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438호 (2004년 04월 26일)

일자리 부족 실감, 단기대책 적극 추진

대담 = 양승득 편집장

청년실업에 대한 김대환 노동부 장관(55)의 관심은 특히 뜨겁다. 주무장관이기 전에 취업을 앞둔 자식의 아버지로서 직접 부딪힐 문제이기도 하다. 군복무 중인 아들 도훈씨(28)는 제대하면 당장 험난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 대학교수 시절에는 한명의 제자라도 더 취업시키기 위해 일일이 기업을 찾아다닌 경험도 적지 않다. 올 2월 장관 취임사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유독 강조한 것도 이런 까닭과 무관치 않다. 장관 취임 이후에는 취업박람회에 들려 청년실업자들의 애환을 직접 듣기도 했다. 노동계와 재계 리더를 만나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도 이끌어 냈다. 김장관은 시민사회운동을 오랫동안 해 온 진보성향의 학자 출신으로 형식보다 실속을 중시하는 스타일. 직원들과의 첫 월례회의에서 “일하러 노동부에 왔지, 대접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다”고 밝히기도 했다.

청년실업률이 9%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주무장관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현재 청년실업자수는 45만여명에 근접해 전체 실업자수의 절반을 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부에서는 청년실업이 고착화되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청년실업자 중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며 사회문제화되고 있어 걱정입니다. ‘이태백’과 같은 자조적인 용어가 회자되고 있어 주무장관으로서 매우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청년실업률이 높은 이유를 어디서 찾고 있습니까.

청년실업 문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청년들이 학교 졸업 뒤 첫 직장을 안정되고 좋은 일자리로 구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요인과 함께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한편 대졸자는 늘어나 일자리 찾기가 상대적으로 더 어려워진 면을 안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기업의 경력직 채용이 확산되는 등 구조적인 문제도 얽혀 있습니다. 여기에다 중소기업의 근로조건이 열악하고 일자리 찾기에 도움이 되는 직업지도 같은 노동시장의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청년실업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취업박람회에서 청년실업자들을 직접 만나 본 느낌은 어떠했습니까.

최근 코엑스에서 열린 ‘2004 취업ㆍ직업훈련 페스티벌’에 다녀왔습니다. 구직자는 물론 기업 인사담당자들과 이야기해 보니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이 피부에 와 닿았습니다.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대학교수 시절에도 제자들 취업문제로 고민이 많았을 텐데요.

그거, 정말 어렵더군요. 직접 중소기업을 알음알음 찾아다니며 취업알선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제자들이 결국 취업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최근에는 대학에 사은회가 없어질 정도로 취업난이 심각합니다.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그동안 어떤 일을 하셨는지요.

짧은 기간이었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범정부적으로 ‘일자리 만들기 종합대책’을 마련했고, 지난 3월에는 청년실업해소특별법을 제정해 법적 기반도 마련했습니다. 솔직히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하지만 하반기 이후에는 경제회복과 함께 청년실업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부대책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지난해 3,623억원을 투입해 13만명에게 일자리나 연수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올해는 5,287억원을 투입할 것입니다. 정부의 이런 대책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청년실업 대책은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기보다 청년층의 취업능력 제고를 위해 직장체험과 같은 연수와 직업훈련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다만 경제가 회복되기까지 청년층이 취업기회와 의욕을 잃지 않도록 공공부문에서 최대한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고용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중장기 대책도 꾸준하게 실행할 계획입니다.

노동계, 재계와의 상호협력도 중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청년실업은 정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그런 면에서 지난 2월에 노사정이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을 체결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상생의 정신을 살려야 합니다. 노동계는 과도한 임금인상 투쟁보다 고용안정과 신규고용 창출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재계도 근로시간 단축, 교대제 개선 등을 통해 매년 적정 수준의 인력을 충원하는 등 신규채용을 확대하고 기업의 연수기회 제공에 동참해야 합니다.

구직난과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공존하는 것도 문제일 텐데요.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로 파악됩니다. 창출된 일자리가 적재적소에 배분되지 못하는 인력수급의 불균형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거지요. 이는 중소기업이 보수와 근무환경이 취약하고 청년들도 눈높이 조절 실패로 취업을 기피하고 있는 데 따른 것입니다.

인력수급의 불균형을 해결할 방안은 없나요.

중소기업의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중소기업 장기 근속자에 대한 국민주택 우선분양, 국내외 연수, 훈련지원 확대와 같은 우대방안을 강구할 방침입니다.

정부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할 정책은 무엇입니까.

청년실업은 경제, 사회, 교육문제가 결합된 구조적 난제로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그렇지만 당장에는 목을 축여야 합니다. 이에 따라 향후 3~4년간 연수와 직업훈련을 포함한 단기대책을 집중시행할 것입니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투자확대를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 산학협력 강화, 청년 고용 인프라 구축 같은 중장기 대책을 집중추진할 계획입니다.

약력: 1949년 대구 출생. 1975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85년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 박사. 1978년~현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1994~1998년 한국산업노동학회 부회장. 1994~1996년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1999년 노사정위원회 신노사문화준비팀장. 2000~2004년 규제개혁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장. 2001~2003년 인하대 경상대학장. 2001~2003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경제노동분과 위원장. 2002~2003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위원회 간사. 2004년~현재 노동부 장관. 좌우명: 공사, 시비, 진퇴를 분명히 하자. 취미: 테니스. 주량: 맥주 1병. 흡연량: 하루 1갑. 최근에 읽은 책: 제국(Empire). 존경하는 인물: 간디, 네루

인터뷰 후기

청년실업 고민 남달라

차분하고도 논리정연한 답변이 인상적인 만남이었다. 길지 않은 답변 속에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명확히 담겨 있어 인터뷰가 스피디하게 진행됐다. 대학 강단을 지키며 제자들의 취업을 걱정해 온 원로교수 출신답게 청년실업에 대한 고민이 각별한 듯했다. 직장을 구하지 못한 졸업생이 늘어나면서 대학가의 사은회도 자취를 감추었다는 말을 들려줄 때는 제자의 일자리를 걱정하던 은사의 안타까운 심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실업은 신세대들의 마음가짐에도 원인이 있다는 대목에 이르자 톤이 달라졌다. 번듯하고 화려한 일터만을 찾고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는 젊은이들의 자세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 청년실업은 구조적 문제가 초래한 시련이지만 정신적 처방 없이는 완전한 극복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을 담은 ‘어른’의 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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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