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홍보로 두배의 성과

동네장사인 음식배달업은 소자본 사업자에게는 큰 위안이다. 적은 돈으로 창업할 수 있고, 열심히 하면 그만큼 대가가 나오고, 동네 사람들과의 친근한 관계를 무기로 장기 승부를 걸어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2003년에 이미 성숙기 업종이라고 할 수 있는 치킨배달점이 유달리 많이 창업됐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여러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동네를 기반으로 한 배달사업의 영업 상황이 좋기만 한 건 아니다.워낙 경쟁이 치열하고 브랜드를 무기로 대대적인 판촉을 벌이는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이 틈새를 노려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 만족시킨다는 전략으로 조용히 확산돼 온 업종이 바로 가격파괴 치킨ㆍ피자배달점이다.치킨과 피자를 함께 취급함으로써 사업자 입장에서는 한번의 홍보활동으로 두 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이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하나의 매력이 될 수 있다.한마디로 올해 창업시장의 중요한 키워드였던 가격파괴와 복합화를 모두 차용한 업종이라 할 수 있다.치킨ㆍ피자배달점들은 영세한 구멍가게들이 그렇듯이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어 누구나 쉽게 진입하는 반면, 프로의식이 결여되면 내로라하는 브랜드에 고객을 뺏기고 그만큼 실패하기도 쉽다. 하지만 배달사업이 갖춰야 할 경쟁요소를 갖추고 열심히 뛴다면 저투자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한가족의 알찬 생계를 꾸리기에는 무리가 없다.모든 배달사업이 그렇듯이 치킨ㆍ피자 복합점도 품질에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인식으로는 6개월 넘기기가 어렵다. 가격에 맞는 적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치킨이나 피자는 모두 조리가 간단해 대단한 노하우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기본에 충실하면 고객이 원하는 적정 수준의 맛을 유지할 수 있다.홍보활동과 고객관리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 포인트. 매출액 가운데 일정액은 아예 판촉에 투자를 한다는 적극적인 사고를 가질 필요가 있다. 적극적인 판촉은 긍정의 선순환을 낳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고객 속으로 제대로 파고들지 못해 실패할 수 있다.김숙이씨(빈스 사당점ㆍ39)는 고깃집과 배달외식전문점을 통한 성공을 바탕으로 치킨ㆍ피자전문점을 오픈했다.과거 그녀는 고깃집과 배달전문음식점의 운영을 성공적으로 해 권리금을 받고 가게를 넘기고 새로운 아이템으로 창업을 했다. 많은 아이템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치킨·피자 복합 배달점 빈스는 피자와 치킨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가지 메뉴를 함께 판매한다는 점에서 그녀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먼저 김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을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1만원에 치킨과 피자 모두 먹으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맛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생각을 없애기 위해 3일간의 시식 이벤트를 실시했다. 고객들이 “너무 맛있으니 이제 그만하고 판매를 하라”고 얘기할 정도였다.맛에 대한 자부심의 비결은 바로 신선한 재료. 충북 진천에서 갖고 오는 닭은 20시간 내에 매장에 와서 염지를 하고 그후 8시간 내에 무조건 판매를 하고 있다. 피자 토핑도 재료를 아끼지 않는다. 아주머니라 손이 크다고 말하는 김씨. 매뉴얼보다 고객을 위하는 마음, 인심이 더 중요하다고 그녀는 강조한다.김씨는 기억력이야말로 장사의 기본이라고 말한다. 예전에 음식점을 운영할 때부터 한번이라도 방문한 고객들과 전화주문을 하는 고객들을 모조리 외우고 있다. 특히 배달업이기 때문에 전화가 오면 항상 주의 깊게 받고 있다. 전화상으로 주문을 하기 때문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고 한다.이런 그녀라도 어려운 일이 없을 수는 없다. 간혹 바쁜 시간에 배달이 늦어 취소를 하는 고객들도 있다. 그런 경우 서비스 차원에서 며칠 후에 다시 배달해주고 있다. “고객에게는 져주는 것이 이기는 것입니다.” 고객확보가 얼마나 어려운데 한번 잘못으로 귀중한 고객을 잃을 수 없다는 것이다.워낙 의욕에 불타고 한번 시작한 일에 대해서는 열성적으로 추진하는 성격인지라 이번 사업에 대해서도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는 사람들과 손님도 창업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이다.