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짱, 몸짱 열기가 좀처럼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인터넷 이용자들 사이에 유행하는 말인가 싶었던 몸짱이라는 말은 아예 시사용어에 가까운 말이 됐다. 외모지상주의를 일컫는 ‘루키즘’(Lookism)이 이 시대 한국을 지배하는 코드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2000년대 들어서면서 외모와 관련된 ‘뷰티산업’의 성장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았다. 여기에 최근 이상 열기까지 보이고 있는 외모 신드롬으로 인해 뷰티산업은 이제 주요 산업군의 하나로 간주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마케팅도 바꾼 몸짱 열풍최근 40대이면서 20대의 외모를 자랑하는 일명 ‘몸짱아줌마’ 정다연씨(39)가 일반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범국민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로 인한 외모 신드롬은 비즈니스 마케팅 현장에서도 파장을 일으키며 매우 구체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무엇보다 재빠르게 움직인 곳은 역시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들이다. 그중 연예기획사 STC엔터테인먼트는 끊임없이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이 회사는 몸짱 신드롬에 발맞춰 지난 1월 말부터 인터넷상으로 ‘몸짱 선발대회’를 진행 중이다. 일반인을 상대로 사진을 웹사이트로 접수받아 이중 몸매가 뛰어난 사람을 회사 누드모델로 기용한다는 게 기획의도다. 일반인을 누드모델로 기용한다고 해서 논란이 됐지만 이 사이트는 지난 2월11일 기준으로 회원수 50만명을 기록했다. 지원자 역시 200명이 넘는다.회사 관계자는 “6~7년 전에 이런 대회를 연다고 했으면 비난이 쏟아졌을 것”이라며 “지금도 논란은 있지만 지원자가 이렇게 몰리는 것을 보면 그야말로 시대와 기획이 잘 맞아떨어진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유통업계에서도 이 같은 마케팅 이벤트를 찾아볼 수 있다. TV홈쇼핑회사인 우리홈쇼핑에서 연 ‘러닝머신 시연모델 선발대회’가 바로 그것. 이 회사는 지난 2월 초부터 만 19세 이상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모델지원 접수를 받았다. 그동안 모델에이전시를 통해 연예인 지망생 위주로 뽑았던 시연모델을 일반인 중에서 뽑기로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시도다. 회사측은 요즘은 누구나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기 좋아하는 시대라고 보고 앞으로 이런 행사를 계속 마련할 계획이다.시연모델뿐만 아니라 TV 광고모델도 달라졌다. 최근 제일제당은 다이어트 음료 팻다운의 모델로 몸짱아줌마 정다연씨를 선택했다. 이 제품 광고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명 탤런트가 등장했었다.전혀 관련 없을 것 같은 IT분야에도 외모에 대한 관심은 적극 반영된다. 지난 연말 삼성전자에서 출시한 휴대전화의 한 모델은 일명 ‘얼짱폰’으로 불린다. 대부분의 카메라폰은 폴더 중간에 렌즈가 달려 있다. 하지만 이 단말기는 렌즈가 폴더 끝 부분에 달려 있어 모델이 올려다보는 각도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보통 얼굴보다 높은 높이에서 사진을 찍으면 턱이 가늘어 보이고 코가 반듯해 보이는 ‘얼짱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신산업‘웰빙’탄생하지만 최근의 외모 신드롬은 과거의 외모 열풍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몸짱 열풍의 주역인 정다연씨는 지금의 몸매를 만드는 데 5년의 기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즉 단순히 미용이나 성형에 초점이 맞춰졌던 것과 달리 몸짱 신드롬은 건강을 함께 고려한 아름다움에 관심을 둔다는 데서 차별화된다. 일종의 ‘신(新)루키즘’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비즈니스에 반영되면서 나타난 것인 바로 ‘웰빙’(Well-Being)산업이다. 웰빙은 말 그대로 해석하면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웰빙의 영향으로 뷰티산업은 양적 성장을 뛰어넘어 질적 면에서 큰 변화를 맞았다.화장품업계의 경우 크게 수입화장품과 국산화장품의 두 부류로 나뉘던 데서 탈피해 이제 한방화장품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에는 고가제품하면 수입화장품을 떠올렸다. 하지만 최근 국내 화장품회사들이 잇따라 출시한 한방화장품들은 고가 시장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태평양 ‘설화수’의 경우 연간 매출이 2,800억원에 달해 이 회사의 대표브랜드 중 하나로 성장했다. 후발주자 LG생활건강 역시 지난해 한방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LG생활건강은 ‘더후’와 ‘수려한’, ‘본’ 등 관련 브랜드를 3개나 잇달아 선보였다.이 중 ‘수려한’은 지난해 9월 첫선을 보인 이후 4개월여 만에 5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제품은 ‘한방화장품 = 중년여성’이라는 이미지를 버리고 20~30대 소비자들을 공략했다는 점에서 웰빙 바람을 탄 대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하듯 인터넷쇼핑몰 인터파크는 지난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 아예 한방화장품 특별기획전을 열기도 했다.건강한 몸을 가꾸기 위해 운동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당연지사. 헬스클럽마다 방문고객도 늘었다. 서울 강남역에 위치한 발리토털휘트니스클럽의 경우 지난 1월부터 꾸준히 회원이 늘기 시작해 하루 방문객이 지난 연말에 비해 100명 가량 증가하는 추세다. 