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438호 (2004년 04월 26일)

실업자 2명 중 1명 ‘젊은 백수’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0

청년실업 문제는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4ㆍ15총선에서도 최대의 이슈 가운데 하나였다. 각 당이 앞다퉈 관련 공약을 내놓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등 법석을 떨었을 정도다. 여기에는 청년층을 잡기 위한 나름의 포석도 깔려 있지만 청년실업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고용동향 조사에 따르면 최근 청년실업률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조사시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지난 2월에는 9.1%, 3월에는 8.8%를 기록했다. 또 실업자수로는 45만명을 넘나들어 전체 실업자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통계적으로 볼 때 해마다 2월의 실업률 수치가 1년 중 가장 높다는 점을 들어 의미를 축소하기도 한다. 대졸자가 쏟아져 나오는 2월은 다른 달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업자 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청년실업률 9% 돌파는 의미가 좀 다른 것으로 판단된다. 무려 3년 만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특히 약 3년 전인 2001년 3월 9.0%를 기록한 일이 있고 이후에는 높아야 8%대였다. 수치상으로도 2001년 2월의 9.2% 이후 최고치다. 물론 IMF 외환위기의 태풍이 몰아쳤던 1999년 2월 14.5%까지 치솟은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는 기업이 잇따라 무너지는 등 비상시국이었다.

비교대상 기간을 좁혀 1년 전과 비교해도 최근의 청년실업률은 너무 높다는 느낌이다. 지난해 2월을 보면 청년실업률은 8.7%, 실업자수는 44만3,000명이었다. 1년 만에 실업률은 0.4%포인트, 실업자수는 1만7,000여명이나 증가한 셈이다. 또 2002년 2월의 경우 실업률은 7.8%, 실업자수는 41만2,000명을 각각 기록했었다. 정부가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업률 수치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통계청 조사에 잡히지 않는 ‘숨겨진’ 백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군복무, 학업연장, 취업포기 등의 이유로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지 않는 청년층이 많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감안하면 거의 100만명에 이른다고 설명한다.

한갑수 서울대 기술정책대학원 초빙교수(전 농림부 장관)는 “겉으로 드러난 청년실업자 외에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며 “이런 상황은 근본적인 실업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청년실업을 구조적인 문제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와 관련, 이들은 96년부터 일정 요건만 갖추면 대학 설립을 인가하고 대학 정원을 자율화한 뒤 대졸자수는 크게 늘고 있으나 일자리는 되레 줄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고 있다. 인력수급 불균형의 심화가 실업문제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상황만 봐도 2001년과 2002년에는 각각 42만명과 60만명의 고용이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오히려 3만명이 감소했다. 내수부진 등 경기침체가 주된 이유다. 아울러 은행 등 금융권과 공기업이 신입사원 채용을 줄이고 대기업들마저 해외인력에 눈을 돌리면서 일자리가 크게 줄었다.

대졸자 해마다 2만명 이상 늘어

반면 일자리를 찾는 젊은 구직자는 해마다 크게 느는 추세다. 특히 청년층의 핵심을 이루는 대졸자(전문대 포함)를 보면 지난해 51만명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는 2002년보다도 2만1,000명이나 늘어난 숫자다. 대졸자의 경우 99년 42만명을 기록하며 40만명선을 넘어선 이후 해마다 2만명 이상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만명을 겨우 턱걸이했던 지난 80년대 중반과 비교하면 무려 30만명 이상이 늘어났다. 대졸자 홍수시대가 이미 시작된 셈이다.

대졸자의 급격한 증가는 단순히 인력의 과잉공급에 그치지 않는다. 다른 인력의 증가와는 또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 산업이 수용할 수 있는 일자리는 대략 정해져 있는데 이에 적합하지 않은 고학력 인력이 양산되고 있다는 점에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특히 이를 풀려면 구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취업구조에서 대졸자의 비중은 약 27%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략 4명 가운데 1명이다. 하지만 최근의 대학 진학률은 무려 74%에 이른다. 4명 중에 3명꼴이다. 이 두 수치 사이에 엄청난 괴리가 존재한다. 결국 ‘구직난 속 구인난’의 원인 역시 인력과 일자리의 질적인 불일치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청년실업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조만간 상황이 다시 나아질 것이라는 주장이 깔려 있다. 99년 2월 14.5%까지 올라갔던 것이 2000년 10월 6.3%로 뚝 떨어졌던 것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잘만 극복하면 빠른 시간 내에 얼마든지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로는 4~5년 전과 지금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을 꼽는다. 1999년 2월의 높은 청년실업률은 경제시스템이 급격히 붕괴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 경기가 살아나면서 다시 하락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좀 다르다는 것. 특히 아직은 경기회복 여부가 불투명한데다 낮은 인건비로 무장한 중국 변수가 급부상하면서 우리 경제의 숨통을 옥죄고 있다는 설명이다.

설사 경기가 살아나도 실업문제만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이미 산업계 일부에서 ‘고용 없는 성장’이 나타나고 있는데다 장기간 실직이 가져오는 문제도 만만치 않아 경제가 풀린다고 해서 이것이 곧바로 실업률 감소로 연결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김중수 한국개발연구원 원장도 최근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젊은 실직자의 취업 가능성이 신규노동력에 비해 낮을 수도 있어 가능한 한 조속히 이들을 실업에서 구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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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