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A씨는 음악을 좋아하지만 음반을 사는 대신 주로 MP3파일을 다운로드해 음악을 듣는다. 오래된 노래나 희귀한 음악을 쉽게 구할 수 있는데다 원본 CD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음질이 좋아져 만족하고 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최근에는 음악뿐만 아니라 영화, 만화, 사진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 P2P(Peer to Peer) 프로그램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사용자들간에 파일을 공유하게 하는 P2P 프로그램 사용자가 폭증하고 있다. 전체 인터넷 사용량의 70%를 P2P가 차지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있을 정도다. P2P 프로그램을 통해 공유되는 파일이 대부분 음악이나 영화처럼 대용량 정보이기 때문에 트래픽을 많이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엄청난 수치임에 분명하다.사용자가 증가하면서 P2P 서비스를 표방한 업체들도 증가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손에 꼽을 정도였던 업체가 현재는 수십여개에 이른다. 대표적인 업체로는 음악 공유 사이트인 소리바다를 들 수 있다. 소리바다의 현재 회원수는 2,000만명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프리챌, 나우콤 등 포털들도 P2P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웹스토리지를 통해 파일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래텍의 성공이 알려지면서 관련 업체가 증가하고 있다. 중앙서버가 필요 없는 P2P와 달리 웹스토리지는 파일을 중앙서버에 저장한 후 공유하는 방식이다.차세대 인터넷으로 각광받는 P2PP2P 기술은 ‘정보공유’라는 인터넷의 기본정신을 실현시켜 줄 ‘차세대 인터넷’으로 각광받고 있다. P2P 프로그램만 설치하면 전세계 어느 곳의 컴퓨터와도 연결돼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웹 방식의 인터넷은 중앙서버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P2P는 중앙서버가 필요 없기 때문에 장비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또 웹 방식은 서버에 올라 있지 않은 정보를 이용할 수 없지만 P2P는 별도로 정보를 업로드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더욱이 네티즌들이 손쉽게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 P2P 이용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업계는 마땅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대부분의 다운로드 서비스업체는 콘텐츠 판매를 통해 매출을 올린다. 하지만 소비자가 동시에 공급자인 P2P의 경우 판매할 콘텐츠가 없다. 제공되는 파일이 기본적으로 회원들의 것이지 업체들이 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업체가 하는 일은 P2P 프로그램을 배포해 사용자들을 연결해주는 것에 머무른다. 이 때문에 대부분 업체들은 연결에 대한 수수료를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예를 들어 회원들은 자료를 업로드할 때 포인트를 받고 다운로드할 때 이 포인트를 사용한다. 포인트가 없는 회원은 회사측에 돈을 주고 포인트를 사는 방식이다. 부지런히 업로드를 하면 포인트를 구매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리 매력적인 수익모델은 아니다. P2P 서비스인 ‘파일구리’를 제공하는 프리챌의 서영선 차장은 “P2P는 구조적으로 다양한 수익모델을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파일구리는 수익보다 프리챌 회원들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웹스토리지업체들은 P2P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양한 수익모델을 운용하고 있다. 파일을 업체의 서버에 저장해 두었다가 공유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저장공간의 용량과 다운로드의 속도 면에서 차별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유료회원에게 더 큰 저장공간을 제공하거나 고속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일반적으로 영화 한편을 다운로드받기 위해서는 몇 시간이 소요되기 일쑤다. 하지만 유료 고속 다운로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시간을 20~30배 줄일 수 있다. 20~30분이면 1.5GB급 영화파일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팝데스크, 피디박스, 폴더플러스, 브이셰어 등 대부분의 업체가 이 서비스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하이텔의 아이디스크는 저장공간을 판매하고 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 대용량 콘텐츠의 이용이 증가함에 따라 고속 다운로드와 대용량 저장공간을 이용하는 유료회원들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신규 진입하는 업체가 늘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가격경쟁이 심하다. 