흥미로운 것은 헬스클럽 방문자들이 웨이트트레이닝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연초만 되면 대개 운동에 관심을 갖기 마련이지만 올해의 경우 특히 몸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다른 운동보다도 웨이트트레이닝을 위해 헬스클럽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심광미 캘리포니아휘트니스클럽 트레이너는 “몸짱 신드롬 때문인지 요즘 회원이 부쩍 늘었다”며 “특히 요즘에는 유산소운동이 아닌 웨이트트레이닝 기구를 이용하는 회원이 늘어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이에 따라 할인점 등 대형 유통매장에서는 웨이트트레이닝을 위한 보조운동기구들이 매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2년여 전부터 시작된 트레이닝룩 열풍 역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캐주얼스포츠 브랜드 EXR는 런칭 2년 만인 지난해 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2002년에 비해 6배 가량 늘어난 수치로 지난해 패션업계가 어려움을 겪은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역시 스포츠브랜드인 카파(KAPPA)는 지난 연말 첫선을 보인 뒤 출시 3개월여 만에 1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시적인 유행으로 보는 의견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일반 캐주얼 브랜드까지도 트레이닝룩을 반영하는 추세”라며 “특히 우리나라도 선진국형 스포츠 라이프스타일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인기 브랜드는 바뀌더라도 이 같은 경향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이 같은 웰빙 바람은 VIP 마케팅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웰빙 개념은 ‘웰루킹’(Well-Looking)에 가깝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즉 잘 지낸다는 개념보다 ‘잘 보이기 위한’ 것이 더 많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상위층 고객을 위한 VIP 서비스의 경우 웰빙과 관련된 것이 많다.현대카드의 VIP 고객 대상 서비스인 ‘다이너스클럽 카드’의 경우 올해 초 ‘클럽뷰티서비스’를 개시했다. 카드 이용 고객이 고급스파나 뷰티클리닉 등에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이런 경향은 특히 제휴서비스가 활성화돼 있는 카드업계에서 두드러진다. 다이너스카드의 클럽뷰티 서비스 제휴업체 중 하나인 JW메리어트호텔 마르퀴스스파의 경우 현재 이 회사 이외에도 4곳의 카드회사와 제휴서비스를 놓고 협의 중이다.아예 요즘은 뷰티산업이 어린이 소비자에게까지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도 하다. 이 역시 VIP 마케팅 차원에서 해석된다. 즉 아름다움을 장기적으로 추구한다는 차원에서 일찌감치 어린이 고객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이는 브랜드 로열티를 중시하는 명품브랜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각 명품브랜드들은 성인을 위한 제품뿐만 아니라 어린이용품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버버리는 오는 3월 초 어린이제품인 버버리칠드런의 단독 매장을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0~12세까지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제품을 다룰 계획이다.크리스찬디오르 역시 지난해 베이비디오르를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크리스찬디오르는 지난 80년대 중반에 유아동복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 진출한 것은 지난해 서울 갤러리아백화점에 매장을 새로 열면서부터다. 이밖에 구치, 페레가모 등의 브랜드에서도 어린이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잘 다듬어진 몸은 ‘부의 상징’한 스포츠 의류업체 관계자는 “이제 잘 가꿔진 몸은 단순히 미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넘어 부의 상징으로까지 여겨지고 있다”며 “몸짱이라는 말은 이 같은 시대의 흐름이 단적으로 표출된 예”라고 말했다.그의 말에서 나타나듯 외모, 특히 몸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또 한편으로는 외모지상주의의 부작용을 꼬집는 의견도 반작용으로서 끊임없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한국사회를 덮고 있는 ‘신루키즘’이 한국의 비즈니스를 양적, 질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돋보기 | 숫자로 보는 한국의 외모산업화장품·다이어트 등 연 30조원대지난해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전세계 뷰티산업이 1,600억달러 규모에 달하며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이 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매년 아름다움을 가꾸는 데 들어가는 돈이 교육비보다 더 많다. 또 중국과 러시아, 한국 등이 거대 시장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게 이 기사의 주요 내용이다.현재 한국의 뷰티산업은 화장품, 다이어트, 미용성형까지를 그 범주로 봤을 때 약 8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화장품업계 신문인 <장업신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화장품시장은 약 6조원에 이른다. 또 국내 다이어트시장 역시 ‘불황을 모르는’ 분야로 약 1조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용성형시장 역시 한해 7,000억~1조원 정도의 규모가 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여기에 최대 20조원에 달하는 의류, 액세서리 등 패션시장을 합하면 뷰티산업은 약 30조원에 달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