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직장인데 뭘, 에드나 직장이 당신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주인공 멜이 낙담한 아내에게 던지는 이 대사는 객석에 있는 직장인들의 심장에 그대로 꽂힌다. 명백한 진실임에도 쉽사리 수긍할 수 없는 현실 탓이다. 직장은 생업의 수단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존재의 목적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극단 한양레퍼토리(대표 최형인)가 대학로 한양레퍼토리시어터에서 공연 중인 <2번가의 포로>(연출. 최형인)는 실업에 직면한 소시민들의 극심한 고통과 이를 이겨내도록 힘을 주는 가족의 소중함을 유머러스하게 다룬 블랙코미디다. 서민들의 애환을 코믹하게 그려온 미국 극작가 닐 사이먼이 지난 1970년대 미국의 경제침체와 실업문제를 배경으로 삼아 서민가정에 확대경을 들이댄 작품이지만 내용은 시공을 초월해 21세기 초 한국에서 실업위기에 노출돼 있는 중년들의 초상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주인공 멜은 해고됐지만 아내에게 사실을 쉽게 털어놓을 수 없다. 사실을 고백한 뒤에도 열패감을 떨쳐내지 못한다. 그는 극단적인 자기고문 끝에 급기야 정신병 증세로 악화된다. 아내가 역할을 바꿔 직장을 구하고 해고되는 절차를 밟는 동안 부부간의 인내심은 바닥나고 가정은 지옥으로 바뀐다. 그러나 부부가 삶의 나락에서 헤어나는 유일한 길은 형제애와 부부애뿐이다. 절망에 빠진 부부에게 가족의 사랑은 마지막 희망의 불빛이다. 막이 내릴 즈음 관객들은 저 유명한 격언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는 자기 혼자만의 노력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사랑으로 사는 것이다.”작품 전편은 비감(悲感)에 지배되지만 언어의 유희가 일궈내는 웃음들로 포장돼 있다. 집안에 도둑이 들어 몽땅 털리고 한바탕 소동을 벌인 뒤 “그런데 도둑이 어떻게 들어왔지”,“그건 내가 문을 열어놓았기 때문이지.… 난 (도둑과의) 게임에 진거야” 식이다.멜과 에드나 부부만 극의 3분의 2 이상 등장하지만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적절한. 유머와 정제된 연기가 객석을 흡입하기 때문이다.지난 99년 연극 <푼틸라와 마티>로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을 받은 최용민씨는 풍부한 표정연기와 완숙한 대사처리로 멜 역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에드나 역의 김보영씨도 자기 성질을 죽이고 남편의 눈치를 살피며 가정의 평화를 이루려는 눈물겨운 노력으로 관객들에게 가정의 의미를 돌이켜보도록 이끈다.코믹한 뉴스로 무대가 바뀌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처리한 연출가의 센스가 돋보인다. 두 주인공 외에 형제자매로 출연한 이대영, 구혜령, 정윤경, 윤희영씨의 연기도 무난하다.2월22일까지/화·목·토요일 오후 7시30분, 일요일 오후 4시/02-764-6460.Culture Review2004 사랑은 비를 타고 막 올려엠뮤지컬컴퍼니와 엔터테인먼트 판은 뮤지컬 <2004 사랑은 비를 타고>를 공연한다. 2월28일부터 4월30일까지 유시어터에서 막이 올려지는 이번 뮤지컬은 국내 순수 창작뮤지컬로는 처음으로 1,000회라는 공연기록을 세웠으며 매회 80% 이상의 좌석점유율을 기록하며 국내 공연계에 큰 획을 그은 작품이다. 극본은 오은희씨가 맡았으며 연출은 최귀섭씨가 맡는다. 주인공 동욱역에는 한여름 밤에 비를 타고,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열연한 배우 김성기가 맡는다. 동현 역에는 최성원과 김다현이 더블 캐스팅됐다. 월~금요일 8시, 토요일 4ㆍ8시, 일요일 3ㆍ6시/02-585-7851한ㆍ러 합작뮤지컬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 공연글로벌 이엠지는 마술과 서커스가 가미된 한ㆍ러 합작 가족 서커스 뮤지컬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를 제작했다. 지금까지 10만여명의 관객이 찾은 이 작품은 2001년부터 계속 업그레이드되면서 공연되고 있다. 코엑스 오라토리움에서 2월8일까지 공연될 예정이며 러시아서커스단 출신의 일곱난장이가 화려한 마술과 서커스를 선보이고 러시아에서 온 백설공주는 한국어로 노래할 예정이다. 주최측은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겨울방학 최고의 선물”이라며“화려한 서커스와 마술로 공연 내내 어린이관객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목요일 2ㆍ5시, 금~일요일 1ㆍ3ㆍ5시/02-566-35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