외진 곳임에도 가끔 저녁 늦게 김씨의 점포를 고집하는 아이 때문에 매장을 찾아오는 고객을 보며 힘을 낸다.많은 사람들이 배달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적다는 이유로 무작정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하지만 배달업을 미리 체험하고 적성에 맞는지 꼼꼼히 따져본 다음 도전하는 게 바람직하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가 있지만 장소는 좀 외지다. 규모는 8평. 점포보증금 1,000만원, 시설 집기비용 980만원, 오토바이 및 간판 비용 700만~800만원 등 총 3,000여만원이 들었다. 월 평균 매출액은 2,000만원. 이중 순수익은 500만원선이다.이와는 반대로 부푼 희망을 안고 창업을 했다 잘못된 판단으로 실패를 경험한 사례도 있다. 서울 사당동에서 가격파괴 치킨ㆍ피자전문점을 운영했던 문모씨(39).그는 초반의 판단 오류가 매장운영에 상당한 부담감을 안겨줬다. 바로 점포의 권리금, 인테리어비용, 월세가 너무 비싸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된 것.배달전문점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지나치게 비용이 높은 목좋은 곳에 매장을 낸 게 화근이었다. 게다가 필요하지 않은 인테리어까지 손을 댔던 것. 이왕 창업했는데 뭔가 있어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서다.자기자본이라면 별 문제 없었겠지만 무리한 대출로 시작한 사업이라 초기부터 부담이 컸다. 그는 오픈 전부터 욕심이 앞섰다. 초기 오픈행사를 거창하게 해 일단 주변에 알리는 것은 성공했다. 반응이 좋아 오픈 첫날부터 주문이 쇄도했다.하지만 처음 해보는 창업에 폭주하는 주문을 모두 소화해낼 수 없었다. 우선 숫자만 맞춰서 배달을 하자는 생각에 품질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못했다. 매뉴얼대로만 하면 평균적인 맛은 나올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하지만 정성이 담겨 있지 않은, 바빠서 대충한 음식은 티가 나게 마련이다. 오픈 후 한달이 넘어가면서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다. 제품의 내용이 부실해 지면서 결국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됐다.문씨는 ‘이 가격에 이 정도의 메뉴를 제공하면 손님들이 알아서 찾아오겠지’라는 생각이 강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단골이 생기지 않았고, 일회성 고객 위주로 장사를 하다 보니 한정된 상권에서 고객층은 점점 엷어졌다.그는 창업비용으로 점포보증금 1,200만원, 인테리어 비용 790만원, 기계설비비용 1,450만원, 냉난방기 외 비용이 575만원 등 총 5,515만원이 들어갔다.개점 후 매출이 높았던 열흘 정도는 하루 평균 65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2개월 후에는 하루 평균 16만원, 3개월 후에는 하루 평균 10만원 이하로 매출이 떨어져 현재는 휴업 중이다.클릭! 성공1. 제품의 맛을 위해 항상 신선한 재료와 양질의 식자재를 사용한다.2. 소비심리 위축과 구매력 저하 등 경제환경의 변화에 맞춘 가격파괴형 할인 패키지를 제공해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공략한다.3. 고객에게 배달될 때까지 식지 않도록 특별한 배달용기를 사용, 고객만족도를 높인다.4. 충분한 사전교육과 점포 내에서의 사전 연습과정을 통해 운영 과정에 실수가 없도록 대비한다.5. 도우미를 동원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시식행사를 통해 고객의 마음을 잡는다.6. 가격파괴 메뉴지만 전단지, 포장박스 등 시각적인 부분을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만들어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한다.7. 식사대용으로 충분한 만큼 낮에는 사무실 중식 주문도 많이 소화한다.8. 본사가 물류마진을 축소하며 가맹점의 이윤을 확보해줌으로써 경쟁력을 갖춘다.9. 광고지의 다양한 변화로 고객들의 호기심은 유발한다.10.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단체주문량이 많다.클릭! 실패1. 무리한 가격정책으로 제품에 들어가는 식자재의 품질을 낮춰 제 맛이 나지 않는다.2. 수요가 많은 지역에 점포를 얻지 못해 배달이 용이하지 못하다.3. 대중성이 없는 아이템 선정으로 매장의 인지도가 낮아 고객이 찾아오지 않는다.4. 조리시간이 길어 고객을 오래 기다리게 한다.5. 소스의 관리소홀로 제대로 된 맛을 내지 못한다.6. 판촉이나 홍보에 인색해 고객들에게 점포를 알리지 못한다.7. 점포 인근의 주 고객층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고객에게 맞는 메뉴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8. 새로운 메뉴개발을 하지 않아 식상한 느낌을 준다.9. 매장의 청결과 위생관리에 실패한다.10. 다양한 판촉행사가 없어 신규수요를 발굴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