정 부분을 퇴직통장에 입금하고, 근로자들도 자신의 선택에 의해 추가로 입금하는 방식의 기업연금은 우리에게 확정기여형 기업연금 또는 401(k)이라는 명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계정은 전체자금 중 65% 정도가 주식에 투자되고 있다. 따라서 401(k)에서 매월 상당액의 자금이 주식펀드를 통해 주식시장으로 유입된 결과 90년대 주식시장의 호황을 뒷받침했고, 동시에 최근 수년간의 주식시장 폭락을 진정시키는 데 큰 버팀목이 됐다.따라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주식 직접투자보다 간접투자를 선호한다. 전체 투자자 중 10%만 주식을 직접투자하고 있으며, 나머지 투자자들은 간접투자상품을 이용하고 있다. 물론 이들 중 상당수는 주식과 주식형 펀드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90년대 이후 계속해 주식을 직접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는 줄어들고 있으며, 주식형 펀드를 통해 간접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각국 개인들의 금융자산 구성을 보면 한국은 전체 자산의 56.4%가 현금과 예금으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 미국은 12.2%에 불과하다. 상당히 자금운용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주식의 구성 비중은 한국은 8.5%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32.3%에 이르며, 투자신탁상품 중 과반수가 주식형 펀드이므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높아진다.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의 경우 이미 인구의 급속한 노령화, 수년간의 저금리 지속, 주가 침체 등의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주식을 이용한 노후자산 마련은 대세를 이루고 있다. 20대 초반부터 기업연금을 통해 주식에 대한 경험을 쌓기 시작하며, 정부 차원에서 실시되는 투자자교육을 통해 합리적인 투자방법을 배우고 있다.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연금은 도입조차 되지 않고 있으며, 개인들은 주식에 대한 투자비중을 10% 미만으로 가져가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만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세계 최고 수준의 사이버거래를 통해 편리하게 단기적인 거래를 하고 있다. 그결과 주식의 거래회전율은 지난 5년간 세계 3위권에 계속 들고 있을 정도다. 또한 국가 전체적으로 거액의 개인자금이 국민연금으로 집중되고 있지만 국민연금의 주식투자비중은 전체 연금자산의 6%대에 불과할 정도로 주식에 대한 비중이 낮다.이래서야 주식시장의 토대가 확충되지 않는다. 국가의 부가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으로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세계 최고 수준의 주가등락을 보이는 이유는 바로 주식에 대한 수요 기반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선진국처럼 하루빨리 국가연금이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의 기업연금과 개인연금을 활성화하고, 주식에 대한 장기투자 방법을 제대로 교육시키고, 주식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여러가지 조치를 동시에 진행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주식에 대한 장기투자로 노후생활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건전한 투자관행이 정착될 것이며, 자본시장에 관련된 많은 문제점들이 해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