그래텍의 박선미 팀장은 “신생업체들이 기존 업체의 3분의 1 정도의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시장이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지 않으면 정체될 것이란 진단이다.저작권 해결없이 미래없다P2P업체들은 현재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기업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수익모델이야 차차 개발하면 되지만 사이트 자체가 폐쇄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공유되는 파일의 대부분이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는 콘텐츠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P2P업체와 저작권자들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여러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소리바다와 음반사들간의 소송이 대표적이다. 음반사들은 소리바다가 자신들의 허락 없이 음원을 불법으로 사용,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민사와 형사 고소를 잇달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데 이어 소리바다를 이용한 네티즌 50명을 저작권 침해 혐의로 고발해 소리바다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음반산업협회의 최동주 팀장은 “소리바다로 인해 음반사가 입은 피해가 1조원에 달한다”며 “필요하다면 네티즌들을 추가로 고소할 예정”이라며 단순한 경고성 고소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저작권 전문가들은 P2P는 중앙서버가 없어 이용 현황이 남지 않는데다 그로 인한 피해를 증명하기도 쉽지 않아 고소된 네티즌들이 실형을 받을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하고 있다. 아날로그 저작물의 경우 피해 규모를 산정하는 여러 기준이 있지만 디지털 저작물의 경우에는 판단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영화파일의 공유에 대해서도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영상협회는 지난 7월 온파일, 앤폴더, 파일구리, V-TV 등 4개 P2P업체와 에로스토토, 데이폴더, 폴더플러스 등 3개 웹스토리지업체를 저작권 침해 혐의로 고발했다. 몇몇 수입영화의 경우 국내에 개봉되기도 전에 파일이 P2P와 웹스토리지 사이트를 통해 유포됨에 따라 관련 업체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에는 국산영화인 <조폭마누라2 designtimesp=24590> 파일이 개봉과 거의 동시에 유포되는 일도 있었다. 이 영화의 제작사인 현진시네마측은 “불법파일 때문에 관객수가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며 “줄잡아 150만명의 관객이 감소하는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이와 관련,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의 최경수 연구실장은 “상업적인 목적 없이 개인적으로 저작물을 공유했다 해도 이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다면 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해당 사이트의 폐쇄 판결도 내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P2P업체들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다.소송이 줄을 잇자 관련 업체들은 불법콘텐츠 단속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검색기능을 없애고, 금칙어 시스템을 도입해 불법 소지가 있는 콘텐츠가 업로드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가 하면 불법콘텐츠를 유포하는 회원들의 ID를 삭제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작권자들이 보기에는 부족하기 그지없다. 영상협회의 배원직 팀장은 “P2P나 웹스토리지업체는 불법콘텐츠 없이 생존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불법콘텐츠의 유포를 방치하고 있다”며 “판결 결과와 해당 업체들의 정화 노력에 따라 후속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말해 법적 공방이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이와 관련, 웹스토리지업체들은 “하루에도 몇 천개씩 올라오는 파일들을 일일이 모니터링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하고 인력이 있다 해도 회원들의 파일을 열어보는 것은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할 수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문제가 있다고 회원들의 e메일을 열어볼 수 없는 것처럼 파일의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는 논리다.소리바다 유료화에 음반사 시큰둥지난 12월15일 소리바다는 2004년 상반기 내에 유료화를 단행할 방침이라고 밝혀 음반사들과의 지루한 다툼을 마무리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다. 음원 사용에 따른 사용료를 저작권자와 음반사에 지불하겠다는 계획이다. 