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438호 (2004년 04월 26일)

경제는 ‘쑥쑥’ 취업은 ‘꽁꽁’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0

‘경제는 성장하는데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든다.’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이 2004년 경제계 화두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지난해 한국은행에서 제기돼 하반기에는 경제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떠오르더니 올해 들어선 각종 수치를 통해 뚜렷이 현실화되는 추세다. 더구나 청년실업 46만명 시대와 겹치면서 심각한 사회 의제로 확대될 조짐이다.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한 논의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경제동향 간담회와 보고서를 통해 거론한 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올해 5~6%대의 성장이 가능하지만 고용과 직결되는 중소기업과 내수산업은 고전이 예상돼 일자리는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요지다. 삼성경제연구소도 ‘2004년 국내 10대 트렌드’를 발표하면서 ‘경기양극화와 고용 없는 성장’을 첫 번째에 올렸다.

특히 지난 1월1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정규직 근로자 보호 수준의 국제비교> 연구보고서를 통해 “취업자 증가율을 경제성장률로 나눈 고용탄성치가 외환위기 전 평균 0.33에서 2003년 0.16으로 떨어졌다”고 밝혀 ‘고용 없는 성장’의 현실화를 구체적으로 진단했다. 고용탄성치가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은 경제성장이 1% 이뤄졌을 때 취업자 증가수가 절반으로 떨어졌다는 의미다. 95년에 1%의 경제성장이 이뤄졌을 때 취업자 증가수는 6만3,870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3만6,450명이었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는 2001년 13만3,390명, 2002년 9만4,460명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진 수치다.

KDI는 지난 3월14일에도 통계청 자료를 인용, 주요 업종의 평균 고용증가율(2.0%)이 생산증가율(5.9%)에 미치지 못하는 ‘고용 없는 성장’이 나타나 2004년 말에는 비경제활동인구가 1,500만명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국내기업이 지표로 삼고 있는 미국에서도 경제성장 호조세에 비해 기업의 감원 발표가 늘어나는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있어 직간접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해 노동계와 경제계는 ‘현실화되고 있다’는 데 대체로 동의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그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KDI는 보고서를 통해 높은 임금상승률과 노동조합의 집단이기주의,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고용보호제도 등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법률적으로 해고를 막는 장치가 무겁기 때문에 취업자 증가가 둔화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해고요건 완화, 노동시장의 이동성 제고와 같은 정부 대책이 심각하게 고려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민주노총, 한국노총의 주장은 크게 다르다. 한마디로 “사람을 중시하지 않는 비용절감 중심의 경영이 원인”이라는 것. 이상학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제조업 자동화 설비의 확산과 더불어 기업들이 인력채용을 애써 줄이면서, 필요한 인력은 비용이 적게 들고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고 있다”며 “유럽의 경우 고용 없는 성장 이후 파트타이머를 크게 늘렸으나 최근 생산성 등을 이유로 다시 인력 투자를 제고하는 추세”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역시 이와 같은 의견이다.

한편 고용 없는 성장의 해법으로는 정보통신(IT) 서비스산업의 확대, 노동시간 단축, 신사업ㆍ창업의 확대 등이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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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