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과 사스 등의 영향으로 해외여행객이 줄어든 대신 제주도에 가족여행객들이 몰리고 있다. 지금 제주도에 가면 한라산에는 눈이 덮여 있고 바닷가 들판에는 유채꽃과 수선화가 피어나 겨울과 봄, 두 계절이 공존하는 풍경을 만나게 된다.먼저 제주도의 겨울부터 만나 보자. 한라산 등반도 좋지만 신혼부부나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설경을 감상하기 좋은 곳으로는 제주도 동부의 아부오름을 들 수 있다. 제주 시내에서 성읍민속마을로 이어지는 동부산업도로(97번 지방도)를 타고 대천동사거리까지 간 다음 좌회전, 비자림로(1112번 지방도)를 따라 북제주군 구좌읍 송당리로 가면 아부오름이 기다린다.아부오름(226m)은 동부 중산간지대의 여러 오름들 중에서 가장 오르기 쉬운 오름이다. 최근에는 송당리에서 아부오름 아래까지 곧장 이어지는 왕복 2차선의 아스팔트 도로가 개설돼 찾아가는 길이 더욱 편리해졌다. 게다가 정상에서의 조망만은 제주도에서도 첫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탁월하다. 눈이 무릎까지 쌓인 비탈길을 약 5분쯤 오르면 아부오름 분화구의 장엄한 위용이 한눈에 들어온다. 잔설이 넓게 깔린 분화구 너머로는 하얗게 눈을 뒤집어쓴 한라산이 우뚝하다. 아부오름에 한 번 올라 그 아름다움에 반한 여행객은 계절마다, 제주도를 찾을 때마다 다시 찾곤 한다.절물자연휴양림(064-721-7421)도 눈길 트레킹에 좋은 곳이다. 매표소에서부터 삼나무가 울창한 숲 사이의 산책로를 지나 약수터에 이르기까지 흰눈이 그대로 남아 있어 설국의 분위기가 두 눈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휴양림 입구에서 비자림로로 이어지는 도로변 양쪽 산비탈은 복수초가 많이 자생하는 곳. 아직은 눈이 두텁게 쌓여 있어 눈을 헤치고 솟아나는 노란 빛깔의 복수초가 보이지 않는다.성읍민속마을을 들른 다음에는 제주 동부 해안도로 드라이브에 나서 본다. 남제주군 표선면 신산리에서부터 성산읍 성산리까지 이어지는 도로, 성산에서 북제주군 구좌읍 종달리를 거쳐 세화리에 이르는 도로, 구좌읍 한동리에서부터 김녕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풍력발전소 해안도로 등이 드라이브 명소이다. 신산리에서 섭지코지를 거쳐 성산리에 이르는 도로변에는 때이른 유채꽃이 가득 피어 있다. 이 유채꽃밭에서는 여행객들이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부지런히 기념사진을 찍는데 입장료를 내야만 한다.일출봉을 뒤로하고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가다 보면 북제주군 구좌읍 하도리양어장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알락오리,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홍머리오리, 논병아리 등 겨울철새 1,000여마리가 무리지어 살고 있다. 양어장 주변에는 때로 물수리, 참매, 솔개 등 맹금류가 하늘을 빙빙 돌며 사냥감을 노리기도 한다.제주도의 봄 풍경은 제주 서남부, 대정 들녘에 모여 있다. 차귀도가 건너보이는 자구내포구에서부터 수월봉 입구를 지나 대정읍에 이르기까지 해안도로가 잘 닦여 있으며 도로변에서는 멀리 한라산 설경과 종 모양의 산방산을 배경으로 유채나물 등 봄나물이 푸릇푸릇 자라는 대정평야의 풍경을 감상하게 된다.흰색을 주조로 삼아 약간 노란색을 띤 수선화도 눈에 보이는 것이 반갑다. 알뜨르 비행장 격납고가 보이는 밭둑마다 무리지어 난 수선화는 멀리멀리 향기를 발산시키면서 이제 제주도에 봄이 왔음을 선전하고 있다. 