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438호 (2004년 04월 26일)

‘프리터’ 3백만…청년 8~9% 백수

기사입력 2006.09.04 오후 12:00

일본 젊은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눈여겨본 한국인이라면 이들이 한국 청년들에 비해 독립성이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고등학생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이 많은데다 고교를 졸업하거나 대학교에 진학하면 부모 곁을 떠나 혼자 지내는 젊은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고교졸업 후에도 부모와 함께 살면 왠지 능력이 부족한 것 같은 분위기를 준다. 일본 TV에서도 가끔 한 사람이 간신히 누울 수 있는 좁은 공간에서 극빈생활을 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방영하는데, 취재하는 쪽이나 취재를 당하는 쪽이나 스스럼없이 이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장기간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부모에 의존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으며, 특히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는 젊은이들의 실업문제가 고질적인 사회문제로 고착되고 있다.

일본의 청년실업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의 실업률은 최근 5%를 오르내리고 있는데, 이중 15~24세의 실업률은 8~9%에 달한다. 이는 91년의 평균 4.3%에 비해 두 배 급증한 수준이다. 이 같은 젊은층의 고실업률은 불황 속에서 기업이 앞장서 신규채용을 줄인데다 이후 잇단 도산, 공장폐쇄, 지역 상점가의 침체 등으로 젊은이들의 일터 자체가 계속 줄었기 때문이다. 고교졸업 후 진학이나 취직을 하지 않는 ‘무직자’가 매년 10만여명 쏟아져 나온다. 이는 전체 졸업생의 약 10%에 달하는 수치이다. 고졸 취업이 어려워 일단 대학이나 전문학교에 진학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졸 무직자 비율도 20%를 오르내린다.

이 같은 무직자들은 일정한 직업 없이 파트타임이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프리터 생활을 한다. ‘프리’와 ‘아르바이터’의 합성어인 ‘프리터’는 어감은 좋지만 바꿔 말하면 불안정ㆍ저임금 노동에 다름 아니다. 그 숫자는 현재 200만~3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리쿠루트사가 발행한 프리터 백서에 따르면 프리터의 평균 월수입은 대졸 초임의 절반 수준인 11만2,000엔으로 조사됐다. 고용주들은 이들을 일회용 노동력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일자리에 대한 보장이 전혀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부모에게서 독립하기가 쉽지 않다. 도쿄시내를 걷다 보면 패스트푸드 체인점 등 각종 음식점 입구에서 아르바이트 모집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취직문이 갈수록 좁아지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시작했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이직하는 젊은이도 많다. 중졸의 70%, 고졸의 50%, 대졸의 30%가 취직 후 3년 이내에 그만둔다. 이처럼 경력이 부족한 젊은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1973년 석유위기 이후 모든 연령층의 실업률이 상승했다. 90년 전후의 일본 거품경제시기에 일시 주춤거리다가 그후 다시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15~25세의 젊은층과 60대 실업률이 급증하고 있는 반면, 다른 연령층의 실업률 증가세는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나타나 대조를 보였다. 또 55~59세의 실업률은 오히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거품경제 붕괴 이후 1~2%대의 저성장 시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실업 증가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그런데 청년실업이 두드러진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일본에서는 자녀수 감소의 경향으로 이전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 인구 자체가 대폭 줄어들었다. 산업의 특성도 제조업에서 서비스나 상업으로 중심이 옮아가고 있다. 또 휴대전화나 컴퓨터, 게임 등 전자제품의 조작능력도 중년층에 비해 훨씬 우월한데도 실업률은 더 높다.

이에 대한 해석은 몇가지로 나뉜다. 먼저 장기간의 경기침체 과정에서 연공서열과 장기고용을 축으로 하는 일본식 고용 관행으로 인해 기업들이 중장년층의 고용조정보다 신규채용 억제를 우선시했다는 해석이 있다. 또 50대 후반의 실업률이 낮은 것은 정부나 노동조합의 주도하에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늘린 덕을 톡톡히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년연장은 50대 후반의 고용보장에 기여한 반면, 신규채용이나 정년 후 재고용이 억제되면서 젊은층과 60세 이상 장년층의 실업률을 크게 높였다.

젊은층과 60세 이상 장년층의 취업경쟁력을 비교해도 장년층이 우세하다는 해석도 있다. 대부분 정년 후 연금을 받는 고령층은 생활이 안정돼 있으므로 낮은 임금으로도 생활이 가능한데다 실무경험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젊은층보다 취업경쟁력이 앞선다는 주장이다.

한편 ‘패러사이트 싱글’처럼 직업의식이 희미한 젊은이들이 급증하는 데서 청년실업 증가의 이유를 찾기도 한다. ‘패러사이트 싱글’이란 졸업 후에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모와 동거하면서 의식주 등 기초적인 생활을 부모에게 의존해 안이하게 살아가는 미혼 젊은이들을 말한다. 이들은 무직자여도 신경을 쓰지 않으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쉽게 회사를 그만둔다. 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고집하면서, 그 일을 찾을 때까지 프리터로 일하는 것이다. 이는 현대 일본 젊은이들의 생태를 잘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패러사이트 싱글의 시대>라는 책을 출간한 야마다 마사히로 도쿄학예대학 조교수는 “자식이 일방적으로 부모로부터 영양을 흡수하고 있기 때문에 ‘패러사이트’(기생)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다”면서 “일본사회가 아직 풍요로울 때, 부모가 자녀를 포용할 여유가 있는 지금이야말로 자녀의 자립을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시각에서 후생노동성은 직업의식이 희박하고 마음대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행동 패턴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하에 중고생을 대상으로 ‘직업 실감 프로그램’을 도입할 방침이다. 중고생에게 체험을 통해 직업의 의미를 이해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젊은이들의 패러사이트화는 실업의 원인이라기보다 오히려 결과로 봐야 하며 이 같은 관점에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기업들은 낮은 경제성장률 상황에서는 장래의 인재를 육성할 여유가 없으며, 또 임금을 낮추기 위해 정규직보다 비정규직(파트타임)을 늘리는 기업 고용시스템의 변화 등 사회ㆍ경제구조 자체가 청년실업 및 패러사이트 싱글을 양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젊은이들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한 제도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경력 축적이 어려운 프리터 생활이 길어질수록 정사원으로 일하기 어려운 만큼 가능한 한 조기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 및 직업소개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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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6-09-04 12:00