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콘텐츠는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뿌리를 내렸다. 새로운 세대는 아날로그 콘텐츠보다 인터넷, 휴대전화, 애니메이션 등이 제공하는 디지털콘텐츠에 익숙하다. 이에 따라 디지털콘텐츠산업은 확장 일로에 있다. 해외수출 소식이 이어질 정도로 수준도 향상됐다. 하지만 갈길이 아직 멀다. 국제적인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뚫고 나갈 수 있는 방법은 고급인력, 그 가운데에서도 비즈니스에 강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상품화하는 기획자를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능력 있는 기획자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 디지털콘텐츠 기획자의 현주소를 살펴봤다.틈만 나면 게임을 하는 아들이 못마땅했던 A씨. 열심히 공부해서 의사나 변호사가 됐으면 좋으련만 아들은 말리지만 않으면 며칠이라도 꼼짝 않고 게임을 할 태세다. 실망한 A씨, 자식농사에 실패했다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한 신문보도를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게임에 미쳐 게임을 만들어 ‘거부’가 돼 버린 한 게임회사의 CEO를 알게 된 후 “그래, 너 좋아하는 게임 열심히 해서 멋진 게임 만드는 사람이 돼라”고 격려할 때도 있게 됐다.지난 2월 정보통신부는 디지털콘텐츠 육성을 통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그깟 게임이나 만화영화 가지고 2만달러 시대를 열겠다고?”라고 비웃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 디지털콘텐츠산업의 규모를 알고 나서도 그럴 수 있을까.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디지털콘텐츠 시장은 약 1,139억달러(약 143조원)에 이른다. 2007년에는 2,425억달러(약 31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한국콘텐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장은 5조4,226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39% 성장했다. 특히 국제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은 각각 59%와 57.3% 성장하며 국내 디지털콘텐츠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국내 디지털콘텐츠산업이 세계시장에 차지하는 비중은 2% 내외로 아직 미미하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은 풍부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가장 큰 강점은 세계 최정상의 강력한 인프라다. 영국 통상산업부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초고속인터넷기술 세계 1위, 인터넷 접속률 100%, 통신망 보급률 95%로 경쟁국들을 압도하고 있다. e비즈니스 마인드도 1위를 기록, 잘 발달된 인프라와 결합하면 수익성이 풍부한 서비스를 개발할 가능성이 높다.고급 기획 인력 갈수록 절실디지털콘텐츠산업의 성장잠재력이 알려지면서 일본과 미국 등 기존 선두국가 외에 중국, 인도, 대만 등 국가들도 관련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고급인력을 확보하는 것밖에 없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콘텐츠산업은 특성상 ‘맨파워’에 의존하기 때문이다.가장 필요한 인력은 비즈니스 마인드와 기술에 대한 이해를 고루 갖춘 기획인력이다. 콘텐츠 비즈니스의 핵심은 기술력보다 시장의 흐름을 읽고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기획에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현실은 고급인력이 태부족하다. 한국콘텐츠산업연합회의 시장조사에 따르면 콘텐츠 제작시 문제점으로 조사 대상 기업의 20%가 ‘인력부족’을 들었을 정도다. 우수한 인재들이 디지털콘텐츠업계를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이경남 연구원은 낮은 임금수준을 들었다. IT산업 가운데 디지털콘텐츠 분야의 초봉은 최저치를 기록한 반면, 인력부족률은 18.8%로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 특히 가상현실과 애니메이션 분야는 인력부족률이 54.6%에 달해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이와 관련, 애니메이션 기획과 마케팅 전문회사인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의 최종일 사장은 “기존 인력들도 많이 떠나고 있어 전문인력이 갈수록 부족한 실정”이라며 “산업의 전망이 밝은 만큼 우수한 인재들이 꿈을 안고 입문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조만간 디지털콘텐츠 전문가가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는 날이 올 것이며, 특히 애니메이션업계에서 태부족인 기획인력의 전망이 밝다는 이야기다. 사실 지금도 게임과 포털업계의 몇몇 전문 기획인력들은 억대의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쓸 만한 인재가 없다는 소리가 높지만 전문교육기관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전국에 237개 정규교육기관에서 500여개 이상의 과정을 개설,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여기에 민간교육기관이나 정부가 지원하는 아카데미들도 운영되고 있다. 그럼에도 고급인력 부족난을 겪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전문교수진 부족, 낙후된 설비, 실용적이지 못한 교과과정 등을 들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