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438호 (2004년 04월 26일)

4년제 순수취업률 50% ‘턱걸이’

서울 K대 4학년 김주영씨(26)는 올해 초 졸업 한 학기를 남겨두고 휴학을 결정했다. 그는 요즘 영어학원에서 일과의 대부분을 보낸다. 김씨가 졸업을 미룬 이유는 “다른 동기생들이 그렇듯” 취업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정상적으로라면 지난 2월에 동기생 40명이 졸업을 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다들 휴학한 탓에 7명만 졸업했죠. 어떻게 해서든 졸업을 늦추려는 게 요즘 추세니까요.”

중상위권 대학에 다니는 김씨지만 “‘어느 대학 출신’이라는 사실보다 높은 토익점수와 영어실력이 우선”이라며 “오전에는 영어회화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토익강좌를 수강한다”고 말했다.

제2외국어나 컴퓨터 자격증은 물론이고 ‘빚을 내서라도’ 해외 어학연수는 꼭 다녀온다는 게 그가 말하는 요즘 대학생의 현실이다.

대학과 대학생들에게 청년실업 장기화로 인한 위기의식은 이제는 거의 체화된 느낌이다.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 현상의 중심에 있는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 한 번 가져보지 못한 대졸 실업자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4년제 대학 졸업생 중 군입대나 대학원 진학 등을 제외한 순수 취업률은 50%를 간신히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교육인적자원부가 내놓은 ‘전국 대학교 취업현황’에 따르면 2월 졸업한 전국 145개 대학 졸업생 24만1,791명 중 진학자와 군입대자를 제외한 순수 취업자는 13만148명으로 전체의 53.8%였다. 대학의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취업률이 이처럼 낮게 나타나면서 우리나라 대학의 전체적인 경쟁력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매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15위지만 대학교육 경쟁력은 28위에 불과했다.

실제로 대학의 취업 관련 담당자들은 IMF 이후 대학의 취업률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고진우 중앙대 취업정보과장은 “많은 기업들이 신입사원으로 충원하던 자리를 경력직 채용으로 바꾸고 있어 학과별 평균 취업률은 60%를 넘기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취업률을 어떻게 내다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특히 최근 대졸자들의 저조한 취업률은 명문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위기감의 강도가 더하다.

연세대는 지난해 말 13개 단과대 취업담당 교수들이 모여 취업지도위원회의를 구성했다. 단과대별로 추진해 오던 학생 취업을 학교 차원에서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이 학교는 또 오는 5월 <취업가이드> 발간을 앞두고 있다. 이전까지 수동적인 태도로 일관하던 데서 벗어나 학생들의 취업지도에 유례없이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표석은 연세대 취업정보실장은 “우리 학교 학생들은 졸업 전 1~2학기만 열심히 공부하면 취업에 큰 무리가 없다고 믿어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제 순수 취업률이 60%를 밑돌 정도로 취업난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표실장은 “취업준비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있다”면서 “취업특강 등의 이벤트를 위한 예산이 편성된 것도 전에 없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위기의식은 ‘최고’를 자부하는 서울대도 마찬가지다. 서울대는 지난해 8월 진로취업센터를 열었다. 기존 취업정보실을 확대ㆍ개편한 것으로 취업준비생을 위한 각종 설명회와 다양한 주제의 워크숍을 개최하는 것이 특징이다. 진로취업센터장을 맡고 있는 주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직업선택과 사회진출에 대한 지식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고 센터의 설립 취지를 밝혔다. 주교수는 “취업정보실의 확대가 청년실업의 극적인 해결책은 못되겠지만 장기적인 지도 차원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방대학의 경우는 이 같은 위기의식이 더욱 심각하다. 지방대학은 저조한 취업률이 신입생 입학률 저하로 이어지면서 대학 존립 자체의 위기를 느끼는 경우도 많다. 최근 일부 지방대학에서는 신입생 유치와 졸업생 취업문제를 교수의 실적과 연관시키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방대학의 현실에 대해 홍덕률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방대학의 청년실업 문제는 적당한 취업처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당분간 뾰족한 해결책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게 급선무”라며 “지방자치단체들은 기업이나 관공서를 유치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졸자의 신규 취업이 어려운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경력자 선호현상’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각 대학에서는 산학협동 프로그램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극적인 해결방안을 찾기가 어려운 현시점에서 그래도 산학협동 프로그램이 차선의 해결책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은 적극적으로 마련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제안해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운영하는 ‘대학생 산학협동 교육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3월에 시작해 8월까지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 30개 기업과 15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각 대학들은 청년실업으로 인한 위기감을 표면적으로 심각하게 드러내고 있지는 않다. 대학이 취업준비기관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일부 우려 속에서도 “취업은 무엇보다 학생 스스로의 실력 배양과 의지가 중요한 것이지 대학은 가이드의 역할을 할 뿐 아니냐”고 반문하는 취업담당자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많은 취업상담 관계자들이 정부를 향한 바람을 드러내는 데서 대학의 위기의식을 읽을 수 있었다.

표석은 연세대 취업정보실장은 “청년실업 해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기업활동을 잘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대학은 기업과의 긴밀한 협조하에서라야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에게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꼭 강조해 달라”고 신신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INTERVIEW 피터 스티브스(중앙대 취업정보센터 외국인 직원)

“능력·기술 적극 홍보해야

취업난 해소를 위해 그나마 대학당국이 마련하는 묘책은 취업정보실 업무를 강화하는 일이다. 특히 몇몇 대학들은 취업정보실에 외국인 직원을 상주시키고 학생들의 영어이력서 작성과 인터뷰 등을 지도하고 있다. 중앙대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피터 스티브스씨가 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다음은 한 학기 동안 청년실업시대를 사는 한국 대학생의 취업지도를 해 온 스티브스씨와의 일문일답.

한국 대학생들을 상담해 보니 실력이 어떤가.

영어회화 능력은 탁월하다. 하지만 막상 비즈니스에서 활용하기에는 비즈니스 전문용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또 한국 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학습’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일하고 싶은 분야에 대한 실질적인 경험이 부족하다. 이력서를 쓸 때도 되도록 자신의 경험과 원하는 직업의 연관성을 강조해서 쓰라고 가르치고 있다.

한국 대학의 취업 지도 시스템은 어떤가.

대학의 취업 지도 시스템은 훌륭하다. 다만 대학생들이 실전경험을 쌓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은 의외였다. 우선 방학이 서구 대학의 절반 정도로 짧고 남학생들의 군복무 문제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 같다. 학생들에게 실전경험을 강조하지만 현실상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아주 사소한 경험일지라도 지원하는 회사와 연관성이 있으면 이력서에 적도록 지도한다.

면접을 앞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자신의 능력과 기술 등을 가시적인 성과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표현하라고 권하고 싶다. 구직자들은 자신의 실력을 축적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를 입증하는 것도 중요하다. 회사가 자신을 채용했을 때 얼마나 많은 경제적 이득을 창출할 수 있는지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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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