소리바다에 20억원을 투자한 한국투자기술측도 투자 전액을 유료화 서비스에 이용할 것이라고 밝혀 유료화 방침이 빈말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하지만 음반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음원을 제공하는 것은 둘째 문제이고 그간 불법으로 사용한 대가를 먼저 받아야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음반사들은 스스로 온라인 음악서비스에 나설 계획이기 때문에 이제와서 소리바다가 사용료를 지불한다고 반가울 리 없다”며 “그간의 일은 묻고 서로 윈윈(Win-Win)하는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많은 P2P업체들이 획기적인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 채 저작권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저작권 문제 소지가 없는 수익모델을 개발해 착실히 성장하고 있는 업체가 있어 주목된다.P2P 지식거래 사이트인 ‘해피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는 에이전트소프트는 올해 3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중 절반이 순이익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회원들이 직접 작성한 지식정보를 서버에 올리고 판매를 주선한 수수료를 수익원으로 삼는다. 저작권이 확인된 자료만 올리기 때문에 법적 분쟁거리가 없다. 조만간 네티즌들이 직접 제작한 멀티미디어콘텐츠도 다룰 방침이다. 이 회사의 김정태 사장은 “처음부터 저작권 분쟁의 소지가 없는 사업모델을 추구했다”며 “P2P를 이용한 정당한 사업모델은 아직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돋보기 | P2P 차단 솔루션 등장네트워크 속도 줄자 수요 증가미국 애틀랜타주에 소재한 한 병원은 인터넷 회선을 증설할 계획을 세웠다. 전에 없이 네트워크 속도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회선 증설 전에 이 병원은 원내의 인터넷 트래픽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그 결과 P2P와 관련한 트래픽이 네트워크에 부하를 일으키고 있음이 밝혀졌다. 병원측은 즉각 P2P 접속을 차단했고 평소 9시간 걸리던 데이터베이스 교환 작업이 1시간30분으로 줄었다.인터넷은 기업의 업무에 있어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P2P 파일 공유로 인해 인터넷 트래픽이 폭증함에 따라 네트워크의 속도가 떨어져 기업들이 고민에 빠져 있다. KT가 지난해 3월부터 올 2월까지 해외 트래픽을 분석한 결과 P2P 프로그램 사용량이 37.3%를 차지해 일반 인터넷 트래픽의 2.5배에 달했다. 심지어 그 비율이 70%에 이른다는 조사도 있다.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P2P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P2P 접속을 아예 차단할 수 있는 솔루션들이 등장, 관심을 모으고 있다.네트워크 트래픽 관리 솔루션 업체인 인터콘웨어는 최근 세종대학교에 P2P 프로그램을 차단할 수 있는 ‘넷엔포서’를 공급해 화제가 됐다. 이 솔루션 설치에 따라 트래픽의 절반 정도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를 비롯한 악성 트래픽을 더욱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미국 업체인 웹센스도 최근 국내에 상륙했다. 주력 제품인 ‘엔터프라이즈 v5.1’로 국내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돋보기 | 스트리밍 온라인 음악 서비스 시장벅스 유료화 여부가 최대 이슈‘벅스’는 비록 법적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는 하지만 명실상부한 국내 온라인 음악 업계의 절대 강자다. 회원수가 1,400만명에 이르는 이 회사의 주요 서비스는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는 다운로드 방식과 달리 음원을 조금씩 전송해 재생하는 방식이다.전문가들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내년도 온라인 음악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벅스의 성공으로 시장 가능성은 이미 검증된 상태인데다 기존의 전문 사이트뿐만 아니라 네오위즈, 프리챌, MSN, NHN, 다음 등 대형 포털들이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대우증권은 내년 온라인 음악 시장 규모가 올해보다 40% 증가한 5,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음악 시장의 성장률은 60%에 달하고 그 가운데서도 스트리밍 서비스는 143.6%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서히 자리를 잡고 있는 유료서비스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현재 온라인 스트리밍 음악 업계의 최대 이슈는 ‘벅스’와 음원 저작권자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법적 분쟁이다. 벅스가 국내 최대 업체인데다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벅스를 무력화시키지 않는 한 유료 서비스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벅스가 아직 무료 정책을 고집하고 있지만 결국 유료화의 대세를 받아들일 것으로 내다본다. 이 경우 벅스가 현재의 회원을 얼마나 유지하느냐가 향후 온라인 음악 시장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