이곳 대정에서 7년이 넘는 유배생활을 한 추사 김정희는 유난히 수선화를 어여삐 여겼다고 한다. 추사는 꽃망울을 막 터뜨린 수선화를 두고 ‘희게 퍼진 구름 같고 새로 내린 봄눈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추사는 향기 그윽한 꽃을 피우는 수선화와 고단한 유배생활 중에도 부단히 탁마하는 자신을 동일시했는지도 모르겠다.송악산에서 산방산 앞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제주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대접을 받는 곳이다. 이른 새벽이면 형제섬을 배경으로 일출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곳이면서 한낮이면 샛노란 잠수정이 그 바다에 떠 있어 여행객들을 유혹한다. 해안도로변의 동굴들은 드라마 <대장금>에 등장했다고 해서 요즘 들어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송악산-산방산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마친 후에는 남제주군 안덕면 서광서리의 서광다원을 꼭 찾아가 보도록 한다. 오설록뮤지엄이라는 박물관에서는 차의 이모저모를 학습할 수 있으며, 견학이 끝난 후에는 반드시 차밭 사이사이로 난 길을 다녀봐야 한다. 광고에서 보았던 것처럼 눈 덮인 한라산 정상이 배경으로 희미하게 깔리는 가운데 광활한 차밭이 녹색으로 반짝거리는 아름다움을 그곳에서 마주치게 된다.제주 전문 여행사인 대장정여행사(064-711-8288ㆍwww.djj.co.kr)에서는 렌터카, 할인 항공권, 펜션 등을 한데 묶어 비교적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여행 상품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게다가 홈페이지를 뒤져보면 제주 여행에 필요한 상세한 정보와 할인 쿠폰도 얻을 수 있다. 대장정여행사 대표인 손태원씨는 한국의 배낭여행 1세대 주자이다.비행기 외에 배를 타고 제주도로 들어가는 방법도 다양하다. 대아고속해운의 만다린호를 이용하면 통무항에서 곧장 성산항으로 들어갈 수 있다. 차량의 선적이 가능한 쾌속선 만다린호는 매일(화요일 휴항) 오전 10시에 통영항을 출발해 약 3시간30분 만에 성산항에 닿는다. 성산항에서는 오후 4시에 출항한다. 대아여행사(02-514-6766ㆍwww.dae-atour.co.kr)에서 예매 가능하다. 2월14일부터 금강산 해로 관광에 이용됐던 유람선 ‘설봉호’(동양고속훼리 소속)가 부산~제주 간에 취항하고 있다.Travel Information◆여행메모(지역번호 064) : 제주도의 풍광 좋은 바닷가와 중산간지역에는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펜션들이 많다. 특히 제2산록도로변(1115번 지방도)의 동광휴양펜션(792-8888), 표선면 우회도로변의 로그빌리지(787-4033), 애월읍 유수암리 서부관광도로 부근의 로그캐빈제주(799-2070), 애월읍 신엄리 해안도로변의 군성해안리조트(799-3775), 우도 산호사해변의 로그하우스(782-8212) 등이 있다. 신혼부부들의 숙소로도 알맞다. 맛집은 제주시 탑동의 산지물식당(자리물회 등 향토음식ㆍ064-752-5599), 삼도2동의 미풍식당(해장국ㆍ758-7522), 연동의 심연(청국장 옥돔구이ㆍ748-5556), 제주시 도두항의 제주왕왕횟집(활어회ㆍ743-0388), 표선 제주민속촌 입구의 탐라촌흑돼지가든(흑돼지구이ㆍ787-2383), 대정 모슬포항 입구의 해녀식당(해물 뚝배기ㆍ794-3597), 성읍민속마을 내의 괸당네식당(흑돼지구이정식ㆍ787